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키움증권 홍춘욱 님의 네이버 블로그 글을 공유)
트럼프 대통령이 대중무역적자(및 대한 무역적자) 발생 원인을 '중국 위안화 환율 저평가'에서 찾은 것은 아주 유명한 일입니다. 그러나 트럼프 당선 이후 달러는 강세에, 위안화는 약세 행진 중입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요?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의 '뜻'이랑 별개로.. 금융시장 참가자들은 그렇게 생각 안하니까요. 참고로 하루 외환거래량이 얼마인지 아시나요? 하루 4조 달러 정도 됩니다. 4일 거래량이 미국 1년 GDP랑 비슷해요.
세계에서 두번째로 큰 시장, 외환시장의 참가자들은 대통령이 뭐라고 이야기든 말든.. 중국 위안화가 평가절하되고 달러가 강세로 갈 것이라 생각하면.. 시장은 그렇게 되는겁니다. 그럼 시장 참가자들은 왜 달러강세를 예상할까요?
★★★
미국 말고는 딱히 투자할 데가 없다. 이게 제일 큽니다. 중국이나 유럽 일본 정도가 미국을 대체할 수 있는 투자 대상 국가인데.. 이들 셋다 지금 그렇게 매력이 있지 않습니다.
먼저 중국은 아래의 '그림'에 보듯.. 위안화가 저평가는 커녕 매우 고평가 되어있습니다. 환율의 장기적인 추세를 결정짓는 것은 결국 '물가'입니다. 어떤 나라(중국)의 물가가 계속 오르는 반면, 다른 나라(미국)의 물가가 안정되어 있다면.. 어떤 나라의 환율이 조정되지 않는한, 이 나라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최근 중국에 진출해 있던 많은 기업들이 베트남이나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는 이유가 이런데 있지 않을까요? 물론 중국 남부에는 세계 최대의 산업 클러스터가 형성되어 있고, 세계 유수의 기업들이 이미 수십년에 걸쳐 거대한 자본을 투입했기에.. 바로 몸을 빼기는 어렵습니다.
이런 상황이 중국의 막대한 대미 무역흑자를 낳는 것은 사실이나, 중국 위안화 가치가 '고평가' 되었다는 사실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기에 중국 정부가 지속적으로 위안화 평가절하(달러/위안 환율 상승)를 유도하는 것 아니겠습니까?
★★★
다음으로 일본은 '아베노믹스'를 추진하는 중이죠. 중앙은행이 국채를 매입하는 정도에 그치지 않고.. 주식상장지수펀드(ETF)까지 매입할 정도로 적극적인 통화공급 확대정책을 펼치는 중입니다. 그리고 이런 통화공급 확대 정책은 결국 '미래 물가상승 기대'를 움직이게 됩니다.
아래의 '상대물가 그림'을 보면, 달러에 대한 엔화 환율은 대략 85엔 선이 적정으로 보입니다만.. 아베노믹스가 추진되는 상황에서 환율이 이 수준까지 내려올 수 있을까요? 사실상 종신총리인 아베가 자신의 '성공 비결'이라 할 수 있는 아베노믹스를 철회할까요?
아무리봐도.. 일본 엔에 투자하는 것은 만만찮은 선택입니다. 세계경제가 다시 파국적인 불황에 접어든다면야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엔화의 강세(달러/엔 환율 하락)가 나타날지 모르지만.. 지금으로서는 쉽지 않은 것 같습니다.
★★★
마지막은 유럽인데.. 뭐 깝깝합니다.
이탈리아 국민투표에서 보듯, 유로존의 붕괴 위험이 계속되고 있죠. 게다가 내년 치러질 프랑스 대선, 그리고 독일 총선에서 극우 성향 정당의 집권(혹은 약진) 가능성마저 점쳐지는 중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유로화 가치가 상승할 수 있을까요?
뭐.. 일시적인 상승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봅니다만.. 지금처럼 사분오열되고 또 리더쉽이 사라지는 환경이 지속된다면 이 지역의 통화가치가 추세적으로 상승하기는 쉽지 않다 봅니다. 특히 미국은 정책금리를 인상 중인데 비해 유럽은 내년 9월까지 양적완화를 연장하는 등 여전히 '인플레 유도' 정책을 시행 중이라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겠죠.
암튼.. 주저리주저리 썼습니다만.. 대통령 의지와 환율 사이에 별 다른 상관이 없다는 이야기입니다. 1985년처럼 미국이 세계 주요국 재무장관 불러모아서 환율을 지시할 수 있는 '리더쉽'이 있는 것도 아니고.. 또 그 이야기를 고분고분 들어줄 파트너들이 있는 것도 아니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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