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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斷想)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하는 대한민국, 문제는 간단치 않다

우리가 그 뜻과 쓰임새를 잘못 사용하는 예는 많다. 한국인으로 태어나 한국에서 살아간다면 평생 사용하는 언어지만 기본적인 언어 습관은 취학 전 5-6년간 대부분 몸에 익기 때문에 혹시 잘못 배운 것이 있어도 학교 국어 시간을 통해 이를 바로잡기가 쉽지 않은 경우도 많다. 실제로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동해 사용하는 사람들을 주변에서 많이 보게 된다.

이렇게 한국인들이 이 두 단어를 유독 혼동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았다. '다르다'는 형용사인 반면 '틀리다'는 동사로 확연히 쓰임새가 구분돼 있다는 점 이외에 학자가 아닌 필자로서 이를 학문적으로 설명하려고 하지는 않겠다. 다만 이런 혼동이 혹시 한국 교육의 잘못된 관행과 관계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초등교육과정부터 우리나라에서는 학생들의 학업을 평가할 때 주로 맞거나 틀리는 답을 고르는 시험을 주로 사용한다. 답을 직접 서술하게 하는 서술형 문제도 간혹 사용하고 있지만 역시 답은 미리 정해진 경우가 대부분이다. 즉 한국에서는 출제자가 미리 정해 놓은 답과 같으면 맞는 답이고 '다르면 틀린' 답이 되는 과정을 계속 되풀이하도록 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이런 방법은 학교에서만 사용되는 것이 아니다. 평생을 좌우할 취업시험도 대부분 문제에 대한 정답을 고르는 방식을 주로 사용한다. 특정 기술이나 기능을 주로 측정해야 하는 일자리나 소규모 기업, 그리고 소수의 인원을 채용하는 경우 등은 시험을 생략하는 경우도 있지만 수만~수십만 명이 지원하는 대기업 채용이나 공무원 및 교사 채용 등의 경우 여전히 정답과 오답이 명확한 시험이 치러지고 있다.

필자는 한국에서 이렇게 필기고사를 널리 사용하는 관습은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태어나서 취업할 때까지 짧게는 20여 년, 길게는 30여 년간 오로지 한 가지 방식의 시험을 위해 준비하도록 함으로써 가뜩이나 획일적 사고가 만연해 있는 한국사회를 더욱 공고히 하는 쪽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는 모 재벌그룹이 실시하는 인성ㆍ적성시험을 보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여러 해동안 준비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이런 획일적인 채용방식은 사회의 획일화 이외에도 중요한 문제를 낳는다. 비교적 안전한 고용 환경과 많은 수의 사람을 채용하는 사업장들이 단순하고 변화 없는 시험을 시행함으로써 결국 오랜 기간, 많은 시간을 들여 준비한 젊은이들이 합격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이는 곧 다양한 경험을 사회에서 쌓은 젊은이일 수록 합격 가능성이 떨어진다는 말이다. 다양한 경험을 하면서도 필기고사 준비를 많이 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많은 단점이 있다는 것은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왜 변하지 않는 것일까? 필자는 대학과 대기업 그리고 정부기관 등에 있어서 창의적인 채용방식을 도입하려 해도 이를 책임지고 추진할 주체가 없다는 점을 하나의 이유로 꼽고 싶다. 즉 소규모 기업이나 사업장의 경우 사업주가 직접 다양한 채용방식을 실시하기가 쉽지만 앞에 예로 든 사업장들의 경우 최종 결정권자가 "너무 높은 곳"에 있거나 전혀 없다.

이런 획일적인 시험방식이 유지되는 것과 관련해 필자는 "타협"을 멀리하고 다수의 결정에 "승복"하지 않으려는 한국사회의 뿌리깊은 습관도 한 가지 이유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중학교만 해도 정답이 없는 문제를 출제해 다양한 답을 서술하도록 한 다음 교사가 "나름대로" 점수를 부여하려 하는 경우를 가정해보자. 아마 미묘한 점수 차이에 대해 많은 학부모들은 "승복"하기를 거부하고 반발하거나 심지어 상급기관이나 수사기관까지 개입시키려 할 것이다.

한 해가 저물고 또 한 해가 시작되려 하고 있다. 여러 면에서 올해와는 다른 내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내년은 맞거나 틀릴 수 없다.

(타협과 승복의 문화가 뿌리내리지 못한 것에 대한 필자의 이전 글 ☞ 컨센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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