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중국에 대해 무역 규제 조치를 가하면서 시작된 미-중 무역 갈등, 이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충격, 조 바이든 대통령 행정부의 대중국 규제 강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그리고 미국의 이른바 '리쇼어링' 정책 등 그야말로 지난 몇 년간 세계 무역 체계를 뒤흔든 사건들이 줄을 이었다.
그에 따라 이른바 공급망 재편이라든지 세계 가치사슬(GVC) 재편 등의 표현이 요즘은 대세가 됐다. 실제로 미국의 정책에 따라 많은 기업이 중국을 떠나 다른 나라로 생산 기지를 옮기거나, 첨단 기술 제품의 경우 미국 본토로 생산 기지를 아예 옮기는 경우도 생겨났다.
일부에서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끈 자유무역 기조와 그에 따른 세계화(globalization) 시대가 저물고 미국이 다시 고립주의로 되돌아가는 것이라는 진단도 나왔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미국 본토에서 생산해야 하는 경우를 제외하면 결국 기업들은 중국이나 미국이 규제하는 지역만 아니라면 새로운 지역으로 생산 기지를 옮기는 식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어찌 됐 세계 공급망 구조에는 새로운 변화가 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지난 5년여 간의 변화를 들여다보고 이것이 세계 경제와 미국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가 나와서 본 블로그에 소개한다.
미국에서 경기 침체 기간을 규정하는 데 있어서 가장 큰 권위를 인정받는 전미경제연구국(NBER)에서 발간한 『Global Supply Chains: The Looming “Great Reallocation”』이라는 제목의 이 보고서는 하버드대학교의 Laura Alfaro 교수와 다트머스대학의 Davin Chor 교수가 공동 저술했다.
보고서는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조업 의존도를 줄이려는 것이 최종 목적이라면 궁극적으로는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한다. 즉, 미국의 대중국 직접 의존도는 감소했지만, EU, 멕시코, 베트남 등 '우호적' 국가에서의 중국 수입 비중은 증가한 점을 볼 때 중국 기업들이 이들 지역으로 진출해서 결국 미국의 수입품이 중국산일 가능성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일본이 1970년대와 1980년대에 했던 것처럼 중국 기업들이 베트남과 멕시코에 대한 직접투자와 생산 시설 건설을 강화하고 있다.
또 한 가지 특징은 이런 미국의 정책이 결국 제품 제조 비용 상승으로 이어져 미국인과 나아가 전 세계 소비자들의 후생에는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기본적으로 경제 활동을 시장이 결정한 균형에서 벗어나 재분배하는 정책은 후생 손실을 초래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산업 정책을 따르는 데 드는 비용이 공개적으로 알려진 것보다 더 광범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는 것이다. 효과적인 제조 허브를 되살리려면 신뢰할 수 있고 효율적인 공급망 네트워크와 운송 시스템과 적응력이 뛰어난 숙련된 노동력이 모두 갖춰져야 하는데, 과연 미국의 정책에 따른 인위적인 조정을 위한 이런 분야의 조건들이 갖춰질 수 있느냐는 문제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