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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LG硏 정성태 "공짜는 시장을 왜곡...청년배당은 기본소득 아냐"

(※ 언론 기사 내용)

지난달 말 신민영 LG경제연구원 경제연구부문장에게 연구원에 기본소득에 대한 연구를 한 연구자가 있느냐고 물으니 “아직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그러면서 신 부문장은 정성태 책임연구원을 추천했다. 경제학 주변의 다양한 논의들에 가장 많은 관심을 갖고 고민하는 연구자라는 것이다.

정성태 연구원은 인터뷰 요청에 처음에는 이 분야 전문가가 아니라며 완곡히 거절했다. 그는 며칠 동안 관련 연구를 찾아보고 생각을 정리해 논의에 참여했다. 여의도에 단풍이 한창이던 지난달 26일 연구원이 위치한 LG트윈타워에서 그를 만났다.

정 연구원은 기본소득 제도를 도입하는 것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무언가를 공짜로 주면 시장이 왜곡된다는 경제학의 기본에 충실한 사고가 그가 이런 생각을 하는 근간에 있었다. 정 연구원은 또 복지의 비효율성을 줄일 수 있다는 기본소득 찬성론자의 주장도 맞지 않다고 반박했다. 지출할 때 비효율성은 줄일 수 있을지 몰라도, 기본소득 지급을 위해 필수적으로 해야 하는 증세를 할 때 늘어날 비용은 감안 하지 않은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그는 또 일각에서 기본소득의 일종이라고 주장하는 초등학교 무상급식이나 성남시의 청년배당은 기본소득과 전혀 무관한 복지제도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이런 정책을 예로 들며 기본소득 논의를 진행하는 것은 잘못됐다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이야기하고있다. /이재원 기자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이 지난달 26일 서울 여의도 LG트윈타워에서 기본소득에 대해 이야기하고있다. /이재원 기자

◆공짜가 시장 왜곡...기본소득이 근로의욕 오히려 떨어뜨려

- 기본소득에 대해 경제학계에서는 어떤 논의들이 진행되고 있나.

“국제노동기구(ILO)에 있는 경제학자들이 기본소득을 연구하는 경우가 좀 있는 것을 제외하면 주류 경제학계에서는 거의 논의하지 않고 있다고 보면 된다.

역사적으로 보면 1960년대에 잠깐 주류에서 논의된 적이 있다. 복지제도의 비효율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던 상황인데 시카고대 교수였던 밀턴 프리드먼이 내건 ‘부(負)의 소득세(negative income tax)’ 정책을 린든 B. 존슨 대통령이 받아들인 사례가 있다. 부의 소득세는 기본소득을 구현하는 한 방식이다.

존슨 대통령은 이 정책을 민주당 대선 공약으로 세웠지만 너무 비효율적이라는 평가를 받았고 결국 근로소득장려세제(EITC)가 탄생하게 됐다. EITC는 면세점 근처에 있는 저소득 근로자가구에 현금을 지원해 근로 의욕울 높이는 역할을 하는 복지제도다. 미국은 약 30억 달러(약 3조4000억원) 규모의 예산으로 이 제도를 운영중이고, 한국도 2조원 정도의 예산을 쓴다.”

- 기본소득 제도 도입에 대한 입장은.

“반대한다. 경제학을 하는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공짜로 뭔가를 주는 것이 시장을 왜곡시킨다고 생각한다. 최저임금제도까지 문제라고 이야기하는 학자도 있는 상황이다. 시장 상황과 상관없이 일정 수준 이상의 대가를 지불하게 하는 자체가 노동시장을 왜곡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 기본소득 찬성론자들은 기본소득 제도가 근로 의욕을 높인다고 한다. 핀란드는 이런 이유로 국가 차원에서 실험을 진행할 예정이다.

“근로 의욕을 높인다고 보기 어렵다. 기본소득을 주면 같은 일을 하더라도 소득이 는다. 소득이 늘면 일을 하려는 의욕은 줄게 마련이다. 일을 덜 해도 같은 돈을 벌 수 있다면 노동을 줄이는 것이 합리적인 선택이지 않은가.

