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지

▶블로그 검색◀

한국 경제 펀더멘털이 개선 추세라고?

"우리 경제의 기초여건, 즉 펀더멘털은 뚜렷한 개선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주가는 이같은 경제상황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 장기적으로는 상승할 수밖에 없다."

"기업과 국민이 지표상 내수와 투자부진만을 인식하고 펀더멘털은 체감하지 못하고 있다...재고 증가율이 크게 축소되는 등 경기회복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우리 경제가 최근의 급락세를 보일 정도로 펀더멘털이 나쁘다고 생각지 않는다.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는 것 같다."


위에 열거한 인용문은 어느 모로 보나 서로 같은 내용이고 물론 금융시장이 불안한 가운데 정책당국자가 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려는 목적으로 한 말인 것을 알 수 있다. 그런데 놀랄 만한 것은 이 가운데 두 건의 발언은 우리나라가 6.25 전쟁 이후 최대 국난이라고 할 만한 외환위기를 맞았던 1997년에 나온 것이고 하나는 최근 나온 것이라는 점이다.  더구나 하나는 우리나라가 IMF 구제금융을 신청하기 불과 3-4일 전에 나온 발언이다.

한 나라의 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당국자라면 하루하루 금융시장 상황에 민감하게 휘둘릴 수 밖에 없는 투자자들과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불안심리를 안정시켜야 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다.  그렇지만 시장이 일제히 하락하고 투자자들과 국민들이 불안해하고 있는 와중에 안심하라는 말만 가지고는 불충분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요즘은 투자자들은 물론이고 웬만한 일반 국민들도 공식적인 금융 및 경제정보는 놀랄만큼 빠르고 정확하게 습득하고 있다. 1997년 외환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하고 이제 10년도 넘게 지난 오늘날, 더구나 한국 금융시장은 이제 아시아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활발한 투자가 이루어지고 있다.  국제 자본 이동은 이른바 경제 펀더멘털에 따라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투자자는 물론 일반인들도 그 정도는 알고 있다. 

어쩔 수 없는 위치에 있고 그렇게 말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해도 이제는 한국의 관료들도 무언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국내 및 해외 금융시장이 어떻게 움직이고 어떤 요인들로 주도되고 있는지, 국내 및 세계경제가 어떤 취약성을 가지고 있는지, 그래서 우리나라는 단기적으로는 어떤 개선을 이뤄야 하며 장기적으로는 어떤 노력을 해야 하는지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기획재정부가 홈페이지에 게시한 자료는 개인적으로 높이 평가하고 싶다. 『양적완화 조기종료 이슈 관련 10문 10답』이라는 제목의 이 자료(☞ 바로가기)는 가장 최근에 논의되고 있는 사안들을 나열하고 거기에 대한 정부의 진단과 배경 통계를 제시해주고 있다. 그냥 "다 괜찮다"고 하는 데서 그치지 않았다는 점에서 평가할만 하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말이 나온 김에 과연 한국경제 펀더멘털은 양호한가에 대해 생각해보고자 한다. 어느 나라 경제도 완벽하지 않다. 즉 펀더멘털이 양호하다는 말은 이미 말이 아니다. 물론 거시경제지표는 과거보다 양호한 것이 사실이지만 속을 들여다 보면 많은 취약성이 여전히 남아 있다. 투자자들은 이러한 취약한 부분을 주시하고 여기에 한국과 한국 정부가 어떤 해법을 가지고 있는지 알고싶어하는데 아무도 답을 내놓으려 하지 않고 있다.

재벌대기업들은 여전히 언론을 "관리" 대상으로 여기고 언론의 접근을 차단하는 데 더 무게를 두고 있으며 정치인들은 경제와 담을 쌓고 다른 세계에 살고 있는 것처럼 말한다. 금융기업들은 서민정서라든지 기타 정의되지 않는 개념들을 내세우는 정치권 및 규제당국의 간섭 아래 영업전략을 스스로 결정하지 못하고 있다. 일본이 디플레이션, 부동산시장 붕괴, 엔화의 뜬금없는 절상, 핵발전소 위기, 자동차 대량 리콜 등 무수한 악재를 극복해 나가는 동안 한국 기업들은 이에 따른 반사이익에 취해 구조개혁을 소흘히 해 왔다.

