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블로그 검색◀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전에 알아야 할 각종 문제들 - 보고서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 보도가 집중되고, 국민 사이에서는 여러 논의가 이루어진다. 그 중 하나가 과연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형벌이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과연 사형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더구나,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이 이후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사이 감형을 받고 풀려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차라리 가석방을 평생 고려하지 않는 종신형을 신설하면 어떨까 하는 얘기가 나온다. 

얼핏 듣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새 형벌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문제가 간단치 않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終身刑) 제도 도입의 전제』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논의,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개관, 이론적·현실적 측면의 검토, 대안에 대한 검토, 국민 안전과 수형자 인권 사이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는 '현실적 측면에서의 검토' 부분을 소개한다. 보고서 전문은 맨 아래 링크를 통해 구할 수 있다.


가. 추가 비용에 대한 검토

현실적 측면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도입은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지적되고 있는 것은 제도 도입으로 인한 추가 비용의 발생이다. 이러한 논의들은 주로 사형 제도와 연계하여 사형 대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부과할 경우 발생할 비용에 대한 논의가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현재 사형 수용자 1인당 연간 소요되는 예산은 무기수형자의 경우와 다르지 않으며, 연간 직접경비와 간접경비를 합하여 인당 31,737,311원 가량이 소요되고 있다.

사형 폐지의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한다는 전제 하에, 현재 사형 선고를 받아야 할 자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이라 본다면 직접적으로 추가 발생하게 될 비용의 액수는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형의 장기 미집행으로 인해 이미 사형수들에 대하여 무기형 수형수들과 동일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2015년 이후 새롭게 수감된 사형수는 없다. 

범위를 넓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가 도입되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이 모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이라 가정할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2012년에서 2021년까지 10년간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자는 13명으로, 연평균 1.3인에 불과했다.

물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과 병존하는 방식으로 도입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우려할 정도의 큰 비용을 추가적으로 발생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성격상 그 대상은 기존의 사형수 내지 무기수의 일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집행 비용이 현재의 사형 내지 무기형 집행 비용과 다르지 않음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물론 무기수에게는 가석방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무기수 가석방 인원은 최근 10년간 연 평균 약 12인 내외에 불과했다. 이에 따르면 향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이들이 현행법상 전원 무기형을 선고받고 가석방이 된다고 보더라도 그로 절약될 수 있는 비용은 연간 약 5억 원 가량에 불과하다. 현 제도 하에서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정도의 흉악범에게 손쉽게 가석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나. 수형자 관리의 어려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수형자 관리상의 어려움이다. 관련 연구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일선의 교도관들 또한 희망이 없는 수형자의 관리가 더 어렵다고 진술하였다. 그 이유로는 석방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수형자의 입장에서는 굳이 교정시설의 지시나 교육에 따를 이유가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도입이 교정시설 일선의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에 부합하지 않는 연구결과들도 존재한다. 과거 미국에서 사형수 또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가 가석방 가능 종신형 수형자들에 비해 교정시설 내에서 규칙을 더 자주 위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었다. 미주리(Missouri) 주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한 위 연구는 사형수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가 가석방 가능 종신형 수형자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규칙을 자주 위반하지는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연구에 따르면 나이, 인종, 수감 기간은 총 규칙 위반 건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선고형의 종류와 규칙 위반 건수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2006년 플로리다(Florida) 주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장기수들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 사이 폭력적 위반행위(violent misconduct) 발생을 분석한 후속연구에서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교정시설 내 폭력적 위반행위 발생 가능성이 타 장기수들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발표되었고, 2018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와 가석방 가능 종신형 수형자 사이의 미주리 주 교정시설 내 규칙 위반 비교연구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선행연구 분석에 있어 대립하는 내용들이 혼란을 주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실제 우리 교정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정공무원들이 희망 없는 수형자들에 대한 관리상 어려움을 언급하고 있는 점, 미국의 선행 연구결과들에도 일정 부분 한계가 존재하는 점84)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교정시설 관리상의 부정적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국내 사례를 기초로 한 연구들이 조금 더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 범죄 발생과의 관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이 범죄 발생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이에 대한 연구를 쉽게 찾기는 어려우나, 비교적 최근인 2020년에 미국에서 수행된 연구 하나를 확인할 수 있다. 위 연구에 따르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숫자 증가 및 전체 수형자 중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비율 증가는 폭력범죄 감소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으나, 전체 종신형 수형자 중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비율은 오히려 폭력범죄 발생과 정비례 관계에 있었고, 인구 대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수는 폭력범죄의 발생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위 결과들을 토대로 ① 인구 대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비율보다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수가 약한 수준에서 폭력범죄 감소와 연관을 가지고, ②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정기형(定期刑)에 비해 폭력범죄 감소에 효과적이기는 하나 가석방 가능 종신형으로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③ 외려 종신형 수형자들 중 가석방 불가 종신형 수형자 비율이 증가할수록 폭력범죄의 발생은 증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88) 연구자들은 종신형의 폭력범죄 예방 효과는 ‘가석방 없는(without parole)’이 아닌 ‘종신(life)’이라는 측면에 있는 것이라 보면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폭력범죄 감소 효과가 관련 비용에 비해 크지 않아 범죄 감소 전략으로서는 타당한 전략이라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물론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나아가 국가가 부과하는 형벌은 단순히 범죄의 감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뚜렷한 범죄예방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우며, 이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의 근거 중 하나로 직접적 범죄감소 효과를 제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을 뜻한다.

라. 망확대(net-widening) 효과

일각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이 일종의 망확대(網擴大, net-widening)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는 사형을 대체하기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도입하였음에도 제도 도입 후 종전에 사형으로 처벌되지 않을 사람들에게까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부과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그 원인 중 하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 과정에서 그 적용 범위가 기존 사형 적용 범위에 비해 더 넓어졌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최근 우리 법원도 사형제를 존치한 상태에서 무기징역을 분화하는 형식으로 도입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실제로 단순히 무기형을 세분하여 가석방 가능 종신형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나누게 될 경우, 이는 사형의 대체형벌로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경우에 비해 그 적용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게 될 것이다. 「형법」의 경우 상습범 및 미수범 처벌규정을 제외하고도 29개 조문에서 법정 최고형으로 무기형만을 정하고 있고, 여러 특별법에서도 이러한 경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
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을 위해 무기형의 유형만을 나눌 경우, 법정 최고형이 가석방 가능 무기형인 위 범죄들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선고가 가능하게 된다. 즉, 위 각 범죄에 대한 법정형 상한은 개별적 검토 없이 일괄하여 강화될 것이다. 무기형의 세분화가 개정의 경제성·용이성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임은 분명하나, 이와 같은 결과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고자 한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 ★★★★★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스크랩 부동산 KoreaViews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원자재 환율 외교 국제금융센터 암호화페 북한 외환 중국 인구 한은 반도체 에너지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코로나 금리 AI 미국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논평 수출 자본시장연구원 중동 채권 일본은행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산업연구원 칼럼 한국금융연구원 BOJ ICO 일본 자동차 국회입법조사처 삼성증권 생성형AI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공지능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한국 IBK투자증권 KIEP TheKoreaHerald 미중관계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OECD 대신증권 무역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저출산 전쟁 ECB IBK기업은행 IEA KIET LG경영연구원 NBER PF 공급망 관광 광물 기후변화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본시장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환경 Bernanke CBDC DRAM ESG EU IPEF IRA KDB미래전략연구소 KOTRA MBC라디오 ODA PIIE RSU SNS Z세대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학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규제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봇 로봇산업 로슈 로이터통신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버냉키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씨티그룹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혁신 홍콩 횡재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