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짧은 시간 안에 제조업 분야에서 비약적인 성장을 이룩한 데 이어 인공지능(AI)을 포함한 첨단 기술 분야에서도 미국에 위협이 될 만한 수준의 역량을 확보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제조업 분야에서 중국이 빠르게 성장을 이룩한 비결에 대한 분석은 오랫동안 많이 이루어져 왔으며, 이제 꽤 지속성 있는 성장 궤도에 오른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AI 등 첨단 기술 분야에서 중국이 미국의 견제와 자체적인 정치ㆍ경제 제도상 한계에도 불구하고 짧은 기간에 빠른 성장을 이룩해낸 것을 두고는 공포를 느낀다는 입장에서부터 지속 가능하지 않으리라는 비관적 전망까지 다양한 시각이 제기된다.
더구나 패권 경쟁 구도 속에 미국의 견제와 배제 전략이 심화하는 가운데 중국이 첨단 기술 분야에서 상당한 수준의 독자적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그 배경에 대한 연구가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으며 관련된 서적도 다수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중국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벤처캐피탈(VC)처럼 혁신 기업과 혁신 산업의 발굴과 육성에 주도적인 역할을 한 것이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마틴 베라자, 하버드대학교 데이빗 양, 옥스퍼드대학교 놈 육트만 등 세 학자가 방대한 양의 최신 통계를 바탕으로 분석한 내용을 담은 보고서가 미국 국가경제연구국(NBER)을 통해 발표됐다.
"AI 부문에서 벤처캐피탈 역할을 하는 정부(Governmenr as Venture Capitalists in AI)"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에서 연구자들은 정부가 개입된 VC 펀드와 투자 포트폴리오에 대한 광범위한 데이터를 수집했다. 연구자들은 1,863개의 정부 VC 펀드, 6,514개의 중간 펀드, 45,419개의 기업 투자자를 식별했다. 이들이 2023년 2분기까지 10년 동안 투자한 규모는 9,120억 달러로, 같은 기간 미국이 시작한 모든 산업 정책에 대한 지출과 비슷하다.
본 블로그에서는 논문의 결론 부분을 소개하고자 한다.
연구자들은 결론적으로 이들 정부 운영 VC가 운영한 펀드의 특징을 세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첫째, 민간 VC와 비교할 때 정부 VC는 지리적으로 훨씬 넓게 분산돼 있으며 그에 따라 민간 VC보다 AI 기업들 분포 상황과 부합했다. 둘째, 민간 VC와 마찬가지로 정부 VC도 업종 및 기업 발전 초기부터 유망 기업에 투자함으로써 정보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 셋째, 정부 VC의 투자는 중요한 시그널링 가치를 띄고 있기에 민간 VC를 유발하는 경향이 있다.
정부 VC는 정보량이 적은 환경에서도 유망한 기업을 식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며 이들의 결정이 민간 VC의 결정에 큰 도움이 되고 큰 영향을 끼친다. 이러한 정부와 민간 VC 사이의 독특한 혁신 투자 생태계 형성이 정부 혁신 정책의 새로운 양상이 되고 있다. 이번 연구 결과 정부 VC 투자가 자본 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하고 정부 혁신 정책과 시장 인센티브의 결합에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점이 확인됐다.
이런 연구 결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들은 몇 가지 주의할 사항을 제시했다. 첫째, 이번 연구 결과는 중국의 특수한 상황에 국한될 수 있는 부분이 있기에 다른 나라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 있다. 둘째, 중국처럼 긍적적인 측면이 확인된 경우라도 이런 정부 VC 투자 행위를 모두 정당화하는지, 그리고 다른 정부 산업 및 혁신 정책 방식으로 인한 효과를 뛰어넘는지는 더 연구가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이런 구조 자체에 한계가 있을 수 있다. 즉, 정부 VC 투자는 관료들에게 결정권을 부여하기에 부패 위험과 국가포획 현상 가능성이 있다.
이 주제에 관심있는 분들은 아래 링크를 통해 보고서 원문을 읽어볼 것을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