경제민주화가 정치권의 화두가 되고 있다. 아마 주요 정당들은 공정거래법을 개정하고 재벌의 일부 관행에 대한 시정을 목적으로 입법을 할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규제는 actor를 대상으로 해서는 안되며 action을 대상으로 하되 그 적용을 철저히 해야 한다. 대기업(actor) 은 전철역에서 몇미터 밖에 점포를 개설할 수 있는지를 규정할 것이 아니라 점포들 사이에 어떤 행위(action)를 규제하고 이를 어길 경우 철저한 처벌을 한다는 확고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나는 한국경제의 펀더멘털이 양호하다고 믿고 싶다.

(1997년 10월 18일)
(1997년 11월 15일)
(1997년 11월 15일)

▶최근 7일간 많이 본 글◀

태그

국제 경제일반 경제정책 경제지표 금융시장 기타 한국경제 *논평 보고서 산업 중국경제 fb *스크랩 KoreaViews 부동산 책소개 트럼포노믹스 일본경제 뉴스레터 tech 미국경제 통화정책 공유 무역분쟁 아베노믹스 가계부채 블록체인 가상화폐 한국은행 환율 원자재 국제금융센터 외교 암호화페 AI 북한 외환 중국 반도체 미국 인구 한은 에너지 인공지능 정치 증시 하이투자증권 논평 코로나 금리 자본시장연구원 연준 주가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출 중동 산업연구원 생성형AI 채권 한국금융연구원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일본 일본은행 BOJ 자동차 칼럼 ICO 국회입법조사처 한국 KIEP 미중관계 삼성증권 세계경제 신한투자증권 에너지경제연구원 우크라이나 인플레이션 전기차 지정학 IBK투자증권 TheKoreaHerald 분쟁 브렉시트 현대경제연구원 BIS CRE IT KB경영연구소 KB증권 KIET NBER OECD 대신증권 무역 미국대선 배터리 상업용부동산 수소산업 원유 유럽 유진투자증권 자본시장 저출산 전쟁 ECB EU IBK기업은행 IEA LG경영연구원 PF PIIE 공급망 관광 광물 규제 기후변화 로봇 로봇산업 보험연구원 비트코인 생산성 선거 신용등급 신흥국 아르헨티나 연금 원자력 유럽경제 유안타증권 유춘식 이차전지 자연이자율 중앙은행 키움증권 타이완 터키 패권경쟁 한국무역협회 혁신 환경 AI반도체 Bernanke CBDC CEPR DRAM ESG HBM IPEF IRA ITIF KDB미래전략연구소 KISTEP KOTRA MBC라디오 NIA NIPA NYSBA ODA RSU SNS Z세대 iM증권 경제안보외교센터 경제특구 경제학 고용 골드만삭스 공급위기 광주형일자리 교역 구조조정 국민연금 국제금융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국제유가 국회미래연구원 국회예산정책처 넷제로 논문 대만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독일 동북아금융허브 디지털트윈 러시아 로슈 로이터통신 말레이시아 머스크 물류 물적분할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 방위산업 버냉키 법조 복수상장 부실기업 블룸버그 사회 삼프로TV 석유화학 소고 소비 소통 수출입 스테이블코인 스티글리츠 스페이스X 신한금융투자증권 싱가포르 씨티그룹 아이엠증권 아프리카 액티브시니어 양도제한조건부주식 예금보험공사 외국인투자 원전 위안 유럽연합 유로 은행 이승만 인도 인도네시아 인재 자산관리서비스 자산운용업 잘파세대 재정건전성 정보통신산업진흥원 주간프리뷰 중립금리 참고자료 철강 코리아디스카운트 코스피 테슬라 통계 통화스왑 통화신용정책보고서 트럼프 팬데믹 프랑스 플라자합의 피치 하나증권 하마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한국수출입은행 한국조세재정연구원 한국지능정보사회진흥원 한국투자증권 한화투자증권 해리스 해외경제연구소 홍콩 횡재세 휴머노이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