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달러 페그제 포기 가능성 점검》
▣ 논란이 일고 있는 사우디 환율제도
사우디는 석유 의존도가 절대적인 국가다. 지난해 기준으로 GDP의 30% 이상을, 국가 재정의 80% 이상을 원유에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사우디가 최근 심상치 않다. 안팎으로 난관에 봉착했다. 국제유가가 1년 반 사이 1/3가격으로 급락한 데 원인이 있다. 지난해 사상최대의 재정적자를 보였다(IMF, GDP대비 22%).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통화와 실물간의 괴리가 커지면서 환율 방어비용이 급증했다. 잠잠하던 종파간의 갈등(이란과의 외교단절)도 재발했다. 점진적이지만 미국도 금리인상을 시작했다.
유가 상승과 달러 하락 기에 유리했던 사우디의 환율제도(달러 페그)에 대한 논란이 거세다. 아직까지 사우디 정부는 공식적으로 페그제 유지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이미 투기자금들은 사우디 리얄화 매도에 나서고 있다. 향후 사우디의 달러 페그제 폐지 가능성에 배팅하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12개월 달러-리얄 선물환 환율이 3.85리얄을 넘어섰다. 사우디 리얄 환율의 절하 압력이 가중되고 있다.
▣ 사우디가 페그제를 포기한다면? 변동성 불가피
사우디가 페그제를 포기하면 사우디의 자산가격과 실물경기 등의 변동성 확대는 불가피하다. 그 과정에서 중동발 금융위기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지난 02년 아르헨티나와 지난해 중국이 주는 교훈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아르헨티나의 페소 환율은 페그제 포기 이후 급락했다(달러대비 400% 이상 절하). 그 해 10월 인플레는 120%에 육박했고 아르헨티나는 경제위기를 피할 수 없었다. 최근 중국도 통화바스켓으로 환율제도를 변경했다. 역외시장을 중심으로 위안화 환율이 급락했고 연초 이후 중국의 시가총액이 약 1조 달러 증발했다. 페그제 폐지 → 변동성 확대 공식이 이어졌다.
▣ 사우디가 페그제를 유지한다면? 재정악화 지속
한편 사우디가 페그제를 유지한다면 재정부담과 경기 둔화는 보다 가중 될 소지가 있다. 한 해 GDP에 버금가는 외환보유고를 유지하고 있지만, 지난해 환율 방어 과정에서 약 1,000억 달러나 줄었다. 가파른 속도다. 더구나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사우디는 울며 겨자 먹기식의 금리인상을 단행해야 하는 부담이 있다. 결국 부진한 경기에도 불구하고 사우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운신의 폭이 줄고 환율의 순기능도 활용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것이다. 지난해 6월 주식시장이 외국인들에게 개방된 점을 감안하면 사우디의 페그제 유지는 대외거래 촉진을 도모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미국 셰일업체와의 치킨게임이 절정으로 치닫고 있다는 점에서 사우디의 신용위험은 보다 확대될 소지가 있다.
▣ 결국 유가가 가장 중요
결국 유가의 향방이 관건이다. 과거 경험이 말해주듯, 유가가 안정되면 중동발 위험은 국지적에 그칠 소지가 있다. 다만 원유시장에서의 수급 불일치로 향후 유가의 상단이 제한된다는 점이 신경이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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