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성이 증가하지 않으면 경제 성장은 투입 요소 증가를 뛰어넘기 힘들고 1인당 생활형편 개선도 더딜 수 밖에 없다. 최근 전세계적으로 생산성 증가가 부진한 것이 논의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에 대해 국제통화기금(IMF)이 『Gone with the Headwinds: Global Productivity』라는 제목의 흥미로운 보고서를 발간해 이를 요약해 소개한다. 급하게 정리하고 번역하느라 불충분한 부분이 있다면 원문을 참조하기 바란다. 또 길이가 길어 축약해 소개하는 것도 양해를 구한다. 보고서에는 유용한 데이터와 연구자료가 많이 소개돼 있으므로 보고서 전문을 볼 것을 권한다. 보고서 전문은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생산성 둔화의 원인》
A. 미국발 금융위기의 잔재
■ 극심한 경제침체의 여파. 평상시 성장 둔화와 비교할 때 극심한 경제침체 이후에는 지속적이고 대규모적인 산출 감소가 이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의 극심한 선진국 경제침체 사례를 분석한 결과 산출 감소의 배경에는 고용이나 투자 감소 뿐 아니라 TFP(총요소생산성)의 극심하고 지속적인 하락도 작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금융위기 때 선진국 위주로 대대적인 재정 및 통화 완화 정책을 시행했지만 생산성 저하 현상은 피할 수 없었다. 여기에는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의 차입 여건 악화, 투자 부진, 비효율적인 부문간 자원배분, 경제 및 정책 관련 불확실성 고조 등이 작용한 것으로 판단된다.
■ 차입 여건 악화 및 기업 대차대조표 취약성. 지난 2008년 9월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차입 여건은 극도로 악화됐으며 통화당국의 파격적 부양책 시행에도 불구하고 상당수 중소기업에 대한 신용 공급은 지속적으로 제한됐다. 이런 현상은 특히 유로존 재정위기 영향을 많이 받은 나라에서 심각했다. 많은 선진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한 실증분석 결과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의 경우 그렇지 않은 기업들보다 TFP 증가율 둔화가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현상은 2000년대 초 경제침체 때는 나타나지 않았던 것으로 보아, 2008년 금융위기가 평상시 경제침체와는 다르다고 볼 수 있다.
■ 무형자산에 대한 차입 여건 및 투자. 이번 금융위기와 과거 경제침체 사이의 가장 두드러진 차이점은 이번에는 대대적인 통화 완화에도 불구하고 리먼브라더스 파산 이후, 그리고 유로존 재정위기 이후 기업들 차입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다는 점이다. 취약한 재무구조가 차입 여건을 악화시키고 이것이 다시 재무구조를 취약하게 만드는 악순환으로 인해 TFP가 크게 둔화됐다는 증거가 확인되고 있다. 한편 이번 금융위기는 취약 기업들에 대한 무형자산 투자가 둔화된 것이 TFP 둔화의 한 가지 경로였던 것으로 파악된다.
■ 기업들 간의 비효율적 자본 배분. 이번 금융위기로 기업들 내부 TFP가 약화된 것은 물론 기업들 간 자본 배분의 효율성도 악화돼 이것이 다시 TFP를 악화시키는 악순환이 일어났다. 금융위기 직전의 신용 확대 시기에도 기업들 사이의 자본 배분이 비효율적으로 이루어진 데다가 금융위기로 인해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에 대한 자본 배분이 더욱 위축됐다. 한편 일부 은행은 대출 손실을 우려한 은행들이 대출을 무리하게 연장시킴으로써 좀비 기업을 양산하는 부작용도 가져왔으며 이것도 자본의 비효율적 배분을 부추겼다.
■ 실물자본 투자 위축과 생산성의 악순환. 금융위기 이후 총수요 하락에 따라 민간투자가 급감했다. 이 과정에서 자본심화의 약화는 물론 자본집약적 신기술 채택도 약화됨으로써 TFP 증가가 둔화된 것으로 판단된다. 여기에 TFP 증가 둔화 전망에 따라 수요는 더욱 위축되고 이는 다시 투자를 억제하는 악순환이 벌어진 것이다.
