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블로그 검색◀

유행어 안쓰는 기사가 잘 쓴 기사다

기자를 지망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글(☞ "모르면 자료 그대로가 아니라 안 쓰는 게 맞다")을 최근 게시한 이후 같은 생각을 한다는 반응도 있었고 "얼마나 잘 하길래 동료들끼리 흉을 보냐"는 반응도 있었다. 그러나 앞으로 기자가 되려 하거나 지금 막 기자의 길로 들어선 후배님들에게는 도움이 됐을 것으로 믿는다. 그런 믿음에 용기를 내 오늘은 전문용어와 유행어를 기사에 남용하는 현상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려 한다.

요즘 언론 기사를 보면 많은 유행어가 등장한다. 전문용어는 아닌 것 같은데 이미 너무 자주 그리고 일상생활에서까지도 널리 사용되고 있어 마치 전문용어처럼 돼 버린 경우도 많다. 과거에는 새로운 용어가 만들어지고 널리 사용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고 복잡한 토론 절차를 거쳐야 했지만 요즘은 새로운 유행어가 생겨나 이것이 바로 용어 처럼 취급받는 것이 자유로와진 편이다. 단적인 예로 우리나라 경제기사에 자주 등장하는 "○○푸어"라는 말이 있다.

이 말과 관련된 원조격 단어를 찾아 보니 "워킹푸어(working poor)"가 있다. 우리 말로 "근로빈곤"이라고도 하는 이 용어는 일하는 빈곤층을 뜻하고, 열심히 일해도 가난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계층을 의미한다. 미국에서 1990년대 중반 등장했으며 2000년대 중반 이후부터 세계적으로 널리 쓰이고 있다. 이들은 월급이 나오는 일자리가 있어 얼핏 보기엔 중산층 같지만, 고용도 불안하고 저축도 없어 언제라도 극빈층으로 추락할 수 있는 위험에 노출돼 있다.

여기까지는 좋다. 그런데 여기서 착안해 속속 무엇이든 뒤에 "푸어"라는 말을 붙여 이를 대단한 용어처럼 남용하는 사례가 많이 보이고 있어 문제다. 특히 "하우스푸어"라는 단어가 유행하게 된 이후 요즘은 "렌트푸어"라는 말도 사용되고 있다. 더 나아가 "베이비푸어"라는 영어인지 한글인지 모를 단어도 눈에 띈다. 처음에는 소규모 온라인 매체나 잡지 등에서 사용되더니 점차 전국규모 방송이나 심지어 공영매체에서도 사용되는 것 같다.

물론 기사를 작성하다 보면 피치 못하게 전문용어를 사용할 수 밖에 없는 경우가 있다. 예컨대 GDP라든지 인플레이션이라는 용어르 사용하지 않고는 기사를 작성하기 힘든 상황이 있을 수 있다. 그런데 좋은 기사일수록 전문용어 사용을 최대한 자제하고 기사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쉽고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더구나 용어로 정립되지도 않은 유행어를 섞어 기사를 쓰는 것은 지나친 편의주의거나 무지함의 증거라고까지 말하고 싶다.

실례로 "하우스푸어"라는 단어를 살펴 보자. 온라인 시사상식 검색을 해 보니 대략 "부동산 시장 침체로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면서 분양가보다 낮은 가격으로 아파트를 내 놓아도 거래되지 않는 상황에 이르면 집을 팔 수도 없게 된다. 이런 상태에서 어쩔 수 없이 달마다 막대한 이자 비용을 감수하면서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일컫는다고 한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 보니 이 말로 지칭하려는 사람들 혹은 현상은 지극히 정상적인 상황이 아닌가 생각된다.

집을 구매할 때는 여러 가지 상황을 감안하고 결정한다. 앞으로 집값이 오를 경우, 집값이 내릴 경우, 집값은 올랐지만 다른 물가가 더 오를 경우, 집값이 내리면서 처분하기도 쉽지 않을 경우 등 많은 경우를 감안하고 결정해야 하고 그렇게 하고 있다. 따라서 이런 경우는 모두 정상적인 상황이다. 예를 들어 3년 뒤 중고 시장에서 새차값의 50%를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새차를 구매했지만 실제 그렇게 되지 못했다고 이들을 특별히 어떤 용어로 부르지 않는다.

국제적으로 높은 신뢰도를 유지하고 있는 매체들의 경우 공통점이 있다. 전문용어라도 가급적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더구나 급조되고 정의도 모호하며 자칫 가치판단의 오류가 개입될 수 있는 유행어는 절대 사용하지 않는다. 이들 유행어는 분명 편리한 기능이 있다. 그러나 그에 못지 않게 부작용이 너무 크다. 나 스스로도 유행어 뒤에 숨지 않고 조금 더 고민하고 조금 더 창의적으로 생각하고 조금 더 양심적인 기자가 되려 노력하고 있다.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스크랩 KoreaViews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환율 원자재 국제금융센터 외교 암호화페 AI 북한 외환 중국 반도체 미국 인구 한은 에너지 인공지능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논평 코로나 금리 자본시장연구원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산업연구원 생성형AI 채권 한국금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일본은행 BOJ 자동차 칼럼 ICO 국회입법조사처 한국 KIEP 미중관계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IBK투자증권 TheKoreaHerald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KIET NBER OECD 대신증권 무역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ECB EU IBK기업은행 IEA LG경영연구원 PF PIIE 공급망 관광 광물 규제 기후변화 로봇 로봇산업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AI반도체 Bernanke CBDC CEPR DRAM ESG HBM IPEF IRA ITIF KDB미래전략연구소 KISTEP KOTRA MBC라디오 NIA NIPA NYSBA ODA RSU SNS Z세대 iM증권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경제학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소통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씨티그룹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트럼프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