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의 제목은 "위대한 착각"이다. 우리는 보통 우리에게 가까이 있거나 늘 있거나 우리와 공통점이 많은 대상에 대해서는 당연히 잘 안다고 여기기 마련이다. 북한도 대표적인 경우다. 우리는 학교 역사 시간을 통해, 아니면 부모님의 "옛날 얘기"를 통해 들은 단편적인 정보를 바탕으로 나름대로의 북한을 생각한다. 하지만 1945년 분단 이전까지 같은 나라였고 지금도 언어와 문화적 배경을 공유한다는 점 때문에 많은 것을 안다고 착각하고 있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북한에 정권이 들어선 이후 실제 북한을 경험한 사람은 많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현대 북한을 단 한 번이라도 육안으로나마 본 경험이 있는 남한 사람은 일본이나 미국, 심지어 크로아티아를 본 경험이 있는 사람보다 적을 것이다. 북한을 모두 4번 취재차 다녀온 바 있는 필자도 아마 소수에 포함될 것이다. 그런데 필자도 북한을 전혀 모르겠다.
한국은 북한을 미래 통일의 대상이며 현재 주적으로 설정하고 있다. 실제로 통일부 등 정부의 몇몇 기관은 북한에 대한 막대한 양의 정보를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이 정보를 국민들에게 보급하는 일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거나 다른 일에 우선순위를 빼앗기고 있다. 하긴 북한에 대한 정보를 전파하는 일도 쉬운 것은 아니다. 북한에 대해 이렇게 아는 것이 없는 남한에서 북한을 얘기하는 데도 그 기본 태도가 극명하게 대립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북한은 공식적으로 경제지표를 발표하지 않는다. 그러나 1980년 김일성은 신년사에서 전년도 북한의 1인당 국민소득이 1920달러라고 밝혔다 (통일부 자료). 당시 남한의 1인당 국민소득은 1693달러였다. 그러던 것이 1990년(한국은행 집계 가운데 가장 오랜 것임) 남한의 국민소득은 446만원으로 북한의 81만원을 크게 앞질렀다. 1979년 북한 자료의 신빙성은 의심의 여지가 있지만 대체로 당시 북한이 남한보다 월등하게 앞섰던 것은 사실이다.
필자는 앞에서 북한이 대한민국에게는 복잡한 대상이라고 말했다. 남한 경제에 있어 북한과의 준비 없는 통일은 큰 충격을 줄 것이다. 반대로 북한과의 전면전 재개 역시 막대한 피해를 남길 것이다. 그것이 국제신용평가사들이 대만과 한국의 가장 큰 차이로 보고 있는 것이다. 대만은 물론 중국과의 전쟁 발발시 피해를 입겠지만 통일은 경제적으로 큰 충격을 주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것이다.
필자는 이 블로그를 시작하면서 경제 관련 글을 주로 게시했다. 그러나 북한도 한국 경제에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인이다. 어쩌면 재닛 옐런 미국 연방준비제도 신임 의장보다, 중국 경제보다, 그리고 경제민주화보다 더 중요한 요인이라고도 할 수 있다. 따라서 블로그 시작 이후 처음으로 북한에 대한 보고서를 소개하는 글을 게시했다 (☞ "(보고서) 김정은의 "병진노선"에 대한 평가와 전망" 참조).
아래 그래프는 한국은행의 통계 공표가 시작된 1990년 이후 남한과 북한의 경제상황을 보여주는 지표의 추이를 기준년을 100으로 놓고 살펴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