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에서 인플레이션이 실종됐다. 전문가들 이 같은 사실에 놀란 모습이다. 조만간 인플레 조짐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가뜩이나 거품이 낀 아시아 국가들의 국채 가격은 지금보다 더 오를 수 있다.
컨센서스 추정치 대비로 소비자와 생산자 물가의 실제 상승 정도를 평가한 씨티그룹 지수를 보면, 전문가들의 전망치를 빗나갔다. 이 지수가 0을 하회한다는 건 인플레이션 기대치가 아주 높거나, 실제 결과는 아주 낮았다는 걸 뜻한다. 그런데 3월에 이 지수는 8개월래 최저인 마이너스 14.7이었다.
인플레이션이 살아나면 채권 수익률도 덩달아 높아진다. 그럴 경우 채권 수익률과 반대 방향으로 움직이는 채권 가격은 떨어진다. 2008년 금융위기가 터지기 전에 아시아 지역 소비자물가는 예상보다 빠른 속도로 상승 중이었다. 당시 정책 당국자들은 단기 금리를 올렸고, 국채 수익률은 상승했다.
하지만 2012년 이후로 인플레이션은 전망치를 하회하고 있다. 핫머니 유입으로 인해서 상당히 낮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긴 하지만, 아시아 국채 수익률 평균은 기대만큼 떨어지지는 않았다.
그 이유 중 일부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의 금리 인상 시기를 둘러싼 엇갈린 신호 때문일 수도 있다. 연준의 조기 금리 인상 예상에 투자자들은 상대적으로 투자 매력이 떨어지는 아시아 국채 매도에 나섰다. 하지만 연준이 금리를 현수준으로 유지할 경우 오늘날의 낮은 성장과 인플레 완화 환경은 아시아 국채를 상당히 매력적으로 만들 것이다. 투자자들이 미국의 기준 금리 인상이 임박하지 않았다고 판단할 경우 아시아 지역의 인플레 환경이 다시 수익률 방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부분의 신호들은 아래쪽을 향하고 있다. 중국에서 상품 가격은 공식 목표치보다 낮게 상승하고 있다. 태국의 물가도 정체되어 있다. 한국과 싱가포르 중앙은행들은 인플레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필리핀은 조만간 금리를 인상할 확실한 이유가 없다. 인도네시아 중앙은행은 2015년까지 기준금리를 내릴 수 있을지 모른다. 인도만 지나치게 높은 인플레이션을 경험하고 있지만, 인도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보다는 금리 인하에 나설 전망이다.
투자자들은 올해 들어 지금까지 아시아 발행 채권을 500억달러 이상 가져갔다. 이는 작년 같은 기간에 비해서 약간 더 늘어난 수준이다. 유로존과 일본이 추가 부양책을 쓸 경우 신흥국 시장에서 고수익을 노린 자본 유입이 늘어날 것이다. 연준 통화정책을 둘러싼 불확실성이 줄어들고 투자자들이 미국의 금리 인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출 경우, 아시아의 사라진 인플레에 대한 베팅에 나서는 투자자들이 늘어날 수 있다. (앤디 무커지 칼럼리스트)
(파란 선은 시티 아시아 인플레이션 서프라이즈 인덱스 3개월이동평균선으로 0보다 낮은 경우는 실제 인플레이션이 예상치보다 낮은 것을 나타낸다. 빨간 선은 바클레이 아시아 EM 인덱스(잔여기간 수익률) 3개월이동평균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