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8

(보고서) 브렉시트에 대한 외교안보연구소의 설명 자료

(※ 국립외교원 외교안보연구소가 발간한 보고서 전문이다. 보고서 원제는 『영국의 EU 탈퇴와 향후 전망』이다.)

■ 영국의 EU 탈퇴와 향후 전망

세계가 숨죽이며 지켜봤던 2016년6월 23일 영국의 유럽연합(EU) 잔류/탈퇴 국민투표는 영국의 탈퇴(Brexit·브렉시트)로 결론이 났다. 투표율 72%에 ▲탈퇴(Leave) 51.9%(17,410,742표), ▲잔류(Remain) 48.1%(16,141,241표)로 결정된 영국의 EU 탈퇴는 65년 유럽통합 역사에서 회원국이 탈퇴하는 최초의 사례이다. 영국은 43년간의 EU 회원국 지위를 버림으로써 오랫동안 축적된 정책의 변화와 정체성의 재조정에 직면했다.

EU는 세계 최대 경제 및 교역 블록(전 세계 수출 및 수입의 16%), 제1위 해외직접투자지(유입/유출)이며, 28개 EU 회원국의 총인구는 5억명에 달한다. 따라서 EU 내 2위, 세계 5위 경제대국인 영국의 EU 탈퇴는 이미 세계 경제와 국제정치의 불안정성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외환·금융 시장의 혼란뿐만이 아니라 정치적 파장도 클 전망이다. 또한, UN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소위 ‘P5’)이자 유럽 최대 군사대국인 영국의 EU 탈퇴는 국제 관계의 힘의 균형에 변동요인이 될 것이다.

(사진출처: reuters.com)

■ 영국의 EU 탈퇴 시나리오와 파장

영국의 EU 탈퇴는 크게 3단계 과정을 거칠 전망이다. 제1단계는 영국이 EU에서 정식으로 탈퇴절차를 밟는 것이다. 제2단계는 영국과 EU의 새로운 관계에 양측이 합의하는 것이다. 제3단계는 영국이 국내법에 흡수된 기존의 EU법을 대체하는 새로운 국내법을 만들고 EU의 일부로서 체결한 조약(예: 한·EU FTA 등)을 대체하기 위한 새로운 국제조약을 해당 국가들과 체결(예: 한·영 FTA)하는 한편, EU는 영국의 탈퇴에 따라 영향을 받는 EU 법과 제도를 재정비하고 필요한 경우 EU가 제3국과 체결한 조약을 재협상을 거쳐 수정(예: 한·EU FTA 재협상)하는 것이다. 현재 EU는 한국을 비롯하여 53개 경제권과 FTA를 발효한 상태이며, 이외에도 미국, 일본 등과 FTA 협상을 진행 중이다. 이 전체 과정에 영국 정부는 최대 10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이러한 과정은 영국과 EU의 엄청난 행정력과 시간 투입을 필요로 하는 것이며, 관련 제3국도 상당한 인력과 시간 소요가 불가피하다. 무엇보다 모든 것이 안정화되기까지 불가피한 불확실성이 유럽인들은 물론 유럽 밖의 기업과 개인에게까지 불안정과 혼란을 야기할 것으로 보인다. EU 탈퇴에 찬성표를 던진 영국인들은 글로벌화에 대한 반발로 탈퇴를 지지했지만, 역설적으로 영국의 EU 탈퇴 과정은 이들에게 글로벌화의 실체를 선명하게 드러내는 시간이 될 것이다.

⑴ 제1단계: 영국의 EU 정식 탈퇴 의사 표명

제1단계인 영국의 EU 탈퇴 절차는 유럽이사회(European Council)에 영국이 EU 정식 탈퇴 의사를 표명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리스본 조약’ 50조에 따라 영국의 정식 탈퇴 의사 표명 2년 안에 EU 탈퇴가 완료되게 된다. 탈퇴 협상에서는 영국과 EU 간의 공동 자산 배분, EU와 영국의 예산 정산, 영국에 거주하는 EU 27개(즉 영국 제외) 회원국 시민들과 EU 27개국에 거주하는 영국인들의 향후 법적 지위 등의 내용이 포함된다. 또한, 탈퇴 후 새로운 영국·EU 관계의 형태도 고려 대상이다.

