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경제장관회의 모두 발언에서 내년도 재정운용 방향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서 내년도 세입여건이 어렵다는 점을 설명하는 가운데 "재장건전성 회복과 재정의 경기대응 역할 사이에서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말의 전후 맥락을 살펴보면 딱히 문제삼을 말이 있다고 하기는 힘들다.
그런데 또 한편 이 말을 가만히 되새겨 보면 뭘 어떻게 한다는 것인지도 확실치 않다. 현 부총리는 취임 초기부터 이른바 존재감이 없다는 지적을 많이 받아 왔다. 청와대에서 결정이 내려지기 이전에는 중요 사안에 대해 좀처럼 자신의 견해를 일반에 먼저 공개하지 않는 그의 스타일 때문에 생겨난 말이지만 어감이 썩 좋지는 않다.
현 부총리 자신이나 기획재정부 관계자들도 이런 지적을 받고 그의 존재감을 드러내려는 의도 아래 기자 브리핑도 자주 갖는 한편 이른바 "기 살리기 3000리 대장정"이라는 행사도 마련했다. 중ㆍ남부 지역을 순회하며 투자를 장려한다는 뜻에서 기업인을 업어주는 모습도 연출하고 기업인들로부터 여러 가지 견해도 청취하는 행사도 마련했다.
그러나 뒤 이어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세법개정안 내용 중 근로소득자의 세부담이 늘어나는 것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자 박근혜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개정안의 재검토를 지시했고 곧바로 기획재정부는 세부담 증가 내용을 보완하는 수정안을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결국 대장정에서도 국민들의 생각을 바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것을 입증하고 만 것이다.
이런 저간의 사정을 이렇게 다시 설명하는 이유는 이 글 시작부분에 소개한 현 부총리의 발언에 대한 필자의 느낌을 밝히기 위함이다. 세계 10대 경제국이며 많은 부문에서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는 대한민국의 경제 부총리가 내년 재정운용방안에 대한 자신의 견해는 한 마디도 밝히지 않은 채 "솔로몬의 지혜"가 필요하다고 하면 국민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
그 표현이 특정 종교와 연관됐다는 것은 전혀 문제삼고 싶지 않다. 다만 자신은 이렇게 했으면 좋겠다든지,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는 저렇게 해야 한다든지 하고 화두를 던져야 하는 것 아닐까 생각한다. 설령 그렇게 말했다가 언론의 비판을 받는 한이 있더라도 과연 경제 부총리의 생각은 무엇인지 국민들은 이제는 알 권리가 있다. 그런 것이 존재감이라 나는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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