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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피동형은 글의 힘을 떨어뜨린다

(※ 배상복 중앙일보 어문연구소 기자님이 국회예산정책처가 발간한 '예산춘추'에 기고한 글을 공유한다. )


피동형은 글의 힘을 떨어뜨린다

요즘 글에서 나타나는 두드러진 현상 가운데 하나가 피동문이 늘었다는 점이다. 피동문이란 피동사가 서술어로 쓰인 문장을 말한다. 능동적 주체가 될 수 없는 무생물(무정물)을 주어로 한다. 영어에서 주로 사용하는 문장 형태다. 영어에서는 동사의 유형을 바꿈으로써 능동문과 피동문이 자유롭게 구사되고, 무생물을 주어로 쓰는 데 익숙해 있다.

우리말에서도 이 같은 피동형이 쓰이기는 하나 그리 흔한 것은 아니었다고 한다. 영어의 영향을 받아 피동형 문장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말에서는 피동형을 쓰면 문장이 어색해진다. 또 행위의 주체가 잘 드러나지 않아 뜻이 모호해지고 전체적으로 글의 힘이 떨어진다. 얘기할 때는 대부분 행위의 주체를 주어로 삼아 말하므로 문장도 능동형으로 써야 자연스럽다.

“정책이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는 문장을 보자. 행위의 주체가 아니라 행위의 대상이 주어가 돼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없어 보이고 글의 힘이 떨어진다. 이처럼 피동형 문장은 주체나 뜻이 분명하게 드러나지 않기 때문에 읽는 사람에게 강한 인상을 주기 어렵다. 능동형인 “정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야 한다.”로 작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근래 들어서는 이중피동을 남용하는 경향도 나타나고 있다. 이중피동이란 피동을 겹쳐 쓰는 것을 말한다. ‘부르다’를 예로 들면 피동인 ‘불리다’에 피동을 만드는 접미사 ‘~지다’를 덧붙여 ‘불려지다’로 쓰는 것을 가리킨다. ‘보여지다’, ‘모여지다’, ‘되어지다’, ‘쓰여지다’, ‘짜여지다’, ‘바뀌어지다’ 등도 피동에 불필요하게 ‘~지다’를 덧붙인 형태다.

“모여진 성금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여질 것으로 보여진다.”는 예문을 보자. 여기에서 ‘모여진’, ‘쓰여질’, ‘보여진다’는 모두 이중피동이다. 각각 ‘모인’, ‘쓰일’, ‘보인다’가 정상적인 피동이다. 따라서 “모인 성금은 재난을 당한 사람들에게 유용하게 쓰일 것으로 보인다.”로 고쳐야 한다.

이러한 이중피동은 피동의 뜻을 강조하려는 의도로 볼 수 있으나 무의미하게 피동을 겹쳐 쓰는 것이다. 우리말의 언어 체계를 파괴하는 일이기도 하다. 피동형 문장 자체가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마당에 한 발 더 나아가 이중피동을 마구 쓴다면 좋은 글로 평가받기 어렵다. 가급적 피동형 문장을 쓰지 말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고 이중피동을 사용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이중피동은 대부분 ‘~지다’가 덧붙여진 형태로 나타나므로 가급적 ‘~지다’ 표현을 줄여 쓰는 습관을 들이면 좋다.

사례 1: 이를 위해서는 지방재정이 하나의 예산으로 운영되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수입과 지출은 예산에 편성되어야 한다.

─ 행위의 주체가 될 수 없는 ‘지방재정’과 ‘모든 수입과 지출’이 주어가 돼 있고 ‘운영되어야’, ‘편성되어야’라는 피동사가 서술어로 연결돼 있다. 피동문으로 글의 힘이 떨어진다.

▶ 이를 위해서는 지방재정을 하나의 예산으로 운영해야 하고 지방자치단체의 모든 수입과 지출을 예산에 편성해야 한다.

사례 2: 「지방회계법」 제23조에 따라 징수기관과 수납기관은 분리되어야 한다.

─ ‘분리되어야 한다’는 피동형보다 ‘분리해야 한다’는 능동문이 바람직하다.

▶ 「지방회계법」 제23조에 따라 징수기관과 수납기관을 분리해야 한다.

사례 3: 영국에서는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용 관리와 별개로 중앙정부의 정책 시행으로 인해 지방재정이 열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구축되어 왔다.

─ ‘제도적 장치가 구축되어 왔다’는 피동문보다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왔다’는 능동문이 글의 힘을 더한다.

▶ 영국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운용 관리와 별개로 중앙정부의 정책 시행으로 인해 지방재정이 열악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구축해 왔다. 

사례 4: 당해 연도 예산이 집행되기 위해서는 전년도에 중기재정계획 수립과 투자심사를 거쳐 예산안편성 및 심의·확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 ‘집행되기’와 ‘이루어져야 한다’로 이어지는 피동형 문장이다. 특히 ‘이루어져야 한다’는 실체와 내용이 불분명해 영혼 없는 표현으로 비치기도 한다.

▶ 당해 연도 예산을 집행하기 위해서는 전년도에 중기재정계획 수립과 투자심사를 거쳐 예산안을 편성하고 심의·확정해야 한다.

사례 5: 단위사업 혹은 세부사업의 성과는 예산심사를 위해 투입 및 산출 지표로 관리되어야 한다. 

─ ‘관리되어야 한다’는 서술어로 된 피동문이다. ‘예산심사를’에 해당하는 서술어가 없는 비문이기도 하다. ‘예산심사를 위해 투입 및 산출 지표로 관리되어야 한다’가 무슨 뜻인지 이해하기도 어려운 문장이다. 내용을 유추해 능동문으로 수정해 보면 다음과 같다.

▶ 단위사업 혹은 세부사업의 성과는 예산심사를 위해 투입하고 산출한 지표로 관리해야 한다.

사례 6: 중기지방재정계획에는 통합재정수지 전망과 관리방안, 투자심사와 지방채 발행 대상 사업 등이 포함되어야 한다.

─ ‘포함되어야 한다’는 피동문보다 ‘포함해야 한다’는 능동문이 글의 힘을 더한다.

▶ 중기지방재정계획에는 통합재정수지 전망과 관리방안, 투자심사와 지방채 발행 대상 사업 등을 포함해야 한다.

사례 7: 지방채발행 총액한도제는 재정분권의 관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증진하면서도 재정건전성 관점에서 지방채발행 규모의 총량을 국가가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되어 운용되고 있다.

─ ‘도입되어 운용되고 있다’는 피동 표현보다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는 능동 표현이 자연스럽다.

▶ 지방채발행 총액한도제는 재정분권의 관점에서 지방자치단체의 자율성을 증진하면서도 재정건전성 관점에서 지방채발행 규모의 총량을 국가가 통제하기 위한 목적으로 도입해 운용하고 있다.

사례 8: 현행 「국가재정법」 제8조 제6항에 따르면 재정운용의 주체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보여질 수 있다. 

─ ‘보여질’은 ‘보일’의 이중피동이다. 즉 이미 피동인 ‘보이다’에 ‘~지다’가 덧붙은 형태다. 이중피동도 문제이지만 문장 전체적으로 능동 표현이 자연스럽다.

▶ 현행 「국가재정법」 제8조 제6항에 따르면 재정운용의 주체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보일 수 있다.
▶ 현행 「국가재정법」 제8조 제6항에 따르면 재정운용의 주체는 기획재정부 장관으로 볼 수 있다.
▶ 현행 「국가재정법」 제8조 제6항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장관이 재정운용의 주체라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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