탈퇴 안(案)은 ▲EU 회원국의 가중다수결제(즉 55% 이상의 회원국이 찬성, 찬성 회원국 인구의 합이 EU 인구의 65% 이상이어야 함)와 ▲유럽의회의 동의로써 최종 통과된다. 만약 영국과 EU가 탈퇴 조약에 합의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탈퇴 의사 표명 2년 후에는 영국이 자동적으로 탈퇴된다. EU 이사회의 만장일치 결정, 즉 EU 27개 회원국 전부의 동의에 따라 협상 기한을 연장할 수는 있다. 만약 영국이 탈퇴 완료 후 재가입을 원한다면, 기존의 다른 가입후보국과 마찬가지로 ‘리스본 조약’ 49조에 의한 가입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이 협상 과정 동안, 즉 정식으로 탈퇴 협상이 마무리되기까지는 영국이 기존과 동일한 EU 회원국의 권리와 의무를 가지도록 조약에 명시되어 있으나, ‘브렉시트’ 국민투표 결과가 나온 후 영국은 이미 EU 회원국으로서의 지위가 약화되고 있다. EU 집행위원회의 금융 담당인 영국 집행위원 조너선 힐(Jonathan Hill)이 6월 25일 사임 의사를 밝힌 것이 일례이다.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Angela Merkel) 총리가 영국과의 협상 과정에서 EU가 “특별히 못되게 굴 필요는 없다(no need to be particularly nasty)”고 말한 것은 그만큼 영국에 대한 27개국의 부정적인 감정이 탈퇴 협상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반영될 우려를 보여주는 것이다.

6월 24일 데이비드 캐머론(David Cameron) 영국 총리가 사임 의사를 밝히면서 영국의 EU 탈퇴 협상이 보수당의 새로운 당수가 정해지고 난 후 새로운 총리 아래에서 진행되기를 바란다고 밝혔으나, 장 클로드 융커(Jean-Claude Juncker) EU 집행위원장, 마틴 슐츠(Martin Schulz) 유럽의회 의장 및 주요국 정상들은 조속한 탈퇴 협상 시작을 영국에 종용하고 있다. EU로서는 탈퇴 협상을 최대한 단시간에 끝냄으로써, 영국의 EU 탈퇴를 원치 않았던 EU 27개 회원국이 영국으로 인해 불가피하게 감당해야 하는 혼란과 불안정을 최소화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영국이 EU 탈퇴 이후에도 경제, 정치, 사회, 국방 등의 면에서 여전히 중요한 EU의 파트너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협상 과정을 원만하게 진행시키는 것은 양측 모두 장기적으로 중요한 과제이다. 또한, 2017년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있는 프랑스의 프랑수아 올랑드(François Hollande) 대통령과 같은 해 9월 총선을 앞둔 메르켈 총리로서는 각각 대통령 재선과 총리 4선을 달성하기 위해 ‘브렉시트’가 자국 국내정치에 미칠 악영향을 최소화하도록 조속히 EU 측 협상 당국과 협상 로드맵을 정하는 등 구체적인 계획을 제시하여 상황을 안정화시킬 필요가 있다.

⑵ 제2단계: 영국과 EU의 새로운 관계 수립

탈퇴 과정의 제2단계인 영국과 EU의 새로운 관계는 대략 4~7가지 시나리오가 제기되어 왔다. ▲노르웨이형, ▲스위스형, ▲터키형, ▲EU·영국 FTA형(즉 EU·캐나다 FTA와 유사한 형태) 등이 그것이다. 이중 현 EU 회원국의 지위와 가장 유사한 것이 ‘노르웨이형’으로 유럽경제지역(EEA: European Economic Area)의 일부가 되는 것이다. EEA는 노르웨이, 아이슬란드, 리히텐슈타인과 EU 28개 회원국으로 구성된 단일 통합시장으로 1994년 설립되었으며, EEA 역내에서 상품과 서비스는 물론 역내 국민들이 여행과 거주, 노동에서 동등한 권리를 부여받는다.

