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0

서머스, 아이칸, 그리고 정보의 과잉

금융시장 종사자 뿐 아니라 많은 일반인들도 향후 세계경제의 흐름과 선진국의 정책 방향 그리고 주식시장 등 금융시장 전망 등에 대해 명쾌한 흐름이 보이지 않아 혼란스러워하고 있다. 미국 금융위기, 유럽 재정위기에 이어 일본의 아베노믹스와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차기 의장 선임까지 너도 나도 미래를 불확실하게 만들기 위해 경쟁이라도 하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는 경기부양적 통화정책을 당분간 지속하겠다는 약속이 나오고 있는 가운데 세계 금융시장은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비교적 양호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런데 금주 들어 전 미국 재무장관인 래리 서머스와 주주 권익 운동가로 통하는 칼 아이칸의 경제 및 주식시장 관련 발언이 많은 관심을 끌고 있다.

사실 서머스와 아이칸 모두 언론으로부터 먼 거리를 유지해 온 사람들은 아니다. 또한 이들은 모두 미국이나 주요국 정책에 당장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위치에 있지도 않을 뿐더러 이들이 했다고 하는 발언 내용도 따지고 보면 아주 충격적인 것이라고 하기는 힘들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칸의 발언으로 미국 주가는 크게 흔들렸고 서머스의 발언으로 미국 경제와 정책적 대처 능력에 대한 논란이 새로 불거지고 있다.

이들의 발언 내용을 여기서 반복할 생각은 없다. 다만 이들의 발언이 큰 주목을 받는 것을 보고 평소 가지고 있던 생각이 다시 떠올라 그 중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우선 서머스의 발언과 관련해 흥미로운 점은 그가 얼마 전까지만 해도 연준의 차기 의장 후보로 유력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그는 이러한 생각을 연준 후보로 거론되던 당시가 아니라 지금처럼 "민간인"의 신분으로 돌아온 다음에 발표했다는 점이다. 필자는 그가 연준 의장 후보로 최종 지명됐더라도 지금과 같은 발언을 했을까 자문해 보았다. 아마 그러긴 힘들었을 것이다.

그렇더라도 그는 이러한 생각을 마음 속에는 계속 가지고 있었을 것이고 그러한 생각이 연준의 정책에 녹아들어갔을 것이다. 그것은 결국 우리가 정책당국자들의 발언을 대할 때는 표면적인 내용보다도 그런 발언이 나오게 된 "속 마음"을 언제나 고민해 보는 일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나타내 준다. 그러기 위해서는 당국자들의 특정 표현이나 발언을 항상 전체적인 맥락에서 살펴 보는 습관이 중요하며 항상 그들의 "기조적" 사고 체계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특정 발언이 관심사가 될 때는 그 발언이 나온 그 날의 발언 전체를 가능하면 원문 그대로 입수해 잘 살펴보는 습관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 언론은 공간과 시간의 제약 때문에 언제나 기사화하기에 적합한 형식과 내용의 표현만 부각하기 때문에 언론에 보도된 그들의 발언만 믿다가는 더 중요한, 그들의 사고의 흐름을 놓치기 쉽다.

아이칸의 발언이 이토록 큰 영향력을 발휘한 것도 흥미롭다. 선진국 금융시장 가격이 이미 거품 단계에 진입했을 것이라는 경고는 여러 차례 나왔다. 그런데 이번에 아이칸의 발언은 상대적으로 큰 영향을 미쳤다. 필자는 이것을 정보의 과잉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정보 선택의 중요성을 잘 나타내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날 우리는 감당할 수 없는 양의 정보를 접하고 있다. 결국 어떤 정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정보의 가치가 달라진다. 그런데 누구든 자신의 생각을 강화하는 내용의 정보를 선택하는 경향이 있다. 즉 울고 싶은 데 뺨 맞는다는 속담처럼 주식이 너무 올라 차익실현을 하고 싶은 사람이 많아져 있는데 고평가 위험 경고 발언이 나온 것이고 투자자들은 이에 반응한 것이다.

결국 이 경우에도 중요한 것은 우리가 아이칸이든 누구든 그들의 특정 발언에 관심을 집중하기보다는 그러한 발언이 나온 전체 맥락을 파악하고 그러한 발언과 유사하거나 상반된 표현이 언급된 최근의 발언 등을 함께 살펴보며 전반적이고 기조적인 흐름을 파악하는 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볼 것인가, 달을 볼 것인가? 아니면 하필 지금 달을 가리키는 그 손가락 주인의 속마음을 볼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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