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증시에 대한 외국인 순매수가 33일째 이어졌다. 이 기간중 외국인 투자자들의 누적 순매수는 11조6200억 원이 넘는다. 연초에 뱅가드 펀드의 매도세와 북한과의 긴장 고조에 따른 불안감 등이 겹치면서 외국인들이 한국 주식을 지속적으로 매도하던 것을 떠올리면 정말 극적이라고 할 정도의 자본 유입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 하는 것은 당연히 외국인들의 매수세는 더 이어질 것인가에 모아지고 있다. 이에 대한 대답을 확실하게 내놓을 수 있는 사람은 없다. 다만 몇 가지 정황을 짚어봄으로써 현 상황에 대한 이해는 조금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우선 고려해야 할 점은 과연 최근 유입되고 있는 자본의 성격이 무엇인가 여부다. 한국 경제 및 증시 자체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고 있는 것인가, 아니면 단순히 F5로 불리기도 한 불안한 대외건전성지표를 가지고 있는 5개 신흥국 시장에서 "일시적"으로 피난 온 것인가의 여부다. 정책당국도 여기에 대해서는 전자와 후자가 혼재해 있는 것으로 생각하는 듯한 느낌이다.
만일 전자가 다수라면 크게 걱정할 이유가 없어 보인다. 한국 경제와 증시의 미래에 대해 새로운 매력이 생겼다고 판단하는 것이라면 당분간 외국인 매수세는 이어질 수 있다. 그러나 후자, 즉, 불안한 신흥국 시장에서 일시 피난 온 자본이라면 이 돈은 미국의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한국 시장에서도 빠져나갈 가능성이 농후하다.
아래 도표에서 보듯 한국의 실질금리는 높고, 또 확대 추세다. 여기에 덧붙여 신흥국 가운데 손꼽힐 정도로 경제의 대내외 건전성 지표가 꽤 후한 점수를 받고 있다. 경상수지는 GDP 대비 5%에 육박하고 있으며 연간 경상수지는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 매년 흑자를 나타내고 있다. 정부 부채는 높지만 선진국보다는 낮다. 재정수지는 적자를 보이고 있지만 재정 규율은 아직 믿을만 한 상태다.
그러나 한국 경제와 증시에 대한 매력 때문에 자본이 유입되고 있는 것이라고 해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다.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조만간 입증될 필요가 있다. 한국투자증권 분석 자료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의 이익 전망은 올 들어 지속적으로 하향조정되고 있다. 2분기나 3분기가 바닥일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증거를 투자자들은 보고싶어 한다.
또 한 가지는 환율이다. 실질실효환율 기준으로 보면 현재 원화 환율은 2007년 초 수준보다 약 20% 정도 낮다. 결국 환율 쪽에서도 당분간 이익을 볼 여력이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갭이 좁혀질 경우 외국인들이 어떻게 판단할 것인지가 변수로 남아 있다.
(국고채 3년 및 10년 실질금리와 원화 실질실효환율(2007년 1월-100) 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