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바 제로 코로나 정책으로 불리는 중국의 고강도 방역조치 해제 이후 기대됐던 빠른 경제 회복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런 가운데 경제 회복세가 부진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디플레이션 위험이 제기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미국과 유럽에서는 유례없는 통화정책 긴축에도 인플레이션 우려가 사라지지 않고 있어서 중국 경제 상황은 더욱더 관심을 모은다. 이에 대해 하이투자증권이 발간한 보고서를 공유한다.
■ 디플레이션 리스크 확산 조짐
- 생산자물가 하락폭 확대 속에 소비자물가도 하락 초읽기
6월 중국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전년동월 -5.4%로 전월 -4.6%는 물론 시장 예상치 -5.0%를 크게 하회함. 전월비 기준으로도 6월 상승률은 -0.8%로 3개월 연속 큰 폭의 하락세를 이어감. 생산자물가와 함께 소비자물가 상승률 역시 전년동월 0%의 보합세를 기록함
6월 생산자물가 상승률은 15년 12월 이후,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 21년 2월(전년동월 -0.2%) 이후 가장 낮은 수준임
장기화되고 있는 생산자물가 하락세와 더불어 소비자물가마저 하락 전환을 목전에 두게 되었다는 점은 중국 경제 정상화가 쉽지 않음은 물론 중국 경제가 자칫 심각한 불황에 빠질 위험마저 커지고 있음을 시사함
2010년 이후 중국 생산자물가 상승률이 하락세를 지속한 것은 이번이 3번째임. 그러나 생산자물가와 소비자물가가 동반 디플레이션에 노출된 것은 사실상 처음임. 20년 11월 생산자와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동반 하락한 사례가 있지만 이는 코로나 영향으로 인한 특수 상황이었다는 점에서 리오프닝이 본격화되고 경기부양이 실시되고 있는 현 국면과는 차이가 있음
- 일본식 장기 불황, 소위 대차대조표 불황에 빠질 위험이 커짐
심상치 않은 중국 물가 흐름은 경제가 소위 대차대조표 불황으로 일컬어지는 장기 불황, 즉 경기 악순환에 빠질 위험이 커지고 있음을 시사함
※ 대차대조표 불황: 가계, 기업, 정부 등 경제 주체들은 빚이 증가하면 이를 갚으려는 노력을 하게 되는데, 이로 인해 소비와 투자가 감소하면서 불황이 발생하는 불황형태. 즉, 대차대조표를 맞추기 위한 부채 축소가 ‘소비ㆍ투자 감소 → 내수 부진 → 자산가격 추가 하락 → 부채 추가 축소 → 소비ㆍ투자 추가 감소 → 경기불황’이라는 경제 악순환이 장기적으로 지속됨을 의미.
중국 경제가 대차대조표 불황에 노출되고 있음을 뒷받침하는 시그널로는 부채 리스크를 우선 들 수 있음. 기업부채와 더불어 지방정부의 알려진 부채와 함께 알려지지 않은 그림자 부채 리스크가 불거지면서 지방정부가 이전처럼 공격적인 경기부양이 어려운 상황임. 여기에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용시장 악화로 인한 소비위축 현상이 심화되고 있고 미-중 갈등 등으로 인한 수출경기 역성장세와 이로 인한 기업 투자 둔화 등 사실상 복합 불황에 직면해 있음
더욱이 미세 조치지만 연초부터 실시되고 있는 각종 경기부양정책 효과가 제대로 발휘되지 못하고 있음도 디플레이션, 즉 대차대조표 불황 압력을 높이고 있다는 판단임
■ 공격적이고 시급한 추가 경기부양책이 필요
- 중앙정부 차원의 재정정책과 미-중 관계 개선이 필요해 보임
부채 리스크로 인해 지방정부의 경기부양 능력이 크게 약화된 상황에서 디플레이션 리스크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중앙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재정정책이 필요해 보임. 올해 중국 정부가 재정수지 적자 목표를 GDP대비 3%를 목표로 하고 있으나 적자 폭 확대를 감수하고 중앙정부의 재정지출을 시급히 확대해야 할 것임
또한 인민은행 역시 부동산 경기 및 소비심리 개선을 위해 추가 금리인하 및 지준율 인하 등 유동성 확대 정책을 재정정책과 함께 동반 실시해야 할 것임
이 밖에 미-중 관계 완화 여부도 중국 디플레이션 리스크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