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4

가계수지, "불황형 흑자"라며 슬쩍 넘기기엔 고민거리가 너무 많다

(※ 필자의 사견임.)

통계청에서 발표한 3/4분기 가계동향 자료에 따르면 총소득과 가처분소득 모두 실질 기준, 전년동기대비 증가했는데 소비지출은 줄었다. 따라서 흑자액 즉 저축액도 늘었다. 흑자가 늘었다는 것은 가계의 미래 소비여력이 강화됐다는 뜻이다. 그러나 소비를 적게 늘린 것이 아니고 아예 줄였기 때문에 일부 언론은 이를 "불황형 흑자"라고 표현했다. 그러나 이것을 불황형 흑자라고 부르든 그냥 흑자라고 부르든 그리 대단한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보다는 왜 소득은 꾸준히 느는데 소비는 늘리지 않는 것인지, 고용통계가 엉터리라는 논조의 주장이 난무했지만 근로소득은 꾸준히, 그것도 비교적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것은 어떻게 봐야 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흑자 확대가 한국 경제에는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등에 대한 심각한 고민을 한 흔적이 확인되는 기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필자는 시계열이나 분석 항목 등을 길게 혹은 짧게 변화시켜가며 나름대로 특징을 찾아 보려 노력했다. 전문가가 아닌 만큼 명확한 해답이나 향후 추이에 대한 전망을 내놓을 정도의 결론이 내려지지는 않았다. 그러나 나름대로 한 두 가지 특징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보다 기술적인 분석과 해설은 전문가들께 맡기기로 하고 필자의 생각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 한국도 2008년에 위험했다?

한국은 과거 20%를 넘는 높은 가계저축률을 자랑해 왔으나 소득수준이 높아지면서, 그리고 1997년 외환위기 이후 여러 가지 정책이 소비를 장려하는 방향으로 작용하면서 저축률은 급격히 낮아졌고 급기야 신용카드 버블 붕괴 사태 직전인 2002년에는 저축률이 0%에 닿을 정도로 하락했다. 소득 가운데 세금이나 공적 납부금 등을 제외한 가처분소득 전부를 소비 활동에 지출했다는 뜻이 된다.

신용카드 버블 붕괴 이후 가계저축률은 다시 높아져 2004년 8%를 넘기기도 했으나 이후 다시 부동산투자 붐과 함께 이른바 자산효과(대부분 실현되지 않은 자산 평가액 증가로 인한 소득 증가 심리 강화)에 따른 소비 심리 확산으로 가계저축률은 하락 반전했다. 2007년에는 저축률이 3% 아래로 내려올 정도로 소비가 활기를 띠었으며 경상수지가 적자를 기록하는 달이 많아졌다.

필자는 만일 2008년 투자은행 리먼브라더스 파산으로 인한 미국발 금융위기가 발생하지 않았다면 한국에서 가계부채 급증, 경상수지 악화 그리고 과소비 현상 등으로 자체 금융위기 징후가 생겨날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당시 이명박 정부가 취임 직후부터 경상수지 악화를 이유로 들며 원/달러 환율 상승을 옹호하는 정책적 발언을 한 것도 이러한 상황과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 불황형 흑자 나쁜 것만은 아니다

앞에 소개한 "불황형 흑자" 표현을 사용한 기사가 이것을 나쁜 것이라고 단정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좋은 현상이 아니라는 취지를 내포하고 있는 것으로 필자는 생각한다. 그러나 필자가 설명한 바와 같이 한국의 가계저축률은 분명 너무 낮다. 게다가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소비심리 악화와 미래에 대한 불안감 확산으로 저축률이 조금 높아지기는 했으나 위기 극복 판단에 따라 이러한 개선 추세가 주춤하고 있다.

이렇게 볼 때 경제 성장에는 좋지 않겠지만 가계가 소득은 늘어나는데 소비보다 저축을 늘리고 있는 현재의 상황은 다른 사정을 제외할 경우 한국 경제의 건전한 발전을 위해 긍정적인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물론 저축을 늘리는 것이 각 가계의 자각에 의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즉 향후 생산활동인구의 지속적 감소와 노후 생활에 대한 불안감 등도 가계가 저축을 늘리는 이유 가운데 일부라고 생각한다.

아래 그림에서 보듯 전체 소득 가운데 공적 부담금(세금과 연금 및 사회보험 포함)과 이자 납부 비율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이런 추세에 대해 가계가 불안감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라고 필자는 생각한다. 따라서 가계가 저축을 늘리는 가운데 건전한 소비도 지속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는 정치권이나 기타 전문가집단 등에서는 미래 한국 경제 상황에 대한 정확한 청사진을 마련하고 이를 소비주체들에게 제대로 이해시키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한국 및 OECD 내 주요 비교 대상국의 가계저축률 추이. 한국은 한국은행 통계를 사용하였음.)

(가계 평균 소비성향, 평균 소비성향 10년 평균, 근로소득과 공적 비용 그리고 이자비용의 총소득대비 비율 추이. 모두 실질 기준이며 4개 분기 이동평균 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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