일하는 것보다 쉬는 것이 효용이 훨씬 높다. 경제학적인 가정이고 실제 그럴까 의문이 들 수도 있지만 실증분석 결과들도 워커홀릭(일중독자)이 아니면 쉬는 것이 효용이 높다는 것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다.

반면 EITC는 근로의욕을 꺾지 않으면서 소득을 보전해주는 역할을 한다. 노동시장 왜곡은 최소화된다.

핀란드에서 기본소득을 지급했을 때 근로의욕이 실제로 생길지는 두고봐야 한다. 근로에 대한 생각은 문화권마다 다르기도 하다.”

- 현재 복지지출이 비효율적이라는 것도 기본소득을 도입하자는 이유로 꼽힌다. 수혜 대상을 골라내 각종 지출을 하는 데 너무 많이 돈이 드니 그냥 전체에게 다 주면 이런 비용을 확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행정비용이나 정보비용의 크기에 따라 다른 문제다. 복지지출 과정에서 비효율적으로 나오는 비용이 크다면 맞을 수도 있다.

하지만 세금 징수 과정에서도 비효율이 발생하는데 그걸 고려하지 않은 것 아닌가. 새로운 세제를 도입하고 세금을 낼 사람을 찾고 세금도 새로 계산하고 하는 일련의 과정을 진행하는 데 필연적으로 따르는 증세비용도 계산해야 한다.

집행비용을 줄이기 위해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고 하려면 증세에 필요한 비용에 대한 논의도 나왔어야 한다.”



- 기본소득을 도입한다고 가정할 때 부자들에게도 돈을 줘야 하냐는 것에 대한 논란도 있다.

“물론 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는 정보비용과 집행비용만 고려한 것이지 한정된 자원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쓸 것인가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은 결과다.

예산은 한정돼있다. 부자들에게까지 기본소득을 지급하면 다른 곳에는 그 만큼 지출을 못 한다. 거기서 오는 손해도 계산해야 한다. 복지를 논할 때 효율을 제대로 검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법인세를 올리는 등 증세를 하면 된다고 쉽게 생각하지만 징수 차원의 고민이 필요하다. 기회비용이 무엇이 있는지를 계산 해봐야 하는 것 아닌가. 모든 아이에게 급식을 제공하면서 시설 투자가 부족해지면 에어컨 없는 찜통 교실, 교과서 부실 등 다른 부작용이 생길 수 있다. 이것이 과연 더 나은 것인가.”

- 양극화 문제를 줄이는 데는 도움이 될까.

“한국의 상황을 보면 복지사각지대를 많이 줄일 수 있는 효과는 있을 것 같다. 한국은 복지지출도 적은 편이니 그런 측면에서는 양극화 해소에 도움이 될 것이다.

또 한국은 소득 1분위와 5분위의 차이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가장 큰 축에 속하는 나라다. 그러면서 정부지출의 소득재분배 효과는 가장 작은 나라다.

기존 복지지출을 줄이고 그것만 가지고 기본소득을 주면 복지 사각지대를 줄이는 측면에서 작동할 것 같다.”

- 4차산업혁명으로 인한 일자리 감소 때문에 기본소득을 도입해야 한다는 논리도 있다.

“그렇다고 말하기 어렵다. 우선 4차산업혁명이 일자리를 어느 정도 줄일지, 언제 쯤이 될 지는 아무도 모른다. LG경제연구원 내에서도 일자리가 많이 줄어들 것이라는 입장과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이 공존한다.

개인적으로는 기술진보가 그렇게 빠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본다. 기술이 진보하더라도 노동을 좀더 편하게 하는 방향이지 노동을 없애는 방향은 아닐 것 같다. 이런 개념을 기본소득에 연관짓는 것은 무리다.”

◆기본소득은 일종의 보험… 증세문제 솔직히 밝혀야

- 기본소득을 확장적인 경제정책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 않을까. 일종의 헬리콥터 머니처럼.

