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 견해임을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을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던 것은 아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지난해 10월 기준금리를 인하할 때만 해도 국내 경기 둔화에 대한 우려를 강하게 나타냈다. 하지만 바로 다음 달 기준금리를 동결한 뒤 기자회견에서는 우리 경제가 둔화는 멈춘 것으로 보이며, 향후 반등세도 예상한다고 밝히는 등 입장을 바꿨다. 더불어 기회가 있을 때마다 선진국의 정책 전환이 불시에 일어날 수 있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올 들어 기대하던 경기 반등 조짐은 확인되지 않았고 아베노믹스 효과로 엔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한국의 수출에 미칠 악영향이 대대적으로 기사화됐다. 이어 박근혜 정부는 출범하자 마자 올해 경기 전망을 대폭 하향조정했고, 정부 및 여당 관계자들은 공개적으로 한국은행의 금리 추가 인하를 주문했다. 하지만 그 동안 정부와의 협조를 강조해 온 김 총재는 어찌된 일인지 금리 인하 압력에 거세게 저항하는 모습을 보였다.
서울 채권시장에서 투자자들은 장/단기 금리를 거세게 아래로 밀어부치며 김 총재를 압박했지만 김 총재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4월 금융통화위원회 회의에서는 자신과 박원식 부총재를 제외한 5명의 위원 가운데 3명이 금리 인하 표결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금리 동결을 주장해 금리를 유지했다. 5월 금통위 회의에서는 임승태 위원이 인하에 동참하면서 이미 금리 인하로 대세가 굳어졌고 김 총재와 박 부총재도 부득이 다수 의견에 동참할 수 밖에 없었다.
이후 김 총재는 기자회견에서 자신이 위원장으로서 소수의견을 낼 수 없어서 다수 의견에 동참했다고 밝힘으로써 금리 인하에 반대하는 자신의 뜻은 바뀌지 않았음을 강조했다. 그러면서 역시 미국의 갑작스런 출구전략에 대비할 필요가 있다는 경고를 계속해 오고 있다. 김 총재에 대한 불신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은 김 총재의 이런 주장이 우연히 나온 것인 양 말하고 있지만 문제는 지금부터다.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다. 따라서 선진국과의 금리차가 적정선 이하로 내려올 경우 외국 투자자들은 망설이지 않고 한국 시장을 떠날 가능성이 있다. 필자는 다른 글에서 한국이 원화 환율 절하에 취약한 상황이라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1997년과 2008년에 겪었듯, 한국은 원화 절하가 본격화되면 급격한 자본유출이 일어나고 환율은 다시 절하세가 가속화되는 악순환을 겪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어느 정도가 적정한 금리차인가에 대한 공식적 연구 결과는 없다. 어쩌면 기준금리 2.5%는 이미 너무 낮을 수도 있다. 문제는 원화 절하가 본격화될 경우 금리 인상을 통해 외국 자본을 유지해야 하느냐의 여부가 될 것이다. 그런 상황까지 오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정책에 대한 불신은 가질 수 있지만 특정 관료에 대한 무조건적 불신은 위험하다는 점을 강조하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