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블로그 검색◀

(스크랩/칼럼) 언제까지 우리 중심으로 중국 경제를 볼 것인가?

(※ 지만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이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주간 보고서에 기고한 칼럼을 소개한다. 제발 더 이상 중국이 우리를 추격한다든지 우리가 중국에 추월당했다든지 하는 우리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중국이 속한 세계 속에서 중국을 보자는 견해에 동의한다. 칼럼의 원제는 『G2 시대, 중국 경제를 보는 관점을 바꿀 때』다.)

▣ G2 시대의 의미

2016년 벽두부터 중국 증시가 패닉에 빠졌고 위안화 환율도 급등했다. 2015년 내내 논란이 되었던 중국발 위기론이 잠잠해지기는커녕 시장의 불안감이 더 가중되고 있다. 이미 5년째 접어든 중국의 경기둔화도 아직 그 끝이 보이지 않는다. 그렇지만 이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뉴스도 들린다. 연초 라스베거스에서 열린 CES에서는 중국기업들의 약진이 가장 큰 화제였다. 중국 산업과 기업의 빠른 성장을 보여주는 다양한 현상들이 주요 뉴스를 장식하고 있다. 위안화의 SDR 편입이나 AIIB 출범은 달라진 중국의 경제적 위상을 실감하게 해준다.

지금 중국에서는 경제불안과 경기둔화가 날로 심각해지는 와중에 산업이 빠르게 고도화되고 중국의 글로벌 위상이 획기적으로 강화되는 일견 모순되는 현상들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현상을 종합적으로 이해하기는 점점 더 어려워진다. 그런데 최근의 중국을 이해하기 어려운 이유 중의 하나는 중국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점이 여전히 과거의 틀에 머물러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우리는 중국을 수출형 제조업 성장 과정의 추격자이자 경쟁자라는 틀에서 바라보아 왔다. 실제로 양국은 같은 동아시아 분업구조 안에서 수출지향적 경제성장을 추진해 왔다. 그리고 그 안에서 다양한 협력과 경쟁이 이루어졌다.

그러나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중국에서는 매우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중국이 지향하는 바, 성장하는 방식, 그리고 산업의 경쟁력을 형성하는 방식이 모두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세계 각국과 맺는 경제관계도 마찬가지다. 과거의 관점으로는 이 새로운 변화를 이해하기 어렵다. 새로운 변화를 잘 잡아낼 수 있는 다른 관점이 필요하다. 그 중 하나가 바로 G2 시대 진입이라는 관점이다. 2010년 중국은 일본의 경제규모를 추월하면서 실제로 G2 경제가 되었다. 물론 등수가 중요하다는 것은 아니다. G2 시대라는 틀로 중국을 보자는 것은 중국경제의 양적 성장이 초래한 질적 변화에 주목하자는 얘기다. 이 틀을 통해 중국이 세계 2위의 경제규모가 되면서 직면하는 새로운 도전과 한계는 무엇인지, 또 거대 중국이 글로벌 경제와 어떤 새로운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좀 더 주의깊게 살펴보자는 것이다. 이는 중국을 우리를 추격하는 경쟁자로 보아 왔던 이른바 “샌드위치” 시각과는 분명히 다른 시사점을 준다.

▣ 경제체제와 성장전략: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와 성장전략 전환

우선 G2 시대의 자신감은 중국이 추구하는 체제개혁의 지향점 자체를 바꾸었다. 중국은 더 이상 과거의 개혁·개방을 중국 경제체제의 미래 지향점으로 삼고 있지 않다. 2013년 11월에 열린 중국 공산당 18기 3중전회에서는 이른바 “중대 문건”을 통해 시진핑 집권 향후 10년 동안 중국 공산당이 지향할 국가 운영의 방향을 제시하였다. 여기서 강조한 것은 이른바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제도화”이다. 과거 중국은 자신이 체제전환 및 발전도상에 있는 국가라는 인식 아래서 개혁 즉 시장화와 개방 즉 세계화를 추진해 왔다. 이 개혁개방을 통해 선진국이 도달한 글로벌 스탠더드에 부합하는 방향으로 중국의 체제를 변화시키되, 다만 그 변화의 속도만은 공산당이 중국의 실정에 맞게 조절하겠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2013년 18기 3중전회에서 중국은 새로운 선언을 했다. 즉 중국은 앞으로 선진국이 제시한 글로벌 스탠더드를 추종하는 대신, 중국 나름의 체제인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제도적으로 완성하는 길로 나가겠다고 내외에 천명했다. 실제로 중국은 앞으로도 국유기업과 국유은행을 더욱 강화하는 방향으로 경제를 운영하겠다는 정책들을 내놓고 있다. 이른바 “민영화” 기대를 접으라는 메시지다. 농촌에서도 토지공유제를 유지하면서 그 활용도를 높이기 위한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중국이 시장경제를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40년 가까운 개혁·개방의 과정에서 중국은 시장경제로의 전환을 대체로 완료하였고,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될 만큼 경제규모도 커졌으니, 이제 더 이상 남들 얘기 듣지 않고 중국 나름의 길을 모색하겠다는 선언을 공개적으로 한 셈이다.

