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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법개정안 혼선과 소통의 기술

(이 글은 필자의 개인 견해임)

정부의 세법개정안을 둘러싸고 이런저런 말이 많다. 대부분의 근로소득자들에 대한 세부담 인상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개정안을 내놓은 지 몇 시간도 되지 않아 대대적인 반발에 직면한 정부는 반발의 주 대상이 되는 내용을 보완해 다시 개정안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정부의 지출 수요는 꾸준히 늘고 세수는 계속 목표에 미달하는 상황에서 정부는 새로운 세원을 발굴하지 않는 한 납세자들의 세 부담을 늘리지 않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것은 자명하다.

정부는 언론을 통해 지적받은 내용을 대부분 수정 내지 보완해 새로운 계획을 발표하면 그만이겠지만 이번 사태가 정부에 시사하는 바는 생각보다 중대하다. 우선 대통령이 거의 마지막 순간에 그것도 공개적인 발언(대외에 공표했으므로)을 통해 재검토를 지시했다는 점이다. 이는 곳 정부 실무진=>부총리=>총리=>청와대 경제수석실=>대통령으로 이어지는 정책 수립 라인에서 충분히 교감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것을 뜻한다.


가끔 무슨 일을 하는지 일반 국민들은 잘 모르는 기관장도 국회 인사청문회를 대비해 사무실을 얻어 놓고 몇일 동안 청문회 연습을 하는 경우가 있다. 자신이 자격이 되고 또 해당 기관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청문회에서 제기될 어떤 의혹이나 궁금증에 대해서도 소흘함이 없이 대처하기 위한 것이다. 그런데 이번 사태는 정부 내에 전문 지식을 가진 수많은 공무원이 엄중한 정책을 수립하면서도 어떤 예행연습도 안 했다는 것을 나타낸다.

예행연습을 했는데 그런 오해를 받는 것이 억울하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정부가 납세자들의 생각과는 동떨어진 생각을 하고 있다는 뜻이 되기 때문이다. 경제활동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경제는 4-5%씩 성장하며 기업들은 적정 수익을 계속 내던 과거에는 근로자들은 세금 부담이 조금 늘더라도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고 넘어갔을 것이다. 그러나 첨부 도표에서 보듯 상황은 더 이상 그렇게 녹녹치 않다.

경제활동인구는 곧 정점에 다다른 뒤 감소하기 시작할 것이고 경제는 4-5%씩 성장하기 힘든 구조가 됐으며 기업들은 수익을 보장하지 못한다. 납세자들은 자신들의 노후도 대비하면서 늘어나는 세부담을 그저 그러려니 받아들이기 힘든 상황에 이르렀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근로가구의 근로소득은 지난 10년간 모두 53% 증가했는데 이들의 비소비지출은 무려 71%나 늘었다. 비소비지출은 세금과 공적부담금으로 일반인들은 전부 세금으로 인식하게 된다.

더욱 안타까운 점은 이른바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을 받아 온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소통 강화를 목표로 이른바 '경제 살리기 3천리 행군'으로 불리기도 한 현장방문을 마친 뒤 곧 이어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다. 현 장관은 여름 휴가 철로 바쁜 시기에 많은 사람들을 대동하고 이곳 저곳을 방문해 보고도 받고 간담회를 개최하는 등 행사를 가졌다. 그런데 이번 사태를 접하고 보니 그런 행사에서 무엇을 느끼고 왔는지 의아하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대통령으로부터 재검토 지시를 받은 정부는 부랴부랴 세법개정안의 보완을 약속했다. 한 신문 보도에 따르면 기획재정부 직원들은 신속한 보완을 위해 철야작업을 해야 했다고 한다. 그런데 그 보도를 대하는 일반 독자들 가운데에는 '정부가 정말 열심히 일한다'는 생각보다는 '철야작업을 하면 시간외 수당이 더 지급되겠군'이라는 생각을 갖게 된다. 매년 실시하는 세법개정안 마련을 애초에 제대로 했으면 하지 않아도 될 철야작업을 하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이번 사태로 누구 누구가 책임을 져야 한다느니 하는 말이 벌써 나오고 있다. 그러나 책임자를 찾아 문책을 하는 것이 이번 사태의 끝이 돼서는 곤란하다. 대한민국 최고 엘리트들이 모인 정부는 진정 납세자들이 어떤 상태에 있고 어떤 생각을 하고 정부 정책에 대해 어떤 기대와 우려를 하는지 파악하는 것을 소통의 출발로 삼아야 한다. 상품을 소비자에게 제대로 설명하기 이전에 상품을 제대로 만드는 것이 정부 정책의 핵심인 것이다.

관련 기사 = "현오석 부총리 ‘氣 살리기’ 3000리 대장정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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