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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중국 공급개혁은 무엇이고 왜 하려고 하나?

(※ LG경제연구원의 『중국의 ‘공급개혁’은 사실상 제2의 개혁개방』 보고서 중 주요 부분을 소개)

■ ‘중국식’ 공급개혁

경제학계에서 흔히 공급경제학으로 불리는 공급학파 경제학은 경제운용에 있어서 공급 측면의 효율성을 높이는 제반 개혁조치를 주창해온 학계의 한 사조를 지칭하지만, 역사적 연원을 따지면 언론용어에 가깝다고 한다. 공급경제학이 내세운 가장 대표적인 주장은 래퍼(Laffer)곡선에 담겨있는데, 세율인하가 생산성을 끌어올리고 투자를 늘려 소득상승에 기여하며 결과적으로 세수증대를 가져온다는 역설이었다. 투자를 늘려 공급이 증대할 경우 물가인상을 억제할 수 있어 당시 스태그플레이션으로 고생하고 있던 미국 경제로선 귀가 번쩍 뜨이는 주장이었다.

미 하버드대의 마틴 펠드스타인 교수도 비슷한 시기 공급 측면의 개혁을 주창했는데, 펠드스타인 교수가 1980년대 초 레이건 행정부의 경제자문위 의장을 맡게 되면서 그들의 해법이 드디어 실제 정책으로 구현되게 된다. 대표적인 것이 작은 정부, 대규모 감세, 사회복지 삭감 등이었다. 중국의 공급개혁은 그러나 정책배경은 물론, 정책수단에서도 레이건 시절 미국의 공급 개혁과 판이하게 다르다.

첫째 미국의 공급개혁 처방은 대공황 이후 글로벌경제를 풍미했던 케인즈 경제학의 후유증, 즉 인플레이션과 1970년대 오일쇼크로 인한 원자재 가격 급등이 겹친 스태그플레이션 시기에 구원투수로 출현했다. 반면 중국은 인플레이션은커녕 디플레이션 우려가 점증하기 시작한 지난해부터 등장해 올해 전인대에서 국정목표로 확정됐다. 수요 견인 측면의 거시경제 정책의 필요성이 여전하단 뜻이다.

1980년대 미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 지도부도 기업의 역할, 즉 생산성 개선을 중시하고 이를 위한 중장기적인 법 제도개혁을 중장기적인 과제로 설정하고 있다. 그러나 중국은 자본주의 발전이 최고조에 달했던 미국과 달리, 비록 민영기업의 활력을 도모하곤 있지만 개혁의 총 사령탑은 공산당(중앙정부)이다. 또 세금과 각종 준조세를 감면한다는 정책방향도 비슷하지만, 사회복지 예산은 오히려 늘리는 쪽으로 방향을 설정하고 있다. 재정형편이 상대적으로 여유롭기에 가능한 정책조합이다.

이 같은 차이는, 중국 경제사회가 아직 산업 고도화 및 사회복지망 구축이 전국적으로 완비되지 않은 개도국경제의 특징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중국 관변 경제전문가들도 과도한 복지비 부담으로 경제활력이 약화된 유럽 선진경제나 각종 사회인프라가 거의 정비된 미국경제와 발전단계가 다르기 때문에 공급개혁도 ‘중국적 특색’을 반영해야 한다고 주문하고 있다. 중국의 공급개혁이 미국과 달리 강력한 산업정책과 병행돼 추진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정부가 설계하고 경우에 따라 자원도 지원하는 중국 공급개혁의 또 다른 특징은, 수요 확대라는 단기적인 경기대책 수단으로도 활용할 수 있다는 점이다. 이를테면, 중서부지구에 대한 대규모 인프라투자의 경우 중장기적으로 경제거래 비용을 떨어트려 전반적인 생산성 개선을 가져오면서도 단기적으로 지출확대에 따라 경기하강 압력을 완화하는 완충재 역할도 할 수 있다.

그렇다면, 도대체 중국 특색의 공급개혁이란 무엇일까. 대표적인 관변 싱크탱크인 국무원발전연구중심이 내놓은 공급개혁의 방향, ‘팔감팔증(八減八增)’을 살펴보자. 줄여 나가야 할 것으로 ▲정부통제 ▲행정농단 ▲세금부담 ▲정부기구 ▲통화발행 ▲정부투자 ▲자원소모 ▲단기정책 남발 등 8가지를 지목한 반면, 늘려가야 할 대상으로 ▲시장활력 ▲공평경쟁 ▲기업효율 ▲사회조직 ▲직접융자 ▲사회투자 ▲지적자본 ▲장기법치 등을 꼽았다.

