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06-22

(보고서) 중국의 감속성장은 한국경제에 위기이자 기회

(※ LG경제연구원의 『중국의 감속성장이 우리경제에 주는 의미』 보고서 내용 중 일부. 이번 보고서의 의미는 우선 중국의 감속성장 즉 성장둔화가 일부 자극적인 발언을 하는 사람들의 말만큼 우리 경제에 "파국"을 뜻하는 것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중국의 성장 둔화는 불가피한 측면이 있을 뿐 아니라 세계적인 원자재 가격의 하향안정세를 가져와 한국 소비자들의 구매력을 높이는 측면도 있다는 사실이다. 다음으로 중요한 점은 우리의 대중국 수출이 어차피 재수출을 위한 것인 만큼 중국의 성장 둔화와 함께 눈에 띄는 우리의 대중국 수출 감소가 반드시 우리의 전세계 수출에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중국의 수출경쟁력이 과거와 같은 성장세를 유지하지 못하게 되면서 한국의 세계시장 점유율은 높아지는 부분도 있다는 사실은 이번 보고서에서 눈에 띄는 시각이라고 생각한다. 어찌 됐건 이 보고서는 중국이 둔화되니 한국은 곧 망할 것처럼 호들갑떠는 사람들과는 다른 시각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 중국의 감속성장 이후의 국내경제 변화

중국 감속성장 불가피

중국이 다시 수출주도의 고성장을 재개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2010년대 들어 중국의 의류, 완구, 신발 등 주력 경공업 제품과 TV, 가전 등 조립소비재 등의 세계시장 점유율 확대 속도가 크게 떨어졌다. 중국의 점유율이 이미 많이 높아져 있어서 추가적인 확대가 쉽지 않았던 데다 임금, 지가 등 생산비 상승으로 과거처럼 저렴한 가격에 수출을 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경공업 부문에서는 중남미 국가들이, 소비가전 부문에서는 아시아 개도국들이 생산기지로서 중국의 지위를 위협하고 있다.

중국의 수출증가율은 2012년 이후 한자리 수 증가세로 낮아졌으며 지난해와 올해는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하고 있다. 고성장을 이끌었던 원동력인 수출이 둔화되는 가운데 세계경제의 공장 역할도 점점 어려워지면서 해외수요에 기반한 투자확대도 여의치 않다. 결국 자국민의 소비확대가 성장을 이끌어가는 최종수요의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중국의 소비가 그동안 수출이 해왔던 것처럼 빠르게 늘어나기는 어려울 것이다. 2000년대 글로벌 위기 이전까지 중국 수출의 성장기여도는 5.4%p를 기록해 수요 증가의 절반 이상을 이끌었다.

반면 2010년대 들어 중국 민간소비의 성장기여도는 3.3%p 수준에 머물고 있다. 소비주도 성장으로의 전환이 기대만큼 이루어지지 못하면서 현재는 정부 주도의 인프라 투자 및 부동산 관련 투자가 성장을 주도하고 있다. 최종수요인 수출이나 소비가 잘 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확대를 통해 생산능력만 빠르게 늘어난다는 점이 중국경제에 대한 우려를 확대시키는 중요한 요인이다. 수출부진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확대가 예상만큼 이루어지지 못할 경우 투자를 통해 기대했던 수익이 창출되지 못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상황이 지속될수록 결국 인프라 투자를 담당하는 지방정부나 공기업의 부실 및 부채확대, 그리고 부동산 버블 붕괴 가능성이 높아질 것이다. 구조개혁을 통해 성장의 속도를 낮추고 과잉공급을 해소하지 않는다면 나중에 가서 중국경제는 급격한 위기를 맞을 가능성이 있다. 중국정부는 2020년까지 6%대 성장이 지속되는 완만한 감속을 계획하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부채확대 등 부작용이 커진다면 성장의 속도를 더 빠르게 조절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대중수출의 60% 이상은 제3국에서 수요

중국의 감속성장에 따른 국내경제 영향은 이미 현재진행형이다. 중국 고성장기에 나타났던 흐름들이 상당부분 반대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 3년간 세계교역물량 증가율은 2.9%에 머물러 세계경제 성장률 3.3%를 밑돌았다. 금액기준으로 보면 더 크게 위축되어 2012년 24.6%를 기록했던 세계GDP 대비 교역 비중이 지난해 22.5%까지 떨어졌다. 2000년대 글로벌 임밸런스 과정에서 과도하게 높아졌던 세계 경제의 교역의존도가 다시 하향조정되고 있는 것이다.

