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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스킨인더게임...현실을 이기는 이론은 없다

(※ 필자는 이 책의 번역본을 출판사로부터 무상으로 증정받아 읽게 되었다. 서평을 조건으로 책을 증정받은 것은 아니며 이 소개 글은 필자가 본 블로그 독자들에게 이 책을 권유하고 싶어서 자발적으로 쓰는 것이다. 참고로 필자는 저자, 출판사 등 다양한 분들로부터 책을 선물 받거나 다른 형식으로 무상 증정받지만 모든 책의 서평을 쓰지는 않는다는 점을 밝혀 둔다. 이 글은 한글 번역본을 중심으로 작성한 것이며 소개되는 본문 내용은 원본과 대조해 확인하지 않은 상태라는 한계가 있다.)

나심 니콜라스 탈레브의 책 『스킨인더게임』은 독자의 성향이나 독서 습관, 사회 경험 등에 따라 평가가 크게 갈릴 내용과 형식을 갖추고 있다. 말을 빙빙 돌려서 하거나, 어려운 용어와 법칙을 들이대며 이야기를 전개하지 않고 과감하게 자기 생각을 선언하는 형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이 제법 마음에 들 것이다. 프리드리히 니체의 아포리즘 형식의 글을 좋아한 사람이라면 이 책이 성향에 맞을 것 같다. 또, 다양한 사회 경험이 있는 사람일수록 이 책이 마음에 들 것으로 생각된다. 반면, 새로운 정보나 복잡한 사회 현상에 대한 권위 있는 사람의 정리를 보려고 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에 호감을 느끼지 않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한다.

저자는 현실 세계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한가지 확고한 원칙을 세우게 된다. 자신이 책임질 가능성도 없고 의지도 없는 사람의 말은 가치가 없다는 생각이 바로 그것이다. 책의 제목 자체도 바로 그런 원칙을 강조한다. 책 제목으로 쓰인 구문이 포함된 "have skin in the game"이라는 말은 어떤 주장이나 선택을 할 때 그 결과에 따라 자신이 직접적인 피해를 감수한다는 것을 뜻한다. 즉, 시쳇말로 누군가 어떤 결정에 조언할 때 "그럼 너 손가락 하나 걸래?"라고 묻는 경우와 비슷하다. 조언의 결과가 잘못되더라도 자신은 아무런 피해를 보지 않는, 훈수 같은 조언은 치열한 현대 사회에서는 무책임하고 무의미하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서론의 첫째 장부터 저자는 현실 경험이 없는, 자신이 직접 경험하지 않은 사항에 대해 연구실에서 이론에 기초해 만들어냈으며, 그 결과가 잘못 되더라도 자신은 아무런 책임도 지지 않을 사람들이 만들어 낸 이론을 조롱한다. 그가 비유하면서 든 사례는 그리스신화 속 거인 안타이오스인데, 이 거인은 대지의 여인 가이아의 아들로 대지에 발을 붙이고 있으면 절대 지지 않는다. 그런데 대지에서 발이 떨어지면 힘을 쓸 수 없고, 결국 헤라클레스가 그를 땅에서 떨어뜨린 뒤 그의 생명을 끊는다는 얘기를 소개하고 있다. 그러면서 저자는 "실제로 두 발을 땅에 딛고, 즉 몸으로 직접 부딪쳐서" 한 배움은 "논리나 고찰을 통한 배움보다 훨씬 더 우월하다"고 강조한다. 그는 또, "이는 '정책 결정'의 영역에서도 마찬가지"라고 강조한다.

저자는 또 "현대사회의 가장 큰 문제 가운데 하나는 잘 이해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아니라 잘 설명하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라고 꼬집는다. 우리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말은 그럴듯하게 하는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해당 사항을 잘 아는 것 같지 않은 경우를 보게 되는데, 바로 그런 경우라고 생각한다. 거창한 학위나 직위를 바탕으로 방송에 나와서 그럴듯한 이야기를 장황하게 하는데 막상 '몸소' 아는 것은 없는 사람도 우리 주위에는 많다. 우리는 그런 것을 방송이나 대중매체가 사전에 검증해서 적당한 사람을 출연시키기를 원하지만, 필자가 보기에 그런 일을 철저히 하는 방송이나 매체는 거의 없는 것 같다.

그는 또 "지금까지 실제로 좋은 결과를 만들어 온 행동을 비합리적이라고 볼 수는 없다. 어리석은 방식이라고 평가받던 행동이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그건 어리석은 행동일 리 없다"고 주장한다. 이 말은 내 평소 생각과 정확히 일치하지만 듣기에 따라서는 위험한 주장일 수 있다. 내가 이 주장에 동의하는 부분은 바로 "계속해서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면" 그것을 부정하는 이론이 틀렸을 수 있다고 생각해야 한다는 점이다. 우리는 평등이나 균등, 자유 등 개념 자체부터 모호한 단어를 들이대고 이루어지는 수많은 정책을 목격한다. 하지만 과거에 실패했는데도 다시 같은 명분으로 비슷한 정책이 제시되고 여론조사에서 높은 지지를 받는 경우도 많다. 주장은 옳은데 결과가 계속해서 예상대로 나오지 않는다면 주장이 틀렸다고 생각해 봐야 한다.

