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열로 고생해 본 사람이 신체 건강 지표 중 유독 체온에 민감하고, 고혈압으로 고생해 본 사람은 혈압에 민감한 경향이 있다. 이와 비슷하게 외환위기나 하이퍼인플레이션을 겪어 본 나라일수록 환율 변화에 민감하다. 한국도 예외가 아니다. 최근에만 해도 1997년, 2008/2009년, 2013년 등 금융 불안은 오롯이 환율 폭등으로 이어졌다.
게다가 에너지원을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는 한국은 석유, 가스, 석탄만 해도 연간 2억5천만TOE 이상을 수입하는데, 에너지 가격이 오르면 이는 결국 달러 수요 증가로 이어져 환율이 상승하는 압력이 커지게 된다. 환율 상승은 다시 수입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악순환이 이어지기도 한다.
최근 한국의 환율은 잇단 대외 쇼크에 한껏 높아져 있다. 그런데 환율 수준은 대외 요인만 반영하는 것이 아니고, 일정 부분 국내 요인도 영향을 미친다. 한국 경제의 생산성이라든지 한국인들의 대외 금융자산 취득 등도 환율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당국으로서는 환율을 '적정한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하는 데 힘을 쏟는다.
그러기 위해서는 과연 현재의 국내외 요인을 고려한 '적정 환율 수준'이 어딘지 판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를 균형환율이라고 하는데, 이 환율 수준을 계산하는 방법이 여럿 있다. 이와 관련해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현재 명목 환율이 대체로 균형 환율 수준보다 2~3% 높다고 지적했다.
균형환율과의 격차가 생각보다 크지 않은 것은, 반대로 얘기해서 적정 환율이 예전보다 높아져 있다는 뜻이다. 이와 관련된 보고서(『우리 경제의 적정환율 얼마에요?』) 주요 내용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