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2024년 경제 전망 보고서 내용 중 정책 당국에 대한 조언 부분이 눈길을 끈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과 동시에 이전 정부의 경제정책 중 반시장적이라고 여겨지는 부분을 바로잡겠다고 천명했다. 특히, 문재인 정부가 역대 정권 중 재정지출을 가장 크게 늘린 가운데 정부 부채 증가폭(절대액 및 GDP 대비 비율 모두)도 급상승한 부분을 지적하면서 재정 건전화 기조를 약속하고 지켜냈다.
(사진 출처: en.yna.co.kr) |
공약을 지킨 것은 치하할 만하다고 하겠으나, 문제는 타이밍에 있었다. 사실상 메모리 반도체 가격에 크게 좌우되는 세수가 예상보다 크게 줄어든 가운데 미국의 긴축 기조 속에 다른 산업의 실적도 악화한 것이다. 야당에서는 줄기차게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주문했으나 정부가 이를 단호히 거부한 가운데, 설상가상으로 정치 외적인 갈등 심화로 거대 야당이 장악한 입법부는 다른 경제정책 처리도 무력화했다.
결국 올해 연간 경제성장률은 국내외 위기 때를 제외하고 사실상 역사상 가장 낮은 1%대 초반에 그칠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 성장률이 2.2%로 소폭 반등하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은 기록할 수 있으리라고 전망했으나, 올해 부진을 고려하면 사실상 기조 회복이 여전히 확고해지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내년 상반기까지는 여당이 개헌 저지선인 1/3을 약간 넘는 수준의 의석만을 갖게 되는데다가 국회의원 선거 결과 지형이 어떻게 바뀔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집권 3년차를 맞는 윤석열 정부는 이미 긴축적 재정 편성을 예고한 상태여서 재정을 통한 경기 부양 여력도 제한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현대경제연구원은 상황이 허락된다면 통화정책 전환과 신산업 부문의 투자 촉진 등의 정책이 없으면 저성장 고착화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다음은 현대경제연구원이 보고서에서 제시한 정책적 제안을 정리한 것이다. 보고서 전체 내용은 연구원 홈페이지에서 구할 수 있다.
- 통화정책, 상황이 허락하면 경기 회복 가속 기대감을 높이는 방향으로 기조 변화를 꾀함
- 재정정책 역시 상반기 지출 비중과 활용도를 높여 경기 회복력을 강화
- 취약계층 안전망 강화, 각종 개혁의 연착륙 등을 통해 저성장 우려 극복 발판 마련
- 대외 리스크의 현상과 진행 방향 및 전망에 관한 적절한 시장 커뮤니케이션을 통해 정책 어나운스 효과(announce effect; 발표 효과)를 최대화
- FTA 등 경제블록 단위의 협력 관계를 강화하는 등 안전핀 모색
- 시장 불안 시 신속히 개입할 수 있도록 시장 안정화 수단 및 체재를 강화
- 적극적 경제 외교를 통해 필수 원자재의 원활하고 안정적인 수급 환경을 조성
- 신시장 개척 및 수출 지원 강화는 아시아 역내 신시장에 주목할 필요
- 문화산업, 방위산업, 식품과 화장품 및 가전을 포함한 소비재 등의 수출 확대와 함께 차세대 K-콘텐츠를 발굴·육성
- 투자 활성화 대책이 무엇보다 중요
- 반도체와 배터리 등 부문에서 민간-정부의 전방위적인 협력을 통해 대규모 투자 유도
- 신기술ㆍ신산업 부문에 대해서는 규제 완화ㆍ제도 선진화 통한 투자 촉진 필요
- 에너지, 곡물, 광물 비축시설 확충과 안정적 공급망 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