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개발연구원(KDI) 나라경제에 서울시립대 송헌재 교수가 기고한 글을 소개한다. 이 글 원문 및 나라경제 다른 글은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 임금인상이 소득불평등도를 완화할까?
• 지니계수, 1997년 IMF 경제위기 때 급격한 증가 이후 현재까지 꾸준히 상승
•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저소득층 소득상승 효과와 근로자 실직이 가져오는 소득하락 효과의 상대적 크기 비교해야
지난해부터 정부는 소위 ‘초이노믹스’라 불리는 경기부양책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기업이 소유한 돈을 배당확대 및 사내유보금 과세 등으로 시장에 유통시켜 내수활성화와 소비진작으로 불황을 벗어나고자 하는 정부의 적극적인 의지가 반영돼 있다. 올 초에는 이에 더해 최저임금을 포함해 임금인상을 통한 내수활성화 논의를 정부가 주도했다.
정부 논의의 핵심은 임금인상으로 가계소득을 확대시켜 내수경기를 회복시키자는 데 있다. 즉 가계의 가처분소득이 늘어나면 시장에서 제품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기업이 늘어난 수요를 충족시키기 위해 생산량을 늘려 경제성장의 선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는 논리다. 정부는 지난해에 사내유보금 과세정책을 들고 나온 것처럼 기업이 이미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임금인상 여력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 같다.
‘스스로 중산층’ 국민 중 20%…미래 불안으로 현재 소비 줄여
최저임금 인상을 옹호하는 정부의 발언은 저소득층의 소득증가를 유도해 2000년대에 들어선 이후 지속적으로 증가해온 소득불평등 정도를 완화하고자 하는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대기업의 임금인상은 중산층의 소득증진 효과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점점 사라져가는 중산층을 다소간 회복시킬 수 있다는 정부의 희망도 담겨 있을 것이다. 소득불평등도를 측정하는 대표적 지수인 지니계수는 1980년대와 1990년대 중반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경향을 보이다가 1997년 IMF 경제위기 때 급격한 증가를 경험했던 이후부터는 현재까지 꾸준히 상승하는 양상이다.
최저임금이란 노동자의 생활안정과 노동력의 질적 향상을 보장하기 위해 정부가 노동자들이 받는 임금의 최저 수준을 시장균형임금 이상의 일정 수준으로 보장하기 위해 설정한 임금이다. 빈곤퇴치와 소득불평등 완화에 일조하기 위한 정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은 저소득층의 소득증진에 의한 소득불평등 개선과 더불어 이들의 구매력 향상을 통한 내수소비 확대라는 정부의 두 가지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매력적인 정책수단으로 보일 수 있다.
최저임금 인상과 더불어 기업의 전반적인 임금인상을 독려하는 배경에는 점점 줄고 있는 중산층에 대한 정부의 염려도 작용했을 것이다. OECD 기준에 따르면 중산층은 가구원 수를 고려해 가처분소득이 가장 많은 사람부터 가장 적은 사람까지 일렬로 세웠을 때 한가운데에 해당하는 사람의 소득인 중위소득값의 50%에서 150% 사이의 사람들이다. 이 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중산층은 2011년 64.0%, 2012년 65.0%, 2013년 65.6%로 계속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나라 국민 가운데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생각하는 이들의 비율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1980년대 후반에 전체 인구의 60〜80%가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인식했다면 1990년대 중반에는 42%만이 스스로를 중산층으로 여겼으며 2006년 한국사회학회 조사에서는 20%만이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인식한다고 답했고, 2013년 조사에서도 이 비율은 20% 안팎에 불과했다.