■ 불확실성 고조. 금융위기 이후 고조된 경제 및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투자 및 생산성에 상당한 하방 압력을 가한 것으로 판단된다. 주식시장 변동성 등 전통적 불확실성 지표는 금융위기 기간 급등했다가 다시 낮아졌지만, 경제정책 관련 불확실성 지표는 유로, 일본, 미국 등 주요국에서 높은 상태를 유지하고 있다. 이런 불확실성으로 인해 기업들은 방관자적 입장으로 돌아서고 투자를 축소하면서 보다 단기적이고 저위험/저수익 전략에 집중하게 됐다.
B. 장기적 요인
■ ICT 부문으로부터의 생산성 증가 둔화 및 첨단 기술 부문에서의 혁신 약화. ICT 관련 붐 퇴조와 첨단 기술 부문에서의 TFP 증가 둔화는 금융위기 이전부터 이미 선진국의 TFP 증가를 상당히 억누르는 요인이었다.
■ 최첨단 분야 TFP 증가 둔화로 인한 역파급효과. 최첨단 분야에서의 TFP가 둔화되면서 여타 산업으로 그 영향이 파급되고 있다. 1970년부터 2010년 사이 17개 선진국 경제를 분석한 결과 미국 및 기타 최첨단 기술 분야에서의 TFP 쇼크가 나머지 선진국 및 나머지 산업에 미친 영향은 막대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 인구 고령화. 근로인구 고령화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선진국에서, 그리고 최근에는 신흥ㆍ개발도상국에서 생산성 악화에 큰 영향을 미친 요인이다. 근로 기간이 오래 되면 숙련도가 높아짐에 따라 생산성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어느 단계에 오면 숙련도는 정점에 찍고 이후에는 떨어지기 시작한다. 그에 따라 혁신 능력 및 생산성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 실증분석 결과 근로인구 고령화는 TFP 증가를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 세계 교역 둔화. 전세계적 생산성 증가 둔화는 세계 교역 증가율 둔화와 일치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세계 교역 증가율은 금융위기 이전 20년간 세계 GDP 증가율의 2배에 달했지만 2012년 이후에는 GDP 증가율 수준을 겨우 따라가는 추세다. 경제활동 둔화 그 자체가 교역 둔화의 원인인 것은 틀림없지만, 무역 자유화 노력의 퇴조와 세계 공급 사슬의 성숙도 교역 둔화에 기여했다.
■ 중국의 세계 무역 체제 편입. 지난 1990년대와 2000년대에 중국의 세계 무역 체제 편입으로 인한 선진국 TFP 개선 효과는 막대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하지만 이제 중국의 세계 무역 체제 편입 과정이 성숙 단계에 들어서면서 앞으로 중국과 관련한 추가적 생산성 개선 효과는 약화될 것으로 생각된다. 선진국에서 직접적인 무역 규제 조치가 도입될 경우 이것 역시 생산성 개선 추세를 되돌려놓게 될 것이다.
■ 인적 자본 축적 둔화. 교육을 통해 개개인들은 생산성 증대 및 임금 취득을 통해 혜택을 입게 되며 사회가 이들로부터 얻는 혜택은 그보다 더 클 수 있다. 지난 수십년 간 선진국 뿐 아니라 신흥ㆍ개발도상국 공히 교육 강화로 인해 총노동생산 증가에 큰 기여를 해 왔다. 하지만 2000년대 들어 인적 자본 축적이 전세계적으로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 신흥ㆍ개발도상국의 구조개혁 노력 약화.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에서의 구조개혁 노력이 약화되면서 이들 국가의 TFP 증가도 둔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들이 실시한 실물경제 및 금융부문 구조개혁 노력 덕분에 2000년대 들어 이들 지역의 성장이 가속화됐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10여 년간 극히 일부 국가를 제외하고 구조개혁 노력이 급속히 약화되고 있다.