세계교역이 위축되면서 우리나라의 대중수출은 3년째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이고 있으며 전체수출도 지난해부터 감소추세로 돌아섰다. 수출주도형 성장에 익숙해진 우리경제는 수출의 활력이 떨어지자 내수부문에서 성장의 모멘텀을 찾지 못하고 경기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이다. 경제성장률은 지난해 2%대 중반까지 낮아졌으며 올해도 다시 높아지기 어려울 전망이다.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비중은 지난해 기준으로 26%에 달한다. 중국의 성장이 1%p 낮아질 때 우리 수출은 0.3% 줄어든다는 의미이다. OECD 국제산업연관표에 따르면 우리나라 총부가가치 중에서 중국의 수요를 통해 창출되는 부가가치의 비중은 약 6.2%(2011년 기준)에 달하는데 이를 적용해보면 중국의 성장이 1% 낮아질 때 우리 성장에 미치는 영향이 0.06%로 나타난다. 이는 현재 우리나라가 겪고 있는 상황이나 우려하는 것보다는 효과가 소폭에 그친다.

사실 우리나라의 대중 수출 중에서 상당부분은 중국을 통해 제3국으로 다시 수출된다. OECD의 국제산업 연관표에 따르면 2011년 기준 우리나라의 대중수출 중에서 중국의 자국내 소비에 사용되는 비중은 16.8%, 투자에 사용되는 비중은 약 20%에 달하며 나머지 63%는 중간재 수출이다.

우리나라가 중국에 수출하는 중간재는 80% 가량이 해외로 수출되는 데 이용되는 것으로 분석되며 이를 고려할 때 대중수출의 절반 정도는 해외로 다시 수출되고 20%는 중국 소비에, 약 30% 가량이 중국의 투자에 사용되는 셈이다. 그런데 투자는 중국의 최종수요로 집계되지만 사실상 상당부분은 수출목적으로 사용된다. 이를 고려할 때 대중수출의 60% 이상은 사실상 중국을 거쳐 해외에서 소비된다고 볼 수 있다.

실질소득 증가하고 세계수출시장 점유율 상승

수출은 심한 부진을 겪고 있지만 중국의 성장 둔화에 따른 긍정적인 흐름도 존재한다. 중국 수요감소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하락하면서 우리나라 교역조건은 2012년 이후 개선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특히 지난해에는 유가급락으로 인해 교역조건이 10% 이상 높아졌다.

이에 따라 실질국민소득 증가율은 경제성장률을 4년 연속 상회하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6%를 넘어서기도 했다. 저유가로 생산비 부담이 줄어들면서 지난해 기업수익성 역시 소폭 상승세로 돌아섰다. 이러한 측면들은 분명히 소비 등 내수경기에 유리한 요인이다. 다만 우리나라는 은퇴연령층이 된 베이비부머 세대가 노후대비 부족으로 소비를 줄이는 경향이 확산되면서 내수부진 현상이 해소되지 못하는 상황이다.