이중 경제적으로 영국과 EU에게 가장 혼란을 작게 야기하는 것은 EEA에 가입하는 것이다. 그러나 탈퇴 지지 진영의 주요 논리가 이민 통제였던 점을 고려할 때, 탈퇴파가 주축이 될 가능성이 높은 영국의 새로운 내각이 정치적으로 이를 추구하기는 정당성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영국은 이 중 어떠한 대안으로도 현재와 동일한 수준의 EU 시장 접근을 확보할 수 없으며, 탈퇴에 따른 EU 입법에 대한 투표권 상실로 EU 시장 규제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새로운 영국·EU 관계 설정을 위한 협상에서 EU가 다른 국가들의 추가적 탈퇴 시도를 차단하기 위해 영국에 현재와 같은 수준의 EU 시장 접근을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며, 브렉시트 투표 결과 직후 나온 유럽 주요 정치인들의 반응을 보더라도 이러한 견해를 무시할 수는 없다. 그러나 2014년 GDP 기준 EU 내 2위(세계 5위) 경제대국인 영국의 경제력을 감안할 때 상호 공동의 경제적 이익을 위한 수준까지는 상호 시장 접근 허용에 합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⑶ 제3단계: 영국의 제3국과의 FTA 체결과 EU의 기존 FTA 재협상

제3단계인 영국의 제3국과의 FTA 체결이나 EU의 기존 FTA 재협상 등은 2단계가 마무리되는 시점에 본격적으로 시작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과 EU가 각각 제3국과의 통상협상에 돌입하기 위해서는 영국·EU 간 통상 관계가 상당 부분 명확해질 필요가 있다. 통상이 EU의 배타적 권한이기 때문에 EU 회원국으로 있었던 지난 43년 동안 영국은 통상 협상을 EU 집행위원회를 통해 다루어 왔다. 그러나 3단계에서는 영국이 단독으로 통상 협상을 진행해야 하는 새로운 통상 환경에 적응하고 동시에 다수의 통상 협상을 진행하는 데 따르는 행정적, 정치적 부담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영국의 EU 탈퇴 문제에 양측의 행정력 집중이 불가피하고 영국 경제가 EU 경제에 포함되지 않아 협상의 셈법이 달라짐에 따라, 현재 EU가 협상을 진행 중인 EU·미국 FTA, 즉 소위 ‘범대서양 무역투자동반자협정(TTIP: Transatlantic Trade and Investment Partnership)’과 EU·일본 FTA 등의 진전이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예상된다. EU·미국 FTA와 일본·FTA 모두 중국의 경제적 부상에 대응한다는 의미도 있기 때문에, ‘브렉시트’로 인한 이 두 FTA의 지연은 세계 통상 환경의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다.

■ ‘브렉시트’의 정치·외교·안보적 함의와 전망

영국의 EU 탈퇴는 정치적 측면에서 EU의 정책결정 과정에 지연을 초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투표 전부터 EU 집행위원회는 6월 23일 영국 국민투표 때까지 난민 관련 입법, EU의 7년 장기 예산안 검토 등 영국에서 EU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자극할 수 있는 정책 제안 상정을 중단했었다. 그리고 6월 말까지 EU가 발표하기로 했었던 EU의 글로벌 전략(‘EU Global Strategy on Foreign and Security Policy’)도 그 수정이 불가피한 상황이 되었으므로, 발표가 연기될 것으로 보인다.

