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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전에 알아야 할 각종 문제들 - 보고서

흉악범죄가 발생할 때마다 언론 보도가 집중되고, 국민 사이에서는 여러 논의가 이루어진다. 그 중 하나가 과연 흉악범죄를 저지르는 사람들에 대한 형벌이 너무 가벼운 것이 아닌가 하는 부분이다. 한국에서 사형 집행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어서 과연 사형 제도가 무슨 의미가 있느냐는 얘기도 나온다. 더구나, 사형 선고를 받은 사람이 이후 국민들의 관심이 떨어지는 사이 감형을 받고 풀려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제기된다. 그에 대한 대안으로 차라리 가석방을 평생 고려하지 않는 종신형을 신설하면 어떨까 하는 얘기가 나온다. 

얼핏 듣기에는 그럴듯해 보이지만, 새 형벌 제도를 도입한다는 것은 문제가 간단치 않다. 이와 관련해 국회입법조사처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終身刑) 제도 도입의 전제』라는 보고서를 발간했다. 보고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 논의,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개관, 이론적·현실적 측면의 검토, 대안에 대한 검토, 국민 안전과 수형자 인권 사이라는 내용으로 이루어져 있다. 여기서는 '현실적 측면에서의 검토' 부분을 소개한다. 보고서 전문은 맨 아래 링크를 통해 구할 수 있다.


가. 추가 비용에 대한 검토

현실적 측면에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도입은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가장 먼저 지적되고 있는 것은 제도 도입으로 인한 추가 비용의 발생이다. 이러한 논의들은 주로 사형 제도와 연계하여 사형 대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부과할 경우 발생할 비용에 대한 논의가 주된 내용을 이루고 있다. 현재 사형 수용자 1인당 연간 소요되는 예산은 무기수형자의 경우와 다르지 않으며, 연간 직접경비와 간접경비를 합하여 인당 31,737,311원 가량이 소요되고 있다.

사형 폐지의 대안으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한다는 전제 하에, 현재 사형 선고를 받아야 할 자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이라 본다면 직접적으로 추가 발생하게 될 비용의 액수는 크지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사형의 장기 미집행으로 인해 이미 사형수들에 대하여 무기형 수형수들과 동일한 비용이 지출되고 있기 때문이다. 나아가 2015년 이후 새롭게 수감된 사형수는 없다. 

범위를 넓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가 도입되어 1심에서 사형을 선고받은 피고인들이 모두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것이라 가정할 경우에도 다르지 않다. 2012년에서 2021년까지 10년간 1심에서 사형 선고를 받은 자는 13명으로, 연평균 1.3인에 불과했다.

물론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사형과 병존하는 방식으로 도입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또한 우려할 정도의 큰 비용을 추가적으로 발생시키지는 않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성격상 그 대상은 기존의 사형수 내지 무기수의 일부를 차지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 집행 비용이 현재의 사형 내지 무기형 집행 비용과 다르지 않음은 앞서 언급한 바와 같다. 

물론 무기수에게는 가석방 가능성이 존재한다. 그러나 무기수 가석방 인원은 최근 10년간 연 평균 약 12인 내외에 불과했다. 이에 따르면 향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이들이 현행법상 전원 무기형을 선고받고 가석방이 된다고 보더라도 그로 절약될 수 있는 비용은 연간 약 5억 원 가량에 불과하다. 현 제도 하에서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선고받을 정도의 흉악범에게 손쉽게 가석방이 이루어지고 있다 보기도 어려울 것이다.

나. 수형자 관리의 어려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의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는 것 중 하나는 수형자 관리상의 어려움이다. 관련 연구자의 인터뷰에 따르면 일선의 교도관들 또한 희망이 없는 수형자의 관리가 더 어렵다고 진술하였다. 그 이유로는 석방의 가능성이 매우 희박한 수형자의 입장에서는 굳이 교정시설의 지시나 교육에 따를 이유가 없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이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도입이 교정시설 일선의 어려움을 야기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그러나 이에 부합하지 않는 연구결과들도 존재한다. 과거 미국에서 사형수 또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가 가석방 가능 종신형 수형자들에 비해 교정시설 내에서 규칙을 더 자주 위반하는지 여부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가 진행된 바 있었다. 미주리(Missouri) 주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한 위 연구는 사형수나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가 가석방 가능 종신형 수형자에 비해 통계적으로 유의미하게 규칙을 자주 위반하지는 않는다고 결론내렸다. 연구에 따르면 나이, 인종, 수감 기간은 총 규칙 위반 건수에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나타났으나, 선고형의 종류와 규칙 위반 건수 사이에는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관계가 나타나지 않았다.

