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년동월비 소비자물가상승률이 1% 대에 머문 것은 8개월째로 2000년 초까지 환율급변동 요인으로 인한 물가안정기 이후 처음 겪는 것이다. 더구나 올해에는 복지 혜택 확대 조치와 기상여건 호조로 인한 농산물 가격 안정도 물가상승률을 억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이렇게 되자 일부에서는 우리나라도 디플레이션 상황에 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높은 인플레이션 못지 않게 디플레이션은 경제에 가져오는 폐해가 막대하다.
일본의 경우 1990년대 부동산 가격 급락으로 촉발된 디플레이션으로 지금까지 경제활동 위축을 겪고 있고 급기야 사상 유례없는 규모의 인위적 통화증발 조치를 주축으로 하는 이른바 아베노믹스 정책을 발표해 시행하고 있다. 물가의 지속적인 하락세와 더불어 생산활동 위축을 동반하는 디플레이션 상황이 계속되면 경제의 전반적인 활력은 떨어지고 더구나 임금 하락과 예상소득 감소로 인해 소비도 급격한 침체를 맞게 된다.
일단 정부에서는 하반기 들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서서히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그 근거로는 지난해 하반기 낮은 물가상승률(1%대)에 따른 기저효과, 국제유가 및 곡물가격의 반등 가능성, 그리고 국내 수요의 점진적 개선 등을 들고 있다. 이에 따라 지난 6월27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기획재정부는 올해 전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1.7%로 전망했다. 하반기만 놓고 보면 상승률이 평균 2.1%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는 것이다.
그러나 기대인플레이션율이나 채권시장에서 물가연동국채와 일반 국채 사이의 수익률 스프레드를 가리키는 브레이크이븐레이트(BER) 등을 보면 소비자 및 채권투자자들은 아직 인플레이션 반등을 크게 기대하지 않는 상황으로 판단된다. 물론 수입물가 하락세가 서서히 좁혀지고는 있지만 국제 원자재가격이 여전히 약세를 보이고 있다. 다만 달러의 가치가 전체적으로 서서히 상승하고 있고 미국 경기회복세도 견조해지는 것으로 보이고는 있다.
우리나라는 역동적인 경제활동 속에 항상 높은 물가상승률에 대한 저항감이 습관처럼 돼 있다. 그러나 이제 잠재성장률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고 고용창출도 둔화되고 있다. 소비자들은 세부담 증가와 인구고령화 속에 미래 소득증가율에 대한 기대치를 낮춰가고 있다. 부동산 가격도 과거와 같은 활기를 잃고 있다. 여러 가지 면에서 이제 우리도 적정 인플레이션 수준의 중요도에 대한 평가가 이뤄져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갖게 된다.
(브레이크이븐레이트는 자료가 미흡하고 변동성이 커 월평균으로 계산했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