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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왜 그렇게 구조개혁이 힘든가? - 라구람 라잔 (인도 중앙은행 총재)

(※ 지인인 홍춘욱 님의 글을 소개합니다.)

글로벌 무한경쟁의 시대가 개막되면서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계속 높아지고 있습니다만.. 정작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이에 대해 라구람 라잔(전 IMF 이코노미스트, 현 인도 중앙은행 총재)은 흥미로운 칼럼(Why are structural Reforms so difficult?)에서 개혁은 경제가 어려울 때 추진해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개혁으로 인해 피해를 보는 이익집단의 반발을 최소화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제가 회복될 때 개혁의 과실을 직접 보여주는 일거양득의 효과를 보기 때문이라는 것입니다. 

늘 '경제가 좋을 때 개혁해야 한다'는 주장에 익숙해져 있던 우리 입장에서 매우 신선한 논리인데요. 아래 '번역글'을 읽어보심, 그가 주장하려는 게 어떤 것인지 보다 잘 이해할 수 있을 듯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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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y Are Structural Reforms So Difficult?

왜 그렇게 구조개혁이 힘든가?
by 라구람 라잔(전 IMF 이코노미스트, 현 인도 중앙은행 총재)
많은 경제적 문제들은 시장에서의 문제들 때문이다. 예를 들어 자원 부족 혹은 총수요의 과잉/부족 등에 기인한다.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에게, 구조개혁의 필요성에 대해 공감한다. 여기서 구조조정이란 시장에서의 행동을 통제하는 제도 혹은 규제의 변경을 의미한다. 이러한 개혁은 단기에는 일정한 비용을 유발하지만, 잠재적으로 경제에 큰 이익을 주게 된다. 경제학자들은 (개혁에 대한) 소수의 반대가 정부의 부상을 통해 충분히 보상될 수 있다고 보지만, 이런 일은 매우 드물다. 대체 왜 그럴까?

개혁을 팔기 어렵다

첫번째 문제는 개혁의 이익이 대중들이 확연하게 인지할 만큼 확연하지 않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대중들에게 직접적 이익으로 비춰지기보다 간접적인 성격을 띄고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이자율 상한제의 철폐를 고려해보자. 대중들은 그런 개혁(=이자율 상한 폐지)으로 인해 대출자들이 과도한 이자를 부과하게 될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이자율 상한제가 (경쟁적인 금융시스템 하에서) 제거되면, 이자율은 대출에 따른 위험을 반영하게 되며 대출이 보다 효율적으로 배분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반면 이자율 상한제의 도입은 현재 시스템 내 대부자에게 의지하는 결과를 가져온다. 만일 대부자들이 자신들의 이익을 극대화하기로 결심했다면, 그들은 이자율 상한 선 이하의 위험을 내포하는 프로젝트에 대해서만 대출해주려 들 것이다. 따라서 다소 위험해보이는 프로젝트들은 아예 대출 받지 못해, 결국 미래의 수익을 창출하는 데 실패하는 결과를 낳는다.

그러나 만일 대부자들이 위험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지 않는다면, 매우 위험한 프로젝트에 대해서도 얼마든지 대출을 해줄 수 있다. 대부자들이 금리 상한을 넘어서는 추가적인 비용을 부과할 수 없는 상황에서 그런 대출이 이뤄지는 방법은 한 가지 잇는데, 그것은 바로 대부자를 매수하면 된다. 또 대부자들은 일종의 경매를 붙여 위험 대출에 대해 개인적으로 뇌물을 착복하고, 대출해주는 일이 벌어지게 될 것이다. 이렇게 되면 대출을 받은 사람들은 일종의 보조금을 지급받은 것과 같은 효과를 발휘할 것이다. 따라서 종종 (정부 소유의) 금융기관 대부자들은 매우 위험한 대출을 하는 결과가 빚어진다.

