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08-25

높아진 중국의 위상과 미국 연준의 통화정책

미국의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양적완화정책으로 시행 중인 국채매입 규모를 축소해 나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5-6월 사이 벤 버냉키 연준 의장이 개선되는 각종 미국 경제지표를 근거로 들며 그 동안 비상조치로 시행 중인 비전통적통화정책을 거두어들이기 시작할 때가 가까와져 왔다고 설명하면서 늦어도 연내 시행은 기정사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번 조치는 사실 금리 인상과 같은 긴축으로의 정책 변화와는 성질이 다른 것이다. 그렇지만 그동안 단기 투자자금이 급속히 유입됐던 신흥국 가운데 특히 재정 및 경상수지 같은 건전성 지표가 취약한 곳에서는 벌써부터 외국인 투자자금이 이탈하면서 환율은 큰 폭으로 절하되고 금융시장은 출렁이고 있다. 이렇게 되자 일부에서는 지난 1994년 미국의 금리 인상으로 촉발됐던 아시아 외환위기와 같은 일이 또 발생하지 않을까 하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특히 최근 인도와 인도네시아에서는 환율의 큰 폭 절하로 약간의 위기감이 돌고는 있지만 대다수 전문가들은 아직은 이들 나라가 국가적인 외환위기나 금융위기에 빠져들 가능성은 높지 않은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편 이와는 대조적으로 한국과 대만 등 북아시아의 대표적 신흥국들은 지난 15년간 경제의 대내외 건전성을 강화하는 데 노력해 온 결과 상대적으로 금융시장이 안정세를 나타내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과 대만의 상대적 안정성 이외에 필자는 그 당시와는 달라진 또 한 가지 상황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것은 바로 중국의 부상이다. 중국은 공산당 지배체제 하의 후진적 경제에서 불과 십수년 만에 세계의 2대 경제국으로 떠올랐다. 규모 면에서 뿐 아니라 정책 수립 및 집행 능력 그리고 경쟁력 면에서도 중국은 급속히 세계의 정상을 향해 전진하고 있다. 최근 새로 들어선 지도부의 경제정책도 초기의 일부 우려와는 달리 과감하고 단호하게 집행되고 있다.

우선 지난 10년간의 지표만 살펴봐도 중국의 부상은 놀랄 만하다. 외화보유액은 2002년 2977억 달러에서 2012년에는 10배가 넘는 3조3311억 달러로 늘었고 연간 국내총생산 규모도 1조4538억 달러에서 무려 6배에 가까운 8조2270억 달러로 증가했다. 특히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상당 부분 미국 국공채와 기타 금융자산에 투자돼 있기 때문에 미국 정책 당국도 중국의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그렇더라도 미국이 일일이 중국의 눈치를 봐 가며 정책을 마련한다든가 사전에 중국과 협의를 해서 정책을 집행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 그렇지만 최근 미국의 정책에 대해 중국이 견해를 표명할 때마다 금융시장에서는 높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중국은 전체적인 경제성장률이 조금 떨어지더라도 경제 체질 강화를 위한 개혁을 계속 밀고 나가겠다고 밝혔다. 문제는 중국과 미국은 수출과 수입 양 쪽에서 서로 의존적이라는 점이다.

중국은 미국으로부터 지난 해 1524억 달러 규모의 상품과 서비스를 수입한 것으로 필자는 추정하고 있다. 이는 10년 전의 303억 달러(추정)의 5배가 넘는 규모다. 즉 중국이 미국 경제에 크게 영향을 받는 것은 물론 미국도 중국 경제의 움직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여기에 중국이 보유하고 있는 미국 금융자산의 양이 막대한 것을 함께 놓고 생각하면 중국의 존재가 미국의 경제정책에 미치는 무게감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록 커졌다고 생각한다.

흔히 수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아시아 경제는 미국이 재채기만 해도 감기에 걸린다고 표현하곤 한다. 그러나 이제는 아시아, 특히 중국이 재채기를 하면 미국도 마음을 편히 먹고 있기도 힘든 상황이 됐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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