중국이 2010년부터 추진한 이른바 성장전략의 전환 역시 G2 시대와 관련된다. 성장전략의 전환이란 개혁·개방 이후 중국이 줄곧 지향했던 수출지향형 고도성장 전략을 포기하고 앞으로는 내수소비 중심의 안정성장 전략으로 전환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중국 국내의 과잉투자나 소득 불평등 확대에 대한 나름의 장기적 대응이다. 그렇지만 다른 한편으로 중국의 경제규모가 너무 커져서 더 이상 해외시장에 의존해 성장하기 어렵다는 인식도 담고 있다. 중국은 이미 2008년 이후 세계 최대의 수출국이다. 수출액은 2012년 이후 매년 2조달러가 넘는다.

그렇다보니 더 이상 중국이 세계경제 성장이나 세계무역 증가율을 뛰어넘어 수출을 대폭 늘리기에는 덩치가 너무 크다. 더욱이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세계 무역성장률은 세계 경제성장률을 5년째 하회하고 있다. 결국 중국이 향후 6~7%대의 중속 성장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어떻게든 내부에서 성장동력을 찾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성장률의 장기적 하락을 감수하고라도 그걸 하자는 것이 성장전략 전환이다. 실제로 미국과 일본과 같은 경제 대국일수록 내수 중심의 경제이다. 성장전략 전환의 결과 중국의 무역의존도(무역액/GDP) 역시 2006년 4.5%에서 2015년 36% 수준으로 낮아졌다. 이제 미국(26.8%)이나 일본(31.4%, 2014년)과 유사한 수준이다.

▣ 산업성장, 국제분업, 해외투자 구조

G2 시대는 중국 산업성장과 혁신의 동력도 변화시키고 있다. 과거에는 저렴한 비용경쟁력과 해외투자 유치를 통한 수출산업의 성장이 산업 성장과 고도화의 주력이었다. 팍스콘 같이 외자기업이 수십만명의 노동자를 고용해 애플에 휴대폰을 납품하는 구조가 대표적이다. 즉 수출주도형 고도성장기에 중국 산업성장의 원천은 저렴한 요소였다. 그러나 최근 그 산업성장의 주요 동력이 바뀌고 있다. 즉 저렴한 요소에 의존하지도 않고, 무슨 대단한 기술적 혁신이 있는 것도 아닌데, 그냥 G2 규모로 성장한 국내시장과 산업을 적절히 결합시킴으로써 엄청난 성공과 성장을 이루는 새로운 산업성장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알리바바, 탠센트, 바이두 같은 IT 서비스의 성장이 대표적이다. 세계 최대의 인터넷 및 휴대폰 사용 인구가 성공의 바탕이다. 고속철도, 전기차, 풍력・태양광, 드론 등 신산업의 부상이나, 금융, 중화학, 인프라 산업의 성장 역시 마찬가지다. 거대한 시장규모를 바탕으로 규모의 경제, 집적의 이익, 시장보호, 정부의 수요 창출을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산업이 성장하고 있다. 이들은 다시 국내에서 구축한 경쟁력을 바탕으로 해외에 진출한다.

중국 산업이 글로벌 경제와 맺고 있는 분업구조도 변화하고 있다. 지금까지 중국은 세계 제조업의 생산기지이자 하위 파트너로서 일본, 한국, 대만 등 동북아 지역 파트너들이 생산한 원자재와 부품을 조립하여 세계시장에 수출하는 구조를 갖고 있었다. 그렇지만 이미 중국의 일인당 GDP는 8,000달러가 넘는다. 특히 중국은 글로벌 경제위기 이후 내수소비 기반 육성을 위해 적극적으로 임금인상을 실시했다. 때문에 중국의 비용경쟁력은 빠르게 악화되었고, 그 결과 완구, 의류, 전자 등 노동집약적 산업의 해외 이전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도 이를 회피하기보다는 해외 제조업 가공기지를 육성하는 등의 방식으로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과거 동북아 분업구조의 하위 파트너에서, 새로운 탈중국 글로벌 가치사슬(next China) 형성을 주도하는 국가로 변모하고 있다. 중국의 동부 연해지역에서 이전되는 노동집약적 제조업 가치사슬이 앞으로 아시아나 아프리카 어디선가 형성된다면, 그곳에서 중국은 이제 그 가치사슬에 필요한 자본, 원자재, 중간재, 시장을 제공하는 주도적인 조직자가 되려고 할 것이다. 그리고 과거 자신의 상위 파트너였던 한국, 일본, 대만과 경쟁하게 될 것이다.