“일본에서 1998년에 15세 이하 자녀를 둔 가구와 65세 이상 중 저소득층 가구에 가구당 2만엔씩 바우처를 지급한 적이 있다. 결과는 원래 소비할 것을 상품권으로 소비한 것 뿐이었다. 2009년에도 비슷한 정책을 썼지만 효과가 없었다.

기본소득을 지급한다고 소비 증대 등으로 이어질 것인가는 다시 따져 봐야 한다. 통장에 일시적으로 돈이 몇십만원 들어온다고 소비가 늘어날까. 요즘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많다.”

- 초등학교 무상급식, 성남시의 청년수당 등이 기본소득과 비슷한 개념이고 효과가 있었다는 주장도 있다.

“무상급식과 청년수당은 기본소득과 개념이 전혀 다르다. 이 제도들은 타깃이 있는 일종의 복지정책이다. 게다가 현금이 아니고 현물로 지급하는 것 아닌가. 이 정책이 효과를 냈다고 하더라도 이를 기본소득과 연계해 생각하는 것은 맞지 않다.”

- 내년 대선에서 이슈가 될 가능성도 있는데. 논의의 핵심은 무엇이 돼야 한다고 생각하나.

“먼저 증세다. 어떤 세금을 얼마나 더 걷어야 하는가. 기본소득 도입에 필요한 재원은 단순히 법인세 조금 올려서는 감당이 안 되는 규모다.

두 번째는 사람들이 기본소득을 원하는가 하는 것이다. 사회가 단일하고 균질할수록 복지에 후한 감정을 갖는다. 한국 사회는 단일하지만 연대의식은 약하다. 꼭 부자가 아니더라도 남에게 돈을 주는 것이 싫다고 생각할 수 있다.

기존 복지는 어떻게 할 것인지도 논의돼야 한다. 국민 모두에게 기본소득을 지급하자고 하려면 기존 복지를 어떻게 바꿀지 대안도 내놔야 한다.

단계적으로 기본소득을 도입한다는 말은 전혀 성립하지 않는 말이다. 금액을 단계적으로 할 수는 있지만 지급 대상을 단계적으로 할 수는 없다. 그건 이미 기본소득이 아니다. 기존 복지와 다를 것이 없는 그냥 복지제도다.”

- 투표권을 가진 국민은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

“기본소득은 누구에게 뺏어서 누구에게 주는 부의 재분배가 아니다. 사회 연대의 관점에서 봐야한다. 보험이다. 여러 사람이 보험료를 조금씩 내서 내가 어려울 때 도움이 되는 것. 그런 개념이 돼야 한다. 그래야 성공할 수 있다. 유럽에서 논의가 더 활발한 것은 사회주의적인 문화가 있어서 그런 것이다.

부의 재분배로 접근하기 어려운 이유는 그렇게 해봐야 재원을 별로 마련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고소득자 세율을 좀 높이거나 법인세를 높인다고 해도 추가로 걷을 수 있는 돈은 얼마 안 된다. 분명히 모두가 더 내야 한다. 그것의 사회적 합의가 이뤄져야 실현이 가능한 제도다.

이걸 감추고 속이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 한국은 재정에서 줄일 수 있는 돈이 별로 없다. 예산의 90% 이상이 경직성 예산이다.

더구나 기본소득 제도는 복지가 아주 잘 갖춰진 나라, 복지병까지 생긴 나라가 복지 대신 도입해볼까 검토하는 제도다. 반면 한국은 OECD 평균에도 못 미치는 복지제도를 갖고 있다. 그냥 유행 따라 논의되는 측면도 있는 것 같다. 한국은 아직 복지가 가장 필요한 계층이 어디냐를 따져 복지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노인, 편부모, 다문화가정, 아동 등의 복지가 강화돼야 한다.”

◆정성태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서울대 경제학과 학사, 석사 ▲한국은행 조사역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

☞ 기사 출처: http://m.biz.chosun.com/svc/article.html?contid=2016110200441&policy_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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