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2-03

"환율 절상으로 제조업 피해" 논리 어디까지 사실일까?

(※ 필자의 사견임.)

환율 움직임에 대해 줄곧 변하지 않고 있는 일부 언론의 보도 양태가 있다. 모든 언론은 아니겠지만, 환율이 다소 빠르게 올라가면(원화 절하) 휘발유 가격 등이 올라 영업용 차량을 운행하는 사람 등 이른바 "생계형" 사업자들과 난방이 필요한 농민, 그리고 궁극적으로 서민들이 생활에 어려움을 겪게 된다고 강조한다. 환율 상승이 조금이라도 심하다 싶으면 빼놓지 않고 등장하는 것은 외국계 자본 이탈과 이로 인한 외화 공급 부족 우려감 등이 강조된다.

한편 환율이 다소 빠르게 하락하면(원화 절상) 어김없이 등장하는 기사는 수출기업에 대한 피해 우려다. 수출의 대부분이 대기업이지만 기사마다 "수출 중소기업"이 어려움에 처할 것이며 "주요 산업의 수출경쟁력"이 훼손될 것이라고 강조한다. 그러면서 환율 상승기에는 잘 등장하지 않는, 비밀공작원들이 사용하는 난수표를 연상하게 하는 숫자로 빼곡한 각종 분석 자료를 인용하기 급급하다. 결론은 "대책이 시급하다"거나 "당국이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환율은 상승할 때나 하락할 때나 모두 경제 전체로는 득과 실이 함께 발생한다. 한국 경제는 연간 총생산액이 1조2천억달러에 육박해 세계 15위 규모며 수출과 수입이 각각 연간 5000억달러를 훨씬 넘는다. 토요일을 반일로 계산해도 한국의 수출은 매일 20억달러(2조원) 내외가 된다. 우리가 소비하고 생산활동에 사용하는 장비는 상당부분 수입해온다. 따라서 환율이 높으면 높은대로, 낮으면 낮은대로 각각 득과 실이 있게 마련이다.

언론이 환율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보도를 하든 사실만 아니면 그만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런 보도 양태가 지속될 때 나타나는 문제는 정책당국이 아무리 냉정하려 해도 언론의 비판을 무한정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하게 되고, 그렇게 되면 자칫 올바른 정책을 집행할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당국의 정책은 시기와 내용 모두 중요하다. 잘못 형성된, 그러나 무시할 수만도 없는 여론 때문에 정책에 작은 실책이라도 생긴다면 그 영향은 커질 수 있다.

한 가지 예를 들어 보자. 최근 발표된 한 유수의 경제연구원의 환율 관련 분석보고서에는 "환율이 제조업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이라는 소제목 아래 다음과 같이 심각해 보이는 분석 결과를 나열해 놓고 있다.

『원화 절상에 따른 제조업 수익성 변화는 환율 변동에 따른 영업이익 충격과 기업의 수출단
가 조정여력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영업이익 충격) 원화 절상이 제조업의 영업이익에 미치는 효과는 수출품의 매출 감소 효과와 수입 재료비 감소 효과 등으로 구분할 수 있다. 두 가지 효과를 고려하여 제조업의 원화 절상에 따른 영업이익 변동을 분석하였다. 분석결과에 따르면 원화의 10% 절상으로 제조업 영업이익률의 0.9%p 감소 요인이 발생하였다. 산업별로 살펴보면 원화의 10% 절상으로 영업이익률이 수송장비 -3.8%p, 일반기계 -2.5%p, 정밀기기 -2.4%p, 전기·전자 -2.3%p 감소하여 가장 피해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외에도 영업이익률 감소폭이 섬유·가죽 -1.4%p, 금속제품 -1.3%p, 화학제품 -0.6%p 순으로 높았다. 반면 수입 원재료비중이 높은 석유·석탄(3.4%p), 목재·종이(1.1%p), 비금속광물(1.0%p) 등은 영업이익률이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출단가 조정여력) 원화 절상에 따른 각 산업의 수출단가 조정여력을 살펴보기 위해 환율변동에 따른 수출가격전가도를 추정하였다. 환율의 수출가격전가도란 환율변동에 따라 각 기업이 수출단가를 변화시키는 정도로 각 산업의 환율 변화에 대한 대응력을 나타낸다. 각 산업별로 환율의 수출가격전가도를 산출한 결과 수출 가격전가도가 높게 나타난 산업은 석유·석탄 0.89, 1차금속 0.78, 목재·종이 0.77, 화학 0.70 등이었다. 이외에 수출가격전가도가 높은 산업은 금속 0.43, 음식료 0.28, 일반기계 0.28, 섬유·가죽 0.26 등이다. 반면 수출가격전가도가 상대적으로 낮은 산업은 전기·전자 0.21, 비금속광물 0.13, 수송장비 0.13 등이었다.』

이 분석에는 대전제가 있다. 첫째는 원화의 10% 절상이고 둘째는 다른 여건이 동일하다는 것이다. 사실 원화가 연평균 10% 절상되는 일은 흔치 않은 일이다. 필자가 조사해 본 결과 원화가 달러에 대해 연평균 10% 이상 절상된 해는 지난 50여 년 사이에 단 4차례 뿐이다. 이 가운데 3차례는 그 이전 몇년간 수십퍼센트 절하된 뒤에 절상된 것이었다. 그만큼 이 전제가 다소 과장된 것이라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그 다음 "다른 여건이 동일하다"고 가정하는 것도 무리가 있다. 하지만 이 두 조건을 인정한다고 해도 위 보고서를 보고 필자가 감동할 수 없는 것은 보고서를 집필한 연구원이 수출대기업을 포함한 대기업들이 소유하고 있다는 점 때문이었다. 관련이 없기를 바란다. 그리고 보고서는 보고서로서의 가치가 있다. 그렇더라도 더 많은 언론이 조금 더 균형을 잡아주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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