해외투자도 마찬가지다. 중국이 난데없이 일대일로 사업이나 AIIB 설립을 추진하고 있는 것도 G2 경제로 전환한 중국이 직면한 경제적 필요성 때문이다. 과거 중국의 해외투자는 주로 기존시장에 대한 수출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자원・기술・브랜드를 확보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과정에서 중국은 호주, 미국, 아프리카 등 각국과 적지 않은 마찰을 일으키기도 했다. 반면 일대일로나 AIIB가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은 특히 대규모 인프라 투자를 통한 새로운 시장 창출이다. 이미 포화된 기존 시장 대신 아직 활성화되지 않은 아시아・아프리카 지역에 새로운 소비재 시장을 창출하고, 나아가 탈중국 글로벌 가치사슬(next China) 형성을 중국이 주도하기 위한 조건도 창출하자는 계획이다. 이제 중국은 저부가가치 소비재 말고도 팔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가 많다. 노동집약적 제조업의 해외이전도 불가피하다. 그런데 중국이 만드는 소비재의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는 곳도, 또 이제 본격적으로 만들어 수출하기 시작한 원자재나 중간재를 사들여 차세대 중국으로 부상할 생산기지도 모두 선진국이 아닌 신흥국이다. 그리고 그 신흥국들이 몰려있는 아시아 아프리카 지역의 경제성장에서 가장 큰 병목은 미비한 운송, 에너지, 통신 인프라다. 따라서 일대일로 구상과 AIIB를 내세워 이 병목을 타개하겠다는 것이 G2 시대 중국의 새로운 해외투자 전략이다. 즉 중국이 가진 막대한 자금을 이용해 아시아 아프리카 신흥국에 인프라를 확충하여 중국의 미래 시장이자 생산기지를 선점해보겠다는 것이다.

▣ 터널 시야에서 벗어나자

몇 년 전까지 한국은 중국을 가장 잘 이해할 수 있는 나라라고 말해지기도 했다. 이는 틀린 말이 아니었다. 중국이 지향했던 수출지향형 고도성장을 한국이 먼저 경험했기 때문이다. 중국이 우리와 유사한 길을 걷고 있었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중국을 잘 예측하고 대비할 수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등장한 많은 중국발 뉴스들은 우리에게 낯설다. 연초 라스베가스 CES에서 보인 중국 기업들의 약진, 하룻밤에 16조 원의 매출을 기록한 알리바바, 그저그런 짝퉁업체로 알고 있던 샤오미의 혁신, 고속철 수출 세계 1위, AIIB의 성공적 출범, 중형 여객기 제조, 중국 자본의 국내 IT/컨텐츠 기업 인수, 성장률이 6%대로 떨어졌는데도 여전히 경기부양보다 구조개혁을 중시하겠다는 시진핑의 태도까지 당최 놀랍고 의아한 일 투성이다.

이러한 변화가 하룻밤 사이에 일어났을 리 없다. 그동안 우리가 중국의 변화를 놓치고 있었던 것이다. 문제는 중국을 보는 우리의 시야에 있을 수도 있다. 중국은 더 이상 시차를 두고 한국의 경제와 산업이 겪었던 성공의 경험을 추종하고 있는 나라가 아니다. 장기적으로 G2 시대를 준비하면서, 과거와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앞으로 중국의 변화를 이해하려면 중국과 우리가 하나의 트랙에서 속도경쟁을 벌인다고 생각해 온 기존의 관점을 바꾸어야 한다. 전자, IT, 철강, 조선, 석유화학 등 우리가 잘한다고 생각하는 영역에서 벌어지는 중국 산업의 빠른 추격에 몰두해서 초조해하는 동안 어느새 중국을 보는 우리의 시야는 좁아져버렸다. 속도감이나 위기감 속에 빠져있을 때 흔히 나타난다는 일종의 터널시야 현상이다. 그 터널시야가 G2 시대 중국의 변화를 이해하는 데 방해가 되고 있다. 물론 중국의 변화를 폭넓게 이해하기 위한 방법은 많다. 그렇지만 현 시점에서 G2 시대의 출범이라는 관점은 중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다양한 변화를 이해하는 데 있어 유용하다. 일단 중국의 변화를 두루 놓치지 않고 볼 줄 알아야 그 속에서 우리 몫의 기회와 도전도 찾아낼 수 있을 것이다.


= = = = = = =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KoreaViews *스크랩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환율 원자재 국제금융센터 외교 AI 암호화페 북한 외환 중국 반도체 인공지능 미국 인구 한은 논평 에너지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코로나 금리 자본시장연구원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산업연구원 생성형AI 채권 한국금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일본은행 BOJ 자동차 칼럼 ICO 국회입법조사처 한국 KIEP 미중관계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IBK투자증권 TheKoreaHerald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KIET NBER OECD 대신증권 무역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ECB EU IBK기업은행 IEA LG경영연구원 PF PIIE 경제학 공급망 관광 광물 규제 기후변화 로봇 로봇산업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AI반도체 Bernanke CBDC CEPR DRAM ESG HBM IPEF IRA ITIF KDB미래전략연구소 KISTEP KOTRA MBC라디오 NIA NIPA NYSBA ODA RSU SNS Z세대 iM증권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소통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씨티그룹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트럼프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