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B투자증권 보고서 내용 중 일부를 정리해 소개. 보고서 원래 제목은 『무엇이 원화 (KRW) 약세를 부추겼나?』)
최근 원화 (KRW) 약세 현상이 심상치 않다. 연초 이후 다른 주요국 통화 및 신흥국 통화에 비해서 가장 큰 폭의 약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연초 이후 원화 약세가 심화된 이유는 단기에 발생한 불확실성 이벤트에 기인한다. 1월 초에는 중국발 불안심리가 발발했으며, 1월 말에는 일본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안전자산 선호로 이어졌다. 그리고 국내 지정학적 리스크도 원화 약세에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경제 펀더멘털에서의 변화는 제한적이었다. 양국의 정책금리 및 시장금리, 그리고 경제성장률 및 경상수지 등 주요 지표의 최근 수정치를 감안하면 지난 2015년 11월에 비해 오히려 원화는 강세가 예상된다. 그럼에도 원화가 약세를 보이는 이유는 연초 이후 불거졌던 대내외 불확실성이 더 크게 작용했기 때문이다. 결국 안전자산 지속 여부와 지정학적 리스크 해소 여부, 그리고 중국발 불안심리의 영향 등이 단기적으로 중요한 변수이다. 특히 이 세 가지 중에서 중국 관련 영향이 원화 환율에 있어 가장 중요한 변수가 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을 살펴보면 사실상 국내 원화가 강세로 선회할 요인은 제한적이다. 다만 글로벌 정책 공조,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 원유생산 감산과 국제유가 반등 등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만약 대내외 불확실성 요인들이 진정된다면 경제 펀더멘털을 반영하여 원화는 다시 1,200원 내외 수준에서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 원화 약세, 경제 펀더멘털 외의 세 가지 요인
결국 원/달러 환율의 변화, 기존 전망에 비해 원화 약세가 심화된 현상에는 경제 펀더멘털의 변화보다 그 외의 요인들이 더 강하게 영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이는 연초 이후 불거진 세 가지 요인에 기인하는데, 첫째는 중국발 불안심리가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국내 경제, 그리고 국내 원화에 부정적 영향을 끼친 것으로 판단된다.
둘째는 글로벌 금융시장 불안으로 인한 안전자산 선호에 기인한다. 안전자산 선호가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지표는 글로벌 채권금리 하락과 일본 엔화의 강세 현상이다. 일본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음에도 불구하고, 엔화는 약세가 아닌 강세가 나타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안전자산 선호가 지속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마지막 셋째는 연초 이후 지속되고 있는 우리나라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기인한다. 북한의 도발에 이어 미국 미사일방어 전략인 ‘사드’ 배치 등이 지정학적 리스크로 잔존하고 있다.
결국 이러한 세 가지 요인이 향후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따라 국내 원화 약세가 더 심화될 것인지, 아니면 경제 펀더멘털에 따라 원화 약세가 완화될 것인지가 결정될 것으로 판단된다.
1) 일본의 예상치 못한 정책으로 위험자산 (원화) 회피 영향
지난 1월 29일 일본은행은 시장에서 예상치 못한 정책인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다. 그 이후 일본의 장단기물 금리가 일제히 급락했고, 엔화는 약세가 아닌 강세를 보이고 있다. 엔화가 강세를 보이는 이유는 두 가지로 첫째는 일본의 장기물 금리 하락폭에 비해 미국의 장기물 금리 하락폭이 더 컸기 때문이며, 둘째는 글로벌 채권금리 하락으로 안전자산이 선호되었기 때문이다.
일본의 엔화 강세가 지속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시장의 의견도 엇갈리는데, 우리는 글로벌 금융위기 등이 발발하지 않는 한 엔화 강세는 오래 지속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한다. 사실 최근과 같은 엔화 강세는 수급 요인에 기인한다. 경제 펀더멘털을 감안하면 일본의 경제상황은 미국의 경제상황보다 양호하지 않다.
그럼에도 엔화가 강세를 보인 이유는 1)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시장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정책이었기 때문이며, 2) 글로벌 경기에 대한 불안이 금융시장 불안으로 전이되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일본이 추가 금리인하를 시행하더라도 그 다음 정책은 시장에서도 예상하는 정책일 것이라는 점에서 엔화는 강세보다 약세로 회귀할 것이다. 또한 금융위기가 발발하지 않고, 각국 정부의 정책 공조 혹은 국제유가의 반등이 나타난다면 안전자산 선호 심리도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2) 지정학적 리스크에도 국내 CDS는 비교적 안정적
마지막 불안 요인을 살펴보면 지정학적 리스크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그 이유는 정치적 사항이라는 점에서 예측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국내 CDS 프리미엄은 비교적 안정적인 수준을 지속하고 있다. 물론 연초에 56bp에서 최근 77bp로 21bp 상승했지만, 과거 시장위기가 고조되었을 당시 100bp에서 200bp를 상회했던 경험과 비교해보면 100bp 이하의 CDS 프리미엄은 안정적 수준이다 (브라질이나 러시아의 경우 CDS는 400bp 상회).
