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경우에 따라서는 선진국으로 분류되기도 하지만 여전히 신흥국으로 분류되는 경우가 더 많다. 게다가 한국 경제는 수출 의존도가 높고 금융시장은 1997년 외환위기 이후 IMF의 권고와 자체 판단에 따라 대부분의 규제를 거두어 국제 금융시장 흐름에 큰 영향을 받는다. 게다가 1997년 외환위기를 맞았던 국가라는 이른바 "낙인효과" 때문에 한국은 신흥국 자본시장이 불안해지면 덩달아 우려의 눈길을 받곤 한다.
그런데 외국인 전문가나 투자자들이 꼽는 한국의 약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은 높은 단기외채와 높은 가계부채다. 우선 단기외채가 너무 많으면 국제 금융시장이 경색될 경우 외채 상환 압력이 높아지고 외채 차환 거부가 늘면서 한국은 외화를 다량 소모하게 된다. 이 때 장기외채는 이론적으로는 큰 문제가 되지 않지만 우리나라의 장기 국채를 외국인들이 대규모로 매도할 경우 이 역시 외환 사정에는 악영향을 준다.
물론 외환보유고를 막대한 규모로 비축해 두면 되지만 평시에 외환보유고를 지나치게 비축하는 데 따른 비용 문제도 있고 또 외환보유고를 무한정 늘리기도 쉽지 않다. 한국은 2008년 중반 단기외채가 외환보유고의 80%에 이를 정도로 높았고, 이러한 약점 때문에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발했을 때 가장 큰 자본 유출 위험에 처하기도 했다.
이후 당국에서는 단기외채 비중을 줄이기 위한 대대적인 노력을 펼쳤고 이후 이 비율은 절반 아래로 낮아졌다. 최근 자료를 보면 3월 말 현재 한국의 단기외채는 외환보유고 대비 37% 까지 떨어졌다. 물론 신흥국 가운데 아직은 절대적으로 낮은 수준은 아니어서 당국의 단기외채에 대한 관심과 규제는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
◇ 최근 일부 신흥국 통화 가치 급락으로 긴장감
올해 중반부터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국채매입 프로그램 축소 시기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도 여러 차례 출렁거렸다. 이렇게 금융시장이 출렁거리자 그동안 상대적으로 높은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기대감으로 국제 투자자본이 유입됐던 신흥국으로부터 자본이 빠져나가는 움직임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연준의 국채매입 축소가 9월부터 시작될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인 상황이다.
그런데 사실 국채매입 축소는 본격적인 통화정책 긴축과는 다른 것이라는 해석이 널리 받아들여지면서 신흥국들 사이에도 자본 유출 압력이 차별화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예컨대 아시아의 경우 한국이나 대만 등 북아시아 통화는 큰 하락 압력을 받지 않고 있지만 인도네시아나 인도 등 남아시아 국가들의 경우 통화 가치가 지속적인 하락 압력에 시달리고 있다.
급기야 인도의 경우 1991년 겪은 외환위기 재연 얘기가 나오고 있고 당국은 그 때보다는 외환보유고도 더 많고 경제 건전성도 강화됐다며 가능성을 일축하고 나섰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에도 이미 겪었듯이 외환위기 얘기가 나오면 한동안 그 영향을 떨치기가 쉽지 않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데 한국의 경우 경상수지 흑자 기조를 확고히 유지하고 있고 외환보유고도 크게 늘렸으며 단기외채 비중도 지속적으로 그리고 획기적으로 낮춘 것이 나름대로 인정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반면 인도는 경상수지가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투자자들이 갖고 있는 우려감에 대해 당국이 신속하고 믿을 만한 대응 의지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이렇게 일부 아시아 신흥국 시장이 동요를 보일 경우 한국에 대한 국제 투자자들의 관심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런 때일수록 당국은 경제 전반에 대한 확실한 장악능력을 각인시킬 필요가 있다. 결국 금융시장에서는 의심이 가장 큰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한국의 GDP (4개 분기 합계 기준, 명목, 평균환율 적용) 대비 전체 및 단기 외채 비율) |
(한국의 외환보유액 대비 전체 및 단기 외채 비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