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최근에는 많은 나라나 유수의 국제기구가 전망한 것보다 가격 약세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 한국도 예외는 아니어서 물가 안정을 최우선 정책 과제로 삼고 있는 한국은행도 최근 들어 지속적으로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치를 내려잡고 있다. 여기까지는 누구나 이해할 만하며 한국은행으로서도 곤혹스럽긴 해도 딱히 비난받을 일은 아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은행이 매달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해 발표하는 기대인플레이션율에 있다. 기대인플레이션율이란 한국은행이 전국의 2,000가구 이상을 대상으로 향후 1년간의 예상 평균 인플레이션율을 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계산해 발표하는 것이다. 이 기대인플레이션율은 실제 인플레이션율이 지속적이고 큰 폭으로 하락하는 것과는 달리 3% 선까지 내려온 이후 더 이상 내려오지 않고 있다.
한국은행은 이에 대해 소비자들이 실제 인플레이션율이 상승할 때는 여기에 영향을 받는 한편 하락할 때는 자신들의 일반적인 느낌을 바탕으로 전망치를 제시하기 때문에 큰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한국은행은 또 이러한 정확하지 않은 기대인플레이션율만을 바탕으로 정책을 수립하는 것은 아니라고 말해 왔다.
그런데 한국은행의 각종 자료에는 심심치 않게 소비자들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언급되고 있다. 필자는 여기에 덧붙여 한 가지 문제점을 더 지적하고 싶다. 그것은 바로 한국은행의 "소통 능력"에 관한 것이다. 물가의 안정적 관리란 물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를 때 이를 억제하는 것도 뜻하지만 가계, 정부, 기업 등 경제주체들의 향후 물가 수준에 대한 기대치와 이해도를 실제에 부합하도록 관리하는 것도 포함된다고 생각한다.
중앙은행은 정책금리를 변경함으로써 경제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금리는 무차별적이고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중앙은행들은 각종 발표문이나 기자회견 등을 통해 실제 금리를 변경하지 않고도 경제 주체들의 행동에 변화를 가져오기도 한다. 이를 잘 하는 중앙은행이야말로 소통에 능하다고 하겠다. 그런 의미에서 한국의 기대인플레이션율이 현실과 큰 괴리를 보이는 것은 한국은행의 정책 수행 능력이 미흡하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보아도 무방하다.
이에 대해서는 필자의 다음 두 글을 참조하기 바란다:
(톰슨로이터 상품가격지수 14일이동평균 추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