이러한 불일치가 나타나는 가장 큰 원인은 중산층을 정의할 때 자산에 대한 평가가 빠져 있기 때문이다. 즉 현재 소득은 중간층에 있다고 해도 과거의 소득이 누적된 결과인 자산의 크기에서 현격한 차이가 발생해 상대적 박탈감에 본인은 중산층이 아니라고 느끼고 있는 것이다. 국민 스스로 중산층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자연히 미래에 대한 불안감으로 현재 소비를 줄이게 되고, 이는 결과적으로 내수경기의 불황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임금인상으로 이들의 소비심리를 자극하고, 또한 열심히 노력하면 저소득층은 중산층으로, 중산층은 고소득층으로 계층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고 싶은 것이 정부의 솔직한 바람일 것이다.
임금인상이 언제나 모든 저소득층의 소득증가를 가져오진 않아
그렇다면 최저임금을 포함한 전반적인 임금인상이 과연 정부가 원하는 대로 경기활성화와 소득재분배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이에 대한 반론도 만만치 않다. 첫째, 임금인상은 기업 입장에서 생산비용의 상승을 의미한다. 이윤극대화를 추구하는 기업은 생산비용이 상승하면 한계비용을 줄이기 위해 생산량을 줄이게 된다.
따라서 근로자들의 임금인상이 기업의 생산활동을 위축시키지 않으려면 제품시장에서 소비자들의 수요가 생산비용의 증가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 크게 증가해야 한다. 둘째, 최저임금 인상을 포함해 임금의 인상은 기업의 노동수요에 영향을 미친다. 노동수요 곡선이 우하향하기 때문에 임금인상으로 일부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된다. 장기적으론 기업의 생산기술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싸진 노동을 자본으로 대체하려는 유인이 발생해 노동수요는 더욱 하락한다.
최저임금 인상으로 일부의 저소득 근로자들은 일자리를 잃게 돼 소득활동 자체를 할 수 없게 되고, 또한 자본으로 대체되는 근로자들도 대부분 임금이 낮은 미숙련 근로자들이기 때문에 임금인상이 언제나 모든 저소득층의 소득증가를 가져올 수는 없다. 현재의 일자리를 유지할 수 있는 저소득 근로자들은 반드시 혜택을 보지만 일부의 운 나쁜 사람들은 일자리를 잃게 돼 이들의 소득은 더욱 하락하게 되므로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불평등도를 완화한다고 단정지어 말하기 어렵다. 또한 노동수요 감소로 인해 실직한 사람들의 경우 소비를 더욱 줄일 수밖에 없기 때문에 경기회복 측면에서도 늘 긍정적일 수만은 없다.
따라서 최저임금 인상이 소득재분배 효과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기 위해선 정책 대상이 되는 근로자들을 채용하고 있는 산업에서 임금에 대한 노동수요의 탄력성 크기가 얼마나 큰지에 대한 분석이 선행돼야 한다. 만일 최저임금 인상으로 고용이 크게 감소한다면 오히려 소득분배가 악화되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즉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저소득층의 소득상승 효과와 일부 근로자들의 실직이 가져오는 소득하락 효과의 상대적 크기에 따라 소득불평등도는 개선될 수도 악화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최저임금 인상 효과를 사전적으로 판단하기 위해선 주어진 자료를 이용해 최저임금 근로자들이 많이 채용되고 있는 특정 산업의 생산기술이 노동과 자본을 얼마나 쉽게 대체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한 과학적 분석이 필요하다. 이러한 분석으로 노동수요의 탄력성이 별로 크지 않다고 추정된다면 최저임금 인상 추진이 전반적으로 소득재분배 개선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전망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중산층 소비자들의 제품수요에 대한 소득탄력성도 측정해야 한다. 소득탄력성이 인건비 상승에 대한 기업의 생산활동 위축 효과를 상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크다면 정부가 원하는 대로 내수진작을 통한 경기회복 효과를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임금인상이 과연 소득재분배와 경기활성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게 될까? 우리는 이론적으로 임금인상이 가져올 수 있는 다양한 결과들의 방향성을 예측할 수 있다. 그렇지만 상대적 효과의 크기는 이론적 분석만으로는 알 수 없다. 그러므로 성공적인 정책방향을 제시하기 위해선 임금인상의 상대적 효과의 크기를 엄밀하게 추정하기 위한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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