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가치는 1% 넘게 하락해 2012년 6월 이후 가장 낮은 수준까지 내려왔다. 그러나 말레이시아 링기트화나 태국 바트화 등은 (가치) 하락 폭이 전날에 비해 한결 축소됐다. 전날 인도를 위시해 몇몇 나라에서 외환당국이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선 것으로 보도됐지만 아시아 신흥국 당국의 대응은 아직 차분한 모습이다.
더구나 한국 정책당국은 더욱 조용한 자세를 유지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을 갖게 한다. 우선 이번 시장 동요는 예컨대 유로존 위기가 처음 불거졌을 때나 북한의 전쟁 위협 등과 같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생겨난 것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버냉키 의장이 퇴임을 앞두고 조만간 출구전략에 대한 청사진을 제시할 것이라는 예상을 많은 사람들이 했다.
또 하나는 아시아 신흥국들이 1997년, 2008년, 2010년 등 잇따라 발발한 광범위한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더욱 많은 노하우를 축적하게 됐다는 점도 강조할 필요가 있다. 따라서 근본적으로 아시아의 문제가 아닌 요인으로 시장이 출렁거릴 때 대응하는 방법과 자신들의 문제로 위기감이 고조될 때의 접근법은 다를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이제는 터득했다는 것이다.
미국의 출구전략에 대한 청사진이 제시된 뒤 외국인 투자자들은 어떤 식으로든 자산배분 재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쉽게 생각하면 달러화 자산 비중을 늘릴 것이다. 그렇지만 이들의 자산 재배분이 신흥국으로부터의 전면적인 이탈로 나설 것인지 아니면 지역이나 국가보다는 테마나 자산의 종류에 따라 이루어질 것인지 앞으로 관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다행스러운 점은 과거와 비교해 한국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특별히 부각되는 것 같지는 않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