2006년 플로리다(Florida) 주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하여 장기수들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 사이 폭력적 위반행위(violent misconduct) 발생을 분석한 후속연구에서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교정시설 내 폭력적 위반행위 발생 가능성이 타 장기수들과 유의미한 차이가 없다는 결과가 발표되었고, 2018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와 가석방 가능 종신형 수형자 사이의 미주리 주 교정시설 내 규칙 위반 비교연구에서도 결과는 다르지 않았다.

선행연구 분석에 있어 대립하는 내용들이 혼란을 주는 측면이 있다. 그러나 실제 우리 교정시설에서 근무하고 있는 교정공무원들이 희망 없는 수형자들에 대한 관리상 어려움을 언급하고 있는 점, 미국의 선행 연구결과들에도 일정 부분 한계가 존재하는 점84)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교정시설 관리상의 부정적 영향을 정확히 예측하기 위해서는 국내 사례를 기초로 한 연구들이 조금 더 필요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 범죄 발생과의 관계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이 범죄 발생에는 어떠한 영향을 미쳤을까. 이에 대한 연구를 쉽게 찾기는 어려우나, 비교적 최근인 2020년에 미국에서 수행된 연구 하나를 확인할 수 있다. 위 연구에 따르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숫자 증가 및 전체 수형자 중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비율 증가는 폭력범죄 감소에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영향을 미쳤으나, 전체 종신형 수형자 중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비율은 오히려 폭력범죄 발생과 정비례 관계에 있었고, 인구 대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수는 폭력범죄의 발생과 통계적으로 유의미한 연관이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자들은 위 결과들을 토대로 ① 인구 대비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비율보다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수형자의 수가 약한 수준에서 폭력범죄 감소와 연관을 가지고, ②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정기형(定期刑)에 비해 폭력범죄 감소에 효과적이기는 하나 가석방 가능 종신형으로도 같은 효과를 거둘 수 있으며, ③ 외려 종신형 수형자들 중 가석방 불가 종신형 수형자 비율이 증가할수록 폭력범죄의 발생은 증가할 수 있다고 판단하였다.88) 연구자들은 종신형의 폭력범죄 예방 효과는 ‘가석방 없는(without parole)’이 아닌 ‘종신(life)’이라는 측면에 있는 것이라 보면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폭력범죄 감소 효과가 관련 비용에 비해 크지 않아 범죄 감소 전략으로서는 타당한 전략이라 보기 어렵다고 결론내렸다.

물론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나아가 국가가 부과하는 형벌은 단순히 범죄의 감소만을 목적으로 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아직까지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의 뚜렷한 범죄예방 효과를 입증하는 연구결과들을 찾아보기는 어려우며, 이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 도입의 근거 중 하나로 직접적 범죄감소 효과를 제시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음을 뜻한다.

라. 망확대(net-widening) 효과

일각에서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이 일종의 망확대(網擴大, net-widening) 효과를 불러올 수 있다는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이는 사형을 대체하기 위해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를 도입하였음에도 제도 도입 후 종전에 사형으로 처벌되지 않을 사람들에게까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이 부과되는 현상을 가리키는 것이다. 미국의 경우 그 원인 중 하나로 가석방 없는 종신형 제도 도입 과정에서 그 적용 범위가 기존 사형 적용 범위에 비해 더 넓어졌다는 점이 지적되었다.

최근 우리 법원도 사형제를 존치한 상태에서 무기징역을 분화하는 형식으로 도입되는 가석방 없는 종신형은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넓어질 우려가 있음을 지적하였다. 실제로 단순히 무기형을 세분하여 가석방 가능 종신형과 가석방 없는 종신형으로 나누게 될 경우, 이는 사형의 대체형벌로서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는 경우에 비해 그 적용 범위가 상당히 넓어지게 될 것이다. 「형법」의 경우 상습범 및 미수범 처벌규정을 제외하고도 29개 조문에서 법정 최고형으로 무기형만을 정하고 있고, 여러 특별법에서도 이러한 경우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기 때문
이다.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도입을 위해 무기형의 유형만을 나눌 경우, 법정 최고형이 가석방 가능 무기형인 위 범죄들에 대해서는 예외 없이 가석방 없는 종신형의 선고가 가능하게 된다. 즉, 위 각 범죄에 대한 법정형 상한은 개별적 검토 없이 일괄하여 강화될 것이다. 무기형의 세분화가 개정의 경제성·용이성을 고려할 수 있는 방안임은 분명하나, 이와 같은 결과가 가석방 없는 종신형을 도입하고자 한 취지에 부합하는 것인지는 의문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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