통계는 경제 상황이나 현상을 설명할 때, 그리고 그런 상황이나 현상에 대해 서로 대화나 토론을 할 때 아주 중요하다. 하지만 통계는 스스로 한 가지 결론만을 내려 주는 것은 아니다. 물론 통계가 제시하는 1차 정보는 누가 그 통계를 이용하더라도 크게 변화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2%라면 그것은 누가 뭐라고 해도 소비자물가지수가 2% 상승했다는 1차 정보를 제시하는 것은 틀림이 없다.
하지만 통계는 시기나 세부 내용 등을 어떻게 설정하느냐에 따라 해석이 아주 달라질 수 있으며 그것이 특정 결론을 뒷받침하려는 불순한 의도에 따라 자의로 재구성된다면 통계만큼 못믿을 것도 없을 정도로 위험하다. 다음 환율 그림을 예로 들어 보자.
위 그림은 100엔당 원화 환율 변화를 나타내는 것이다. 그림에서 보듯 엔/원 환율은 2012년부터 지속적으로 그리고 비교적 가파르게 하락했다. 급기야 2014년 6월 100엔당 1000원 선을 밑돌기도 했다. 국내 언론에서는 당연히 엔화 대비 원화 절상에 대한 우려를 표시하는 기사가 늘어난다. 일부에서는 마치 한국 수출이 당장 모두 일본 기업에게 빼앗길 것처럼 호들갑을 떨기도 한다. 이 그림만 보면 원화 절상은 심각한 상황이라고 해도 반박할 길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이 통계(즉 환율 변화)의 기간을 다음과 같이 바꿔 보면 이야기는 간단치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위 그림은 똑같은 통계의 시작점을 2007년7월로 변경한 것이다. 이 그림을 보는 순간 100엔당 1000원 선을 환율이 밑돈 것이 처음은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다. 더구나 2007년 한국 경제 상황과 수출 상황을 떠올려 보면 이 환율이 1000원을 밑돈다고 큰일이 나는 것은 아닐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소한 이전 그림에서 본 엔/원 환율 하락은 그 이전 기간의 상승에 이은 되돌림 현상 정도라고 할 수도 있다.
이 그림을 보여 주면 엔/원 환율 하락에 호들갑을 떨고 싶은 사람 입장에서는 2007년이 어떤 "비정상적인" 상황이었을 것이라고 할 지 모른다. 하지만 다음 그림을 보면 또 이야기가 복잡해 진다.
위 그림은 시점을 더욱 당겨서 1996년 중반으로 설정한 것이다. 1997년까지 100엔당 원화 환율은 700원까지 내려갔었다. 물론 당시 원화가 심각하게 고평가돼 있었다는 것은 훗날 여러 차례 지적됐지만 최소한 2015년까지 엔/원 환율의 하락이 무슨 큰 일이 생길 정도로 문제가 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점은 확실하다.
위 그림들은 통계가 필요 없다는 얘기를 하려고 보여주는 것이 아니다. 그 반대로 통계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다만 통계의 기간이나 내용을 다양하고 원래 취지에 맞게 분석한 뒤 자신의 논리를 정립하지 않고 거꾸로 자신의 주장을 먼저 결정하고 그것을 뒷받침하려고 통계의 기간이나 내용을 임의로 선택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려 하는 것이다.
통계가 중요한 이유는 간혹 어떤 현상에 대한 우리의 인식은 통계를 찾아 보면 크게 잘못된 것으로 드러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자신이나 주변 사람들의 특정 경험에 기초해 어떤 잘못된 믿음을 갖고 이를 강화하는 경우가 많다. 부동산 가격에 대한 얘기를 할 때 그런 경우가 많다. 다음 그림은 우리가 어렴풋이 알고 있는 생각이 얼마나 잘못됐는지 잘 보여준다.
위 그림은 국민은행의 서울 주택가격지수, 한국은행의 저축예금 금리 통계를 바탕으로 1990년 같은 금액을 투자했을 때 주택, 단리 예금, 복리 예금 등 3가지 상품에 따라 잔액이 어떻게 변화했는지 보여주는 그림이다. 우리는 보통 주변에 아파트 투자로 큰 돈을 번 사람들 얘기를 듣거나 본인의 경험에 비추어 주택 투자를 하면 큰 돈을 번다고 생각하기 쉽다.
물론 아주 현명한 투자를 해서 주택을 사서 오르면 내리기 전에 팔아서 다시 저평가된 주택을 사서 오르면 내리기 전에 파는 투자를 계속한다면 엄청난 돈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서울지역 평균 가격을 적용하면 위와 같이 예금보다 주택가격 상승률은 높지 않다.
예금 금리 얘기가 나온 김에 복리(매년 받은 이자를 다음 해 다시 저축하는 방식)의 마법같은 효과를 보여주는 그림을 공유하고자 한다.
위 그림은 100단위 금액을 각각 연 20% 단리로 예금했을 때와 10% 복리로 예금했을 때의 변화를 보여준다. 예금 금리가 20%인 경우와 10%인 경우 당연히 20% 상품을 선호할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단리인지 복리인지에 따라 결과는 천차만별이다. 즉 20% 단리일 경우 잔액은 5년마다 100%씩 늘어난다. 하지만 금리가 10%라도 복리라면 14차연도에 잔액은 같아지고 15차연도부터는 10% 복리상품의 잔액은 더 높아진다.
위 통계를 보여줘도 우리는 쉽게 믿지 않으려 한다. 그만큼 우리의 생각은 제한된 정보에 현혹되기 쉽다. 물론 뒤집어 얘기하면 그렇기 때문에 통계는 중요한 것이다. 물론 통계를 보여줘도 통계를 부인하고 갖가지 음모론을 제기하는 사람도 있다. 그런 사람은 미안하지만 이 글을 읽을 필요가 없는 사람들이다.
그럼 우리는 항상 통계를 무조건 가장 오래된 시점부터 인용해야 한다는 말인가? 그렇지 않다. 우리는 여전히 통계를 자신이 원하는 시기만 떼어서 논할 수 있다. 다만 내가 왜 통계를 이 기간으로 잘라서 인용하는지 설명하고 통계 시기를 바꿔도 나의 논지가 크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을 보장할 수 있어야 한다.
다른 사람의 글이나 주장을 대할 때도 마찬가지다. 대부분의 경우 어떤 주장은 상대적이거나 논리상 제약이 있기 마련이다. 자신의 주장이 절대적인 것인양 주장한다면 일단 의심해 보거나 그 주장을 검증할 통계나 수식을 제공하도록 따져묻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 물론 이런 요구에 화를 내거나 제대로 답하지 못하는 경우 그 주장은 일단 의심해 보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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