중국의 빠른 시장잠식 속도도 둔화되면서 우리나라의 세계시장 점유율도 최근 수년간 상승흐름을 보이고 있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 아시아국과 미국, 영국 등에서 우리제품의 점유율이 높아지는 모습이다(<그림16> 참조). 전체 수출이 둔화되고는 있지만 중국과의 경쟁압력이 완화되는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소비주도 성장을 위해 중국의 임금이 빠르게 상승하고 토지가격도 오르면서 중국의 가격경쟁력 우위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중국 소비재 시장 점유율 감소추세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중국의 성장둔화에 따른 충격을 우려해야 하는 이유는 우선 우리 대중수출이 중국의 내수보다는 수출에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수출이 위축되는 데 따른 충격은 크게 받으면서 내수시장으로 전환하는 데 따른 수혜는 별로 누리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대중 가공무역 비중이 꾸준히 줄어들고 있지만 여전히 30% 가량의 높은 수준을 기록하고 있다. 또한 중국의 전체 중간재 수입 중 우리나라에서 수입하는 비중은 1990년 7.2%에서 2010년에는 25.7%로 빠르게 높아졌으며 자본재 비중 역시 1990년 1.3%에서 2010년 15.6%로 늘었다.

반면 중국의 전체 소비재 수입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0년보다 2010년이 오히려 더 낮아졌다. 내구재를 현지 생산하는 비중이 높아진 데 따른 요인도 있지만 일본이나 미국 등 선진기업이나 중국, 대만 기업들과의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지 못하는 데 따른 측면이 크다. 중국을 소비시장으로 활용하지 못하고 여전히 생산기지로 이용하는 경향이 바뀌지 않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중국의 성장저하가 두려운 더 큰 이유는 이것이 사실상 전세계 제조업 수요 및 교역 둔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부채위기를 겪은 선진국이 과거처럼 수요를 빠르게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내수여력이 적은 개도국이 수요를 주도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소비의 형태도 내구재보다는 헬스케어 등 서비스 위주로 이루어지면서 당분간 세계교역 부진 현상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그동안 대부분의 경기상승 흐름이 수출에 의해 주도되었던 우리경제는 단기간 내에 회복모멘텀을 찾는 것이 쉽지 않을 전망이다.

내수확대에 주력, 중국 소비 시장 기회 살려야

중국의 감속성장은 이제 돌이킬 수 없는 흐름이 되었다. 세계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높아진 중국의 수출이 예전처럼 빠르게 높아질 여지가 적기 때문이다. 제조업과 교역이 주도하는 세계경제 고성장기 역시 당분간 다시 도래하기 어려워졌지만 이는 동시에 중국의 경쟁력 확대속도가 떨어지면서 우리가 중국의 추격을 뿌리칠 여지가 생겼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기업들은 효율성 제고와 기술개발 등을 통해 근본적인 경쟁력을 높임으로써 중국과의 경쟁에 다시 나서야 할 것이다. 중국은 노동집약적 산업뿐 아니라 자본 및 기술집약적 산업에서도 우리와의 격차를 크게 좁혀 이제 우리나라는 중국과 특정한 산업 전체의 비교우위를 논하는 것이 무의미하게 되었다. 중국에 비해 비교우위를 지킬 수 있는 개별 제품들을 많이 발굴하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적응력을 높여 선제적으로 시장을 만들어가야 할 것이다. 이미 시장점유율을 잃은 것으로 보이는 산업에서도 중국의 생산비 상승으로 인해 우리가 다시 시장을 되찾을 기회가 있을 것이다.

또한 중국을 생산기지보다는 시장으로서 활용하는 비중을 계속 높여야 할 것이다. 인도, 베트남 등 비용이 저렴한 지역으로 생산기지를 다변화하고 규제완화 및 투자인프라 확충 등 국내 투자여건을 개선하여 투자가 국내로 회귀하도록 하는 세계적인 리쇼어링 흐름에 동참할 필요가 있다. 중국과 인접해 있다는 지리적 이점과 한류 등 문화적 컨텐츠를 적극 활용하여 중국 소비재시장을 공략해야 할 것이다.

그동안 수출이 주도하는 성장방식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나라가 경기회복의 모멘텀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내수서비스 부문에서 적극적으로 성장의 동력을 찾아야 할 것이다. 적극적인 규제완화와 인프라 지원, 제조업 중심으로 고착되어 있는 제도와 사고방식을 바꾸는 노력을 강화해 수출과 함께 내수가 성장을 이끌어갈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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