이자율 상한선이 존재하는 경우, 대부자가 이익극대화를 추구하냐에 상관없이, 대출 배분은 최적이 될 수 없다. 다시 말해 이 경제는 최적 수준에 비해 너무 작은 위험을 부담하거나, 혹은 너무 과도한 위험을 부담하게 된다. 더 나아가 대부자들은 경제에 저축을 창출할만큼 충분히 높은 수준의 이자율을 저축자들에게 제공할 수 없다.

문제는 이러한 주장을 분명하게 전달할 고매한 정치인들을 필요로 하며, 그런 정치인들이 이자율 자유화의 장점을 대중들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들은 샤일록 같은 고리 대금업자를 위한 정책을 펼친다는 야유를 감당해야 할 것이며, 결국은 이자율 상한제를 유지하게 될 것이다. 

이자율 상한제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나타나는 또 다른 문제는 단기적인 비용 발생의 가능성에 대한 것이다. 예를 들어, 근로자들을 보다 손 쉽게 해고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개혁하는 일은 기업이 자신들의 필요에 따라 작업장을 재편하고 또 사람을 고용하는 능력을 향상시키게 될 것이다. 그러나 단기에는 기업들은 '죽은 가지 치기'의 자유가 생겼다는 것을 발견하고 그 기회를 적극 활용하려 들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근로자들은 노동시장 개혁이 가져오게 될 직업 안정성의 훼손에 대해 우려하게 되어, 결국 성장률이 둔화될 것이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기업의 해고권 강화는 고용 및 소득을 증가시킬 가능성이 높다. 

개혁의 비용과 편익은 사람마다 다 다르게 나타난다. 경제학자들은 만일 개혁이 전체에게 이익이 된다면, 이익을 본 사람들이 개혁으로 인해 손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보상할 수 있다고 믿는다. 불행하게도, 이러한 보상은 실행하기 참 어렵다. 노동시장의 개혁은 기업들을 도와주지만, 해고되어 새로 직장을 찾아야 하는 사람들은 피해를 보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철강산업에서 해고된 근로자에게 새로운 일자리는 물론 잃어버린 임금을 보상할 수 있는가? 그리고 좋은 일자리를 가지고 있다 해고된 근로자와 이제 막 직장을 얻은 사람들 사이의 보상 차이는 어떻게 해결하는가? 더 나아가 직장을 잃은 사람에게 보상을 해준다 해도, 그 시기는 언제까지 해야하는가? 

자신이 잠재적인 피해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들은 개혁에 저항할 것이며, 그들의 결집은 로비 그룹에 매우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책당국은 구조개혁을 시행한다. 2004년 4월 발표된 국제통화기금의 세계경제전망은 산업화된 국가에서 진행된 금융 및 노동시장의 개혁에 대해 다뤘다. 이 자료에서의 발견들은 설명할 가치가 있다. 

첫째, 성장 부진은 개혁의 동인으로 작용한다. 대중들에게 개혁의 필요성을 높일 뿐만 아니라, 이해 관계자그룹의 반대 의지를 약화시키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뉴질랜드와 영국은 1980년대에 강력한 개혁을 시행했는데, 이때 어려운 경제사정이 개혁의 필요성을 높이는 데 도움을 주었다. 

둘째, 재정정책의 여지가 있을 때 개혁은 더 잘 수행된다. 이해당사자들에게 일정한 보상을 해줄 수 있는 유연성이 확보되기 때문이다. 1980년대와 1990년대에 추진된 네덜란드 노동시장 개혁은 상당한 규모의 재정지원에 의해 도움을 받을 받았다. 실업, 질병, 그리고 노동능력 상실에 대한 지원이 삭감된 대신 근로자들이 부담한 세금과 사회보장기금 기여율이 역시 삭감되었던 것이 개혁을 추진하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셋째, 특정 부문에 대한 개혁들은 다른 부문에 대한 개혁을 도와줄 수 있다. 예를 들어, 생산물 시장에 대한 개혁은 노동시장의 개혁을 더 쉽게 만들 수 있다. 이런 일이 벌어지는 이유는 생산물 시장 개혁에 따른 경쟁의 압력이 근로자들의 경영실적에 대한 우려를 높여, 개혁에 대한 저항력을 떨어뜨릴 수있기 때문이다. 

