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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고서) 그리스와 유로존의 미래가 여전히 불투명하다고 하는 이유

(※ 하이투자증권 보고서 내용의 일부를 소개한다. 보고서 전문은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 여전히 불투명한 그리스, 그리고 유로존의 미래 ▣

채권단과 그리스의 잠정 협의에도 불구하고 그리스 미래의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단기적으로 협상 과정에서의 불확실성은 지속되고 있다. 메르켈 독일 총리는 합의 내용을 설명하면서 금번 합의는 구제금융 협상의 재개를 알리는 것일 뿐이며, 여전히 협상이 진행되고 있음을 강조했다. 또한 부채탕감에 대해서는 독일 등이 여전히 강경한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그리스 의회에서의 승인 여부도 여전히 불투명하다.

또한 그리스가 연결 융자(bridge financing)를 통해 단기 자금을 지원받고, 구제금융 협상이 마무리가 된다 하더라도 최근 발생한 자본통제의 상흔은 여전히 남아 있을 것이다. 그리스 경제 자체가 자생적 회복 능력을 상당히 상실한 상황임을 감안했을 때 자본통제의 여파는 상당한 경기 하방 압력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자본통제와 이에 이어진 ‘혼란의 비용’은 그리스가 온전히 감당해야 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그리스의 부채 상환 능력에 대한 우려도 해결되지 않았다. 그리스가 제시한 개혁안이 효과적으로 일반정부 재정수지(General Government Net Lending/Borrowing)를 항구적으로 GDP 대비 1% 증가시키고, 이자에 대해 50% 탕감되며, 그리스의 실질 성장률이 3%를 회복하여 이를 지속한다는 매우 낙관적인 시나리오 하에서 GDP 대비 일반정부 총 부채는 GDP 대비 120%라는 목표 수준을 달성하게 된다. 이를 위해서는 GDP 대비 상환액이 평균 5.5% 수준을 유지되어야 하는데 현재 그리스의 정치적 경제적 상황을 감안했을 때 이를 유지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장기적 관점에서 우리는 문제의 시작점이 되었던 유럽 재정위기를 다시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유럽 재정위기의 근본적 원인은 유로 시스템이라는 화폐 통합이 효과적으로 작동하기 위한 일련의 조건들을 만족하지 않았던 것이 근본적인 원인이다. 유로 시스템은 통합된 고정환율제도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고정환율제도의 편익이 비용보다 크기 위해서는 경제에 가해지는 충격에 대한 반응의 동조성, 경기변동의 대칭성이 유지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유사한 경제 구조 및 생산 요소의 이동, 재정의 통합 등이 요구된다.

유로 시스템을 탄생시킨 유럽통화연합(EMU, European Monetary Union)의 결성은 경제 통합의 최종적 완성이라는 경제적인 내용을 기초로 한 것이었지만, 그 주요 목표와 동력은 경제적인 것을 넘어서는 정치적 성격을 갖는 것이었다.1 정치적 동력으로 탄생한 유로 시스템은 경제적으로는 내생적 수렴을 추구했으나, 금융위기라는 거대한 충격 앞에서는 그 한계를 보여주었다.

고정환율제도와 자유로운 자본 유출입하에서 독자적인 통화정책은 무력하다(Trilemma). 또한 유로화라는 고정환율제도로 인해 통화가치의 절하를 통한 대외 부문의 경쟁력 강화라는 경기 안정화 장치를 상당부분 상실했다. 결국 미국으로부터 촉발된 금융위기에 대해 강건한 펀더멘탈을 가진 독일과 같은 나라들은 충분히 감내할 수 있었으나, 통화정책의 독자성을 상실한 유로존 내 취약국들은 과도한 재정 지출로 대응할 수 밖에 없었다. 그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시차를 두고 취약국들의 재정 위험이 급격히 증가했으며, 이것이 표출된 것이 유럽 재정위기이다. 이는 유로존 내 신용 창출 시스템을 통해 전 유럽으로 전염되었다.

이러한 체계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은행동맹과 재정동맹의 체결이 필요하며, 은행동맹은 통합감독체계가 진전을 보임에 따라 과거와 같은 위기의 전염 가능성은 상당히 낮아졌다. 문제는 금융위기 이후 핵심국과 非핵심국 간의 이해관계 충돌, 핵심국 내에서도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독일 등)와 내수 의존도가 높은 국가(프랑스, 스페인 등)의 이해 관계가 엇갈리는 모습을 보이고 있고, 이는 정책적 전통의 차이 이상으로 유로 시스템의 안정을 위해 요구되는 재정통합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금번 그리스와의 협상 과정에서 노출된 이러한 이견들은 유로존이 재정동맹 등을 통해 근본적인 결함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을 약화시킨 것으로 평가된다.

Agreekment, 그리스와 채권단의 협상 타결은 분명 호재지만, 그 과정에서 유로존의 시스템적 결함은 여전함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렉시트 시나리오가 정지됨에 따라 그 시스템적 결함을 확인하는 것은 미래로 미루어지겠으나, 재정통합이라는 과제를 달성하지 못하는 한 향후 발생할 충격에 금번 그리스와 같은 문제는 다시 나타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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