중국특색 공급개혁의 문제의식과 개혁의 범위가 비교할 수 없이 광범위함을 알 수 있다. 중국은 개혁개방을 30년 넘게 추진해왔지만, 아직도 자본주의 시장경제 체제와 견줄 때 기업활력 및 시장효율을 억누르는 법 제도적 걸림돌이 수두룩하다. 1990년대 후반 상품방(商品房) 개혁 하나만으로 대규모 부동산 개발 투자를 활성화시켜 오늘날 연해지역 도시화를 성공시켰던 점을 생각해보자. 중국 정부가 공급개혁으로 미래 성장동력을 키울 수 있다는 자신감은 미완의 개혁과제가 널려있고 이를 추동할 강력한 정치적 기반이 있기 때문이다.


■ 공급개혁은 사실상 제2의 개혁개방

중국의 공급개혁은 단기적 수요조절 거시정책 만으로는 후유증만 만들어낼 뿐 장기 성장동
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상황인식에서 출발했다. 노동공급이 여의치 않고 자본투자의 성장 견인력이 갈수록 약화하는 상황에서 단기적으로 수요견인 효과도 지니면서 경제효율도 높일 수 있는 정책들이 우선순위에 놓일 것이다.

(전략) 공급 부문 개혁은 대부분 기득권의 해체 및 재분배를 전제로 하는 것들이다. 또 공급 개혁의 구체적인 사령탑이 공산당 및 중앙정부이다 보니, 지방정부나 국유기업들의 견제 혹은 복지부동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다. <표 1>이 나열한 정책들을 봐도 현장관료나 기존 시장질서에서 편익을 누리는 국유기업들의 기득권 포기를 통해서 관철될 수밖에 없다. 시진핑 주석이 공산당 중앙 직속 소조(小組·태스크 포스) 중에서도 ‘전면심화개혁소조’를 가장 중시하는 이유는 이런 기득권의 재조정, 즉 반발을 무마하는 작업을 보다 뚝심 있게 밀어붙이기 위해서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상당수 공급 개혁 조치들은 지방이나 중앙의 재정수입 감소를 동반하는 것들이다. 리커창 총리가 올해 재정적자율을 GDP 대비 3%까지 상향 조정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데, 재정적자 규모는 2020년까지 지속적으로 확대될 수밖에 없다. 덩샤오핑이 설계하고 후임자들이 지난 30여년동안 차례로 끌어온 개혁개방은 ‘공산당의 영도’란 대원칙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계획경제 시대의 질서를 점진적으로 시장으로 대체하는 방향으로 진행돼왔다.

저렴하고 풍부한 노동력과 공유자산(토지)이란 경쟁우위가 이 개혁개방을 성공적으로 이끄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시진핑 지도부가 지향하는 공급개혁 역시 ‘공산당의 영도’를 유지하면서 경제효율을 더 끌어올리려는 2차 개혁개방이다. 노동이란 경쟁우위는 거의 소멸됐지만, 투자재원을 미국 다음으로 쌓았으며, 재정이란 강력한 지원수단이 생겨났다. 1차 개혁개방 때보다 비교할 수 없이 고도화된 13억 시장은 외국 선진기업과의 개방을 통한 경쟁을 이끌어 효율개선에 기여할 것이란 게 현 지도부의 구상이다.

시진핑 주석이 2013년부터 반부패투쟁과 함께 법치주의를 강조하는 것은, 공급개혁조치들에게 불가역성(不可逆性)을 불어넣는다는 점에서 의미가 적지 않다. 지난해 전인대와 전인대 상무위원회를 통과한 제개정 법률은 모두 42개였다. 올해 전인대도 11년의 심의 끝에 자선법을 통과시킨 데 이어 공급개혁방면의 법률들이 상무위원회를 거쳐갈 전망이다.

그렇더라도 현 지도부의 공급 개혁은 ‘개혁의 주체가 개혁의 대상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1차 개혁개방 때보다 심각한 진통을 겪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1차 개혁개방을 지휘했던 덩샤오핑과 같은 강력한 카리스마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법치주의를 아무리 강조하더라도, 입법권 위에 공산당의 영도가 자리하고 있는 한, 정치적 리더십의 중요성은 막중하게 마련이다. 중국 공급개혁의 성패는 정치적 리더십의 향배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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