넷째, 외부 압력도 개혁에 도움이 된다. 만일 어떤 나라의 주요 무역 파트너들이 개혁을 추진한다면, 이는 개혁을 추진하는 데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다. 왜냐하면 다른 나라들이 개혁을 추진해 보다 경쟁력이 강화될 때에는, 결국 자국의 위기로 연결될 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이다. 국제적인 (개혁) 정책 경쟁은 기업 경영의 환경을 개선시키는 강력한 압력을 가하게 된다. 어떤 나라가 국제적인 경제기구에 가입할 때, 이런 조직 가입은 국제적인 경쟁 압력의 두 번째 요인(주변 국가의 개혁 정책 추진 다음 가는)으로 작용할 수 있다. 우리가 유럽 연합이 가입국의 교역 및 생산물시장의 개혁을 자극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다. 그리고 국제통화기금의 감시 역시 국제적인 경쟁 압력의 한 형태로 작용할 수 있다. 

다섯째, 작은 규모의 이해당사자 그룹이 비례대표 시스템에서 보다 강한 힘을 가질 때에 개혁은 어려워진다. 다수결 하에서, 정당들은 다수결을 가능하게 만드는 안정적인 블럭을 형성하는 게 관심이 많다. 이럴 때 다수당은 소규모의 이해당사자 그룹에 대해 별 다른 관심을 기울이지 않을 것이다. 이 경우 개혁은 꽤 쉬워질 것이다. 지난 수십년 동안 앵글로-색슨 국가에서 대대적인 개혁이 이뤄졌던 것이 이런 다수결 시스템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런 나라들에서의 가장 결정적인 개혁 추동세력은 의회에서 다수 의석을 가진 정당이다. 

마지막으로, 개혁은 모든 시기에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오지는 않는다. 사실, 이미 다뤘던 것처럼, 노동시장 개혁은 특별히 힘들다. 단지 경제에 단기적인 하강을 가져올 뿐만 아니라, 비용의 하락이 매우 불균등하게 이뤄지기 때문이다. 

개혁 주도 집단에 주는 교훈들 

이 분석에서는 교훈은 어떤 것이 있는가? 먼저 교훈을 이야기하기에 앞서, 모든 나라는 다 독특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예를 들어 산업국가에서는 경제가 어려움에 처할 때 개혁을 추진하는 것이 적합하다. 반면 개도국은 이 불균형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햐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몇 가지의 교훈이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경제가 하강국면에서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때 개혁을 시작하라. 왜냐하면 경기의 하강은 사람들에게 개혁의 필요성을 부각시키는 역할을 하며, 더 나아가 경기의 회복은 더 빠른 보상을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재정 흑자를 이용해 개혁을 사들여라. 개혁은 아무리 최적의 시간에 추진되더라도 힘든 일이다. 손실을 보는 사람들에게 보상할 능력을 가지고 있다면, 이때가 아니면 언제 사용하려는가? 

보다 즉각적인 편익을 제공하는 개혁으로부터 시작하라. 무역 및 금융시장 개혁은 단기에 즉각적인 편익을 제공한다. 만일 이런 개혁이 성공적이라면, 개혁의 효과를 대중에게 각인시키는 효과를 발휘할 분만 아니라 더 많은 보상 능력을 제공해 개혁의 추진을 더 쉽게 만들어준다. 

외부의 지원을 확인하라. 국제적인 조약 체결 혹은 국제적인 클럽 가입은 외부에서의 개혁에 대한 압력을 제공한다. 예를 들어, 중국의 은행들은 중국이 세계무역기구 가입 이후 외국은행들이 중국에서 새로운 사업기회를 가지게 된 2007년까지 자신의 자산을 클린화해야한다는 강한 압박을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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