■ 구조적 변화. 생산성이 낮은 분야에서 높은 분야로 자원을 재배분하면 총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다. 이런 현상은 특히 농업에서 제조업으로 전환해 가는 개발도상국의 경우 두드러진다. 하지만 금융위기 이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신흥국 및 저소득국 가운데 상당수가 이제 서비스업 쪽으로 전환함에 따라 자원 재배분으로 인한 생산성 개선 효과가 약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결책》
A. 단기 해결책
■ 수요 촉진. 수요 촉진은 산출갭을 좁혀줄 뿐 아니라 투자를 유발하는 방향으로 추진될 경우 자본 심화와 자본집약적 기술 채택을 촉진함으로써 투자 감소와 생산성 둔화의 악순환을 끊을 수 있다. 수요 촉진책을 수립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통화ㆍ재정ㆍ구조 정책 등 모든 가능한 정책 분야 사이의 시너지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다.
■ 대차대조표 강화. 대차대조표가 취약하면 차입, 무형자산 투자, 생산성 증대 등에 제약이 가해지게 된다. 대차대조표를 강화함으로써 특히 유럽의 경우 자본심화 및 TFP 개선 촉진을 통한 노동생산성 개선이 가능해 진다. 일부 국가의 경우 법적 장애물 제거를 통한 기업 구조조정 촉진과 은행권에 대한 감독 강화를 통해 생산성은 낮고 손실은 큰 기업들을 퇴출시키는 등 기업간 자본 배분을 효율화할 수 있다.
■ 경제정책 불확실성 축소. 미래 경제정책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투자를 촉진하고 기업들로 하여금 고위험/고수익 사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게 할 수 있다. 재정정책 뿐 아니라 미래의 규제 및 무역 정책에 대한 투명성을 제고함으로써 기업 투자를 촉진할 수 있다.
B. 장기 해결책
■ 기술 진보를 촉진할 혁신 정책. 최첨단 기술 분야의 확장이 둔화되고 있는 것을 볼 때 R&D, 기업가정신, 기술이전 등의 노력을 더욱 촉진할 정책이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 인구고령화에 대응할 정책. 현재 추세가 계속되면 선진국들의 경우 향후 30여년간 근로인구의 고령화가 생산성을 억제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흥국들의 경우에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고령화로 인한 영향은 비슷할 것이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동시장 정책 및 연금개혁 노력이 필요하다.
■ 이민정책. 근로인구 고령화에 대한 직접적 해결책은 출산율 제고와 이민 유입이다. 지난 1990년부터 2010년 사이 이민 유입은 많은 선진국 생산활동인구 증가의 절반을 차지했다. 이민자들은 대체로 현지인들보다 연령이 낮은 경우가 많고 따라서 생산성 증가 속도도 훨씬 가팔라질 수 있다.
■ 개방형 세계 무역 체계. 다자간 무역 자유화로 전세계가 생산성 증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 무역, FDI, 그리고 기타 정책 사이의 시너지. 무역 자유화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그와 높은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다른 분야의 정책적 조정이 동시에 필요하다. 예를 들어 FDI 제한이 적은 국가의 경우 관세 인하로 인한 생산성 증대 효과가 크다.
■ 구조개혁. 선진국은 물론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 모두 구조개혁을 확대할 여지가 상당하다고 판단된다. 소득 수준이나 지역별로 차이가 있지만 가장 공통적으로 우선순위가 높은 부문은 제품 및 노동 시장 개혁이다.
■ 인적자본의 양적 및 질적 확대. 인적자본 축적이 둔화되고 있는데 이 추세를 반전시키거나 완충시킬 노력을 할 여지가 크다. 실례로, 상당수의 신흥국 및 개발도상국에서는 세제 개혁과 재정 개혁을 통해 자금을 확보해 교육 및 보건 분야에 대한 투자를 늘릴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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