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거리와 농업 분야에도 과학적이고 산업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정말로 처음부터 끝까지 욕하면서 본 책이다. 의외로 괜찮은 에너지 분야 개론서였던 '왜 에너지가 문제일까?'를 본 후, 내가 있는 독서 모임에서 이번에는 농업 분야 개론서를 읽어 볼까 하고 고른 책이 바로 이것이었는데, 정말 실망스러웠다. 한마디로 농업과 먹거리(식품 가공 및 유통)를 산업이 아닌 '대안적 사회운동'의 차원에서만 바라본 책이기 때문이었다. '1993년 우루과이 라운드에서 시작하여 1999년 시애틀 반세계화 시위에서 정점에 이르고 2008년 광우병 촛불시위에서 멈춘' 책이라고나 할까. 이 책을 보면서, 나는 우리나라의 농업과 먹거리 분야에 정말 제대로 된 과학적이고 산업적인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게 되었다.
생각해 보면, '왜 에너지가 문제인가'가 저자의 '운동권' 적인 접근에도 불구하고 꽤 객관적인 시각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에너지가 기본적으로 과학과 산업(=자본주의 시장경제)의 영역으로 간주되기 때문이다. 반면, 농업은 대부분의 나라에서 과학과 산업 이전의, 뭔가 종교적이고 '전산업(pre-industrial)' 적인 존재인 것이 사실이다. '동아시아 소농 사회'의 일원이었으며 '농자천하지대본'의 구호가 아직도 사람들에게 먹히는 한국은 특히 더 그렇다. 하지만, 이러한 점을 감안해서라도 보다 균형잡힌 논의를 위해 과학자(농학자)와 산업적 측면에서 농업에 접근하는 농업경제(경영)학자가 이 책에 참여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기본적으로 사회학자가 주도하고 있고, 농업경제학자 몇 명도 '대안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