영국의 탈퇴 협상과 그 후속 조치에 EU의 정치력과 행정력이 집중되고, EU 각 기구들에 속해 있는 영국인 직원들의 동요 역시 완전한 차단이 어렵기 때문에 EU는 일상적인 정책결정 과정을 수행하는 것에도 당분간 부담을 가질 가능성이 높다. 이러한 행정적 부담은 다른 회원국의 추가적인 EU 탈퇴 시도를 막기 위해 반(反) EU 정서를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정치적 부담과 맞물려, EU가 난민 문제나 유로존 문제와 같은 비(非)인기 정책을 과감하게 추진하는 데 어려움을 야기할 것이다.

영국의 EU 탈퇴로 인해 외교·안보 면에서 EU의 영향력 약화가 예상된다. 우선, 외교적 차원에서, EU의 주변 지역에 대한 영향력 약화와 ‘규범 외교(normative diplomacy)’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이번 투표 결과의 중심에 이민 증가에 대한 반발이 있고, 유럽 전반에 반(反)이민 정서가 팽배한 상황에서 새로운 국가의 EU 가입은 당분간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연초 난민 문제 대응을 위한 EU·터키 간 협력이 터키의 EU 가입 가속화를 전제로 합의되었으나, 이번 투표 결과로 인해 유럽 각국은 대량이민 유입을 초래할 수 있는 EU 확대에 매우 소극적일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영국의 고립주의가 다른 유럽 국가의 국내 정치에도 영향을 미친다면 민주주의, 법치, 인권의 가치를 내세우는 EU의 ‘규범 외교’도 이전보다 직접적인 국익을 우선시하라는 압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영국의 EU 탈퇴는 EU의 제재 정책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 영국은 전통적으로 강도 높은 EU 제재를 추진하는데 주도적 역할을 해 온 국가 중 하나이다. 영국 없는 EU에서 낮은 수준의 제재를 선호하는 국가들의 목소리가 커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그러나 EU 탈퇴 후 영국이 더 이상 EU의 제재 정책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영국은 EU 및 미국과 제재 공조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보 부문에서는 유럽의 방위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 North Atlantic Treaty Organization)를 주축으로 이루어지고, 영국은 EU 탈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NATO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단기적 안보에는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영국의 EU 탈퇴 투표가 단순히 반(反) EU 정서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고 글로벌화에 대한 반감과 자국 이익 우선주의가 그 요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영국의 유럽 및 세계 안보에서의 역할에 의구심이 제기된다. 이미 긴축 재정으로 국방 예산을 삭감해 온 영국이 EU 탈퇴와 함께 전반적인 안보 역할 축소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EU 내 최대 군사력을 보유한 영국의 부재는 EU의 공동안보방위정책(CSDP: Common Security and Defense Policy)의 잠재력을 훼손하는 것이다. 영국이 자체 군사력에 비해 CSDP 임무에 소극적이었던 것은 사실이나 CSDP의 설립과 발전에 있어서 프랑스와 함께 중요한 견인차 역할을 해 온 것 또한 부인할 수 없다. 영국은 EU 탈퇴 후에도 노르웨이 등 다른 유럽 국가와 유사하게 CDSP 임무에 참여 가능하나, CSDP 임무 수립 등 의사 결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없는 상황에서 영국이 얼마나 적극성을 보일지는 미지수이다.

또한, 영국이 더 이상 EU에 속하지 않게 되면서, EU가 2002년 12월 16일 NATO와 합의했던 ‘베를린 플러스 협정(Berlin Plus agreement)’에 따른 EU의 NATO 자산 사용이 이전보다 용이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영국은 NATO 중심의 활동을 ‘브렉시트’ 이후 더 선호할 가능성이 높아 EU와 NATO 간 경쟁이 심화될 수 있으므로, EU와 NATO는 유럽과 글로벌 안보에서 새로운 역할 분담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또한, EU의 공동외교안보정책(CFSP: Common Foreign and Security Policy) 발전이 영국과 프랑스의 주도로 이루어진 것에 비추어 영국의 EU 탈퇴는 독일이 영국을 대체하는 안보 세력으로 EU 내에서 역할을 할 의지와 능력을 시험하는 계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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