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세금과 이자 비용 증가에 따른 가처분 소득 감소
사람은 불안하면 저축을 늘린다. 내가 아무리 돈이 많아도 앞날이 불안하면 돈을 쓸 수 없다. 이것은 매우 합리적 의사결정이다. 그러나 개개인의 합리적 의사결정이 전체 경제에는 독이 된다는 사실을 맨 처음 간파한 이는 케인즈였다. 그래서 이걸 저축의 역설이라고 불렀다.
지금 한국이 처한 상황은 저축의 역설과 크게 다르지 않다. 한국의 가계는 현재 이중고에 시달리며 저축률을 높일 것이기 때문이다. 우선 가처분소득의 감소가 심각하다. 통계청에서 분기에 한번씩 발표하는 가계동향조사에 보면 비소비지출이 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18년 3분기 22.4%를 기록, 지난 몇 년간 유지되었던 18%대를 돌파한 것으로 나타났다. 비소비지출이 증가하면 당연히 가처분 소득은 감소한다.
비소비지출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경상조세와 가구간 이전지출 항목이다. 즉 세금을 많이 내고 있고 고령화로 인해 돌볼 가족들이 많아지고 있다는 뜻이다. 특히 세금 비중은 2000년대 이후 가장 빠르게 비중이 증가하고 있다. 세금이 비소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3년 13.4%에서 2018년 3분기 현재 23.7%까지 올라갔다. 한편 가계 소득에서 세금과 이자비용이 차지하는 비중 역시 5.9%를 기록하면서 가계 가처분소득 감소에 크게 기여한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