물론 지정학적 리스크가 급격히 악화될 경우를 배제할 수는 없다. 그럼에도 현재의 CDS 수준을 감안하면 원화 약세를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따라서 현재의 원화 약세에 있어 지정학적 리스크가 반영된 수준은 매우 제한적인 것으로 판단된다.
3) 중국발 불안심리, 위안화, 홍콩 달러화, 그 다음은 원화?
중국발 불안심리가 국내 원화 약세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중략) 더욱이 지난 2015년 8월 중국 정부가 위안화의 약세를 용인하면서 단기 급등한 바 있고, 그 이후 위안화가 안정적인 흐름을 보이다가 11월부터 다시 약세가 심화되고 있다. 특히 연초에는 역외 위안화 환율이 6.7위안에 근접하기도 했는데, 최근 다시 6.5위안으로 안정되었지만 이미 변동성이 확대되었다는 점에서 다른 주변국 통화로 변동성이 전이되고 있다.
중국 위안화의 변동성은 가장 가까운 홍콩 달러화로 이어졌고, 그 다음으로 국내 원화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판단된다. 이는 국내 경제, 특히 수출 경기에 있어 대중국 비중이 높아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 역시 매우 높기 때문이다. 최근 홍콩에 상장된 중국기업지수 (H지수)에 대해 국내 투자의 익스포저도 상당히 높다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중국 중시 조정에 이은 홍콩 증시 조정, 그 다음으로 국내 금융시장에 대한 회피심리로 이어졌을 것이다.
결국 국내 원화 약세의 안정은 중국발 불안심리가 진정되는가의 여부에 달려있다. 하지만 중국발 불안심리의 진정이나 중국 관련 금융시장의 변동성 약화가 단시일 내에 이루어지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금융시스템 리스크가 상존해있고, 중국 내부의 자본유출이 지속되고 있으며, 해외에서 중국에 대해 상당히 불안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 경제 외적 요인을 감안한 원화의 향방은?
환율 전망에 있어 가장 기본적인 판단지표는 경제상황을 얼마나 반영하고 있는가의 여부이다. (중략) 미국과 한국의 경제지표 수정치를 감안하면 사실 기존 전망치인 연평균 1,150원에서 크게 수정할 부분은 없다. 다만 2016년 2월까지 평균 환율이 1,205원에 이른다는 점을 감안하면 기존 전망치에 비해 평균 10원을 상향한 1,160원 수준이 예상된다.
만약 현재의 경제지표 전망치가 앞으로 추가 수정될 경우 원/달러 환율은 다시 수정될 수 있다. 더욱이 국내 경제성장률의 하향폭이 확대될 경우 원화는 달러화 대비 추가적으로 약세가 불가피하다. 또한 글로벌 경기하강 위험이나 금융시장 위험이 고조된다면 1,250원 수준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전자산 선호가 지속될 것인지 여부도 원화 환율에 중요한 변수이다. 안전자산 선호 여부는 글로벌 채권금리 추이, 일본 엔화의 강세 여부 등이 중요 지표가 될 것이다. 우리는 일본의 엔화 강세가 시간이 지나면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 마찬가지로 안전자산 선호도 완화될 전망이다.
지정학적 리스크는 정치적 부분이기 때문에 예측하기가 어렵다. 다만 과거의 여러 차례 경험을 되돌아보면 대부분 정치적 합의 등으로 종결되었다. 이번에도 3월 이후 지정학적 리스크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마지막으로 중국발 불안심리의 영향이다. 우리는 기본적인 전망으로 역외 위안화 환율이 다소 안정되고, 중국경제의 연착륙은 확인될 것으로 예상한다. 하지만 불안심리가 지속될 경우 원화 약세 역시 동반될 것이며, 만약 중국발 불안심리가 실제로 확인될 경우 글로벌 경기 및 금융시장 불안은 더욱 심화될 수 있다. 이러한 경우 원화 약세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판단된다.
이상을 살펴보면 사실상 국내 원화가 강세로 선회할 요인은 제한적이다. 다만 글로벌 정책 공조, 각국의 재정지출 확대, 원유생산 감산과 국제유가 반등 등은 원화 강세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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