이 책에서 또 공감 가는 부분 중 하나는 "소고기를 먹는다고 해서 소 같은 사람이 되지 않는 것처럼 용감함에 관한 책을 읽는다고 해서 용감한 사람이 되는 것은 아니다"라는 말이다. 그는 이어 "자기계발 전문가들에게 배울 수 있는 가장 심오한 지식은 자기계발 전문가가 되는 방법이다. 역사 속 영웅들은 영웅담을 읽는 사람이 아니라 행동하는 사람이었다는 점을 기억하라"고 일갈한다. 한국에서는 언제부턴가 '○○하는 법'이나 '○○하려면 이렇게 하라'는 종류의 책이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심지어 틀에 박힌 사고를 극복하자고 하니까 '창의적인 사람이 되는 법'이라는 종류의 책까지 나오는 세상이다. 언젠가 국내 대기업에서 가장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논의하는 자리에서 한 사원이 아주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자 담당 임원이 "야, 그거 좋은 생각이다. 그런데 그 생각을 정리한 다른 데서 나온 보고서 좀 줘 봐"라고 했다는 실제 사례를 들었다. 다른 데서 나온 보고서가 바로 구해질 정도면 이미 창의적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

이 밖에도 이 책에는 두고두고 생각할 거리를 지속해서 제공한다. 이를 모두 소개하면 스포일러가 될 수도 있어서 중간 부분을 건너뛰고 한 가지만 더 소개하려 한다. 제18장 "합리성이란 무엇인가"에서 저자가 "생존이 최우선이다. 진실, 이해, 과학은 그다음 문제다"라고 한 말은 두고두고 생각하고 또 생각할 가치가 있다. 과학은 인간의 생존을 설명하고 도와주는 데 필요해서 생겨난 것이지만 과학이 절대적인 것은 아니다. 그는 게르트 기거렌처가 주도한 연구 결과 표면적으로는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인간의 행동 가운데 상당 부분이 합리적이라는 사실을 밝혀냈다고 소개했다. 필자도 개인적으로 이런 경험이 무수히 많다. 우리가 알고 있는 "합리성"은 절대적인 것이 아니기 때문에 그렇다. 즉, 모든 이론은 "틀릴 때까지 맞는 것"이라는 말을 생각해 보면 이런 사실이 쉽게 이해된다. 따라서 저자는 "행해지는 모든 행동이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서 행해지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살아남은 모든 것은 합리적인 근거가 있어서 살아남은 것이다"라고 주장한다. 이런 주장을 악용하면 위험할 수도 있겠지만, 현실을 "합리성"과 떨어뜨려 놓고 이론만 강조하는 것을 경계해야 한다는 점에는 동의한다.

우리는 어떤 주장을 하면서 "이게 말이 돼?"라는 것 이외에 마땅히 말이 안 되는 합리적인 이유를 제시하지 못하는 정치인을 많이 보게 된다. 현실은 그것이 지속된다면 일단 전부 말이 된다고 봐야 한다. 현실이 지속해서 자기 생각과 달리 돌아간다면 현실을 무시할 것이 아니라 자신의 생각을 의심해 봐야 한다. 과거 유명한 외환 당국자와 식사하는 자리에서 들었던 말이 생각난다. 그는 당시 외환시장 개입을 결정할 위치에 있었다. 왜 그렇게 자주 시장에 개입하느냐고 묻자 그는 "딜러가 숫자를 높여서 매매하면서 잠깐 사이에 큰돈을 버는데, 이게 말이 돼?"라고 그는 되물었다. 거시경제 상황이나 국가경제 차원의 문제를 지적할 것으로 생각했던 나에게는 충격적인 대답이었다. 그는 진심으로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딜러는 자신의 거래 결과에 따라 보너스를 받거나 직업을 잃는 책임을 진다. 하지만 그 관료는 개입의 결과에 따라 아무런 신분상, 재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 

거의 책 끝부분에 저자의 주장을 잘 정리한 듯한 문장을 소개하며 책 소개 글을 마치겠다. 그는 "현대사회는 아무런 위험도 짊어지지 않은 사람들이 정책을 결정하고 그 결과가 낳는 피해는 고스란히 사회에 부담하기 때문에 사회시스템은 학습을 멈춘다. (중략) 시스템 학습은 중대한 실수를 범하는 부적합한 자들이 시스템에서 퇴출당하는 (중략) 방식으로 전개되는데, 문제의 책임 회피가 가능한 현대 관료제에서는 시스템 학습이 이뤄지기 어렵다".

책 소개 글로서는 비교적 길게 썼다. 그것은 이 책이 한 가지 주제를 이어가는 내용이 아니라 많은 주제에 대한 자기 생각을 선언하듯 소개하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이다. 모든 주장에 모든 독자가 동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그렇지만 최소한 몇 가지 부분에서는 자신이 고민하던 내용을 저자도 같이 고민하고 설명하려 하고 있다는 위안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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