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범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님이 페이스북에 소개하신 글을 옮겨 소개합니다. 이 글에 소개되고 있는 칼럼 원문인 "A Requiem for Global Imbalances"는 여기를 참조하십시오)
'글로벌 불균형(global imbalance)은 끝났다'는 베리 아이켄그린 버클리대 교수의 칼럼이 지난 주 전문가 기고 사이트에서 최고 조회수를 기록했다.
글로벌 불균형이란 예를 들어 중국은 연년세세 막대한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하고 미국은 계속 적자를 면치 못하면서 양국의 대외포지션에 불균형이 고착화된 현상을 말하는데 경상수지의 불균형은 반대방향으로 국제자본의 막대한 이동을 초래하여 글로벌 금융위기의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01-'07년중 미국의 GDP대비 경상수지 적자는 3.9%에서 5.2%로 확대되었고, 중국의 흑자는 1.3%에서 무려 11%대로 늘어났다. 비슷한 유형으로 유럽은 2%대 경상수지 적자에서 5%대 적자로, 신흥아시아는 4.7%흑자에서 6.6%흑자로 확대되었다.
미국과 같이 생산한 것 보다 더 많이 써서 경상수지 적자를 기록한 나라는 다른 나라로부터 자본을 수입해야 하는데 이 시기에 경상수지 흑자를 기록한 중국과 신흥아시아의 자금이 물밀듯이 미국으로 흘러 들어가면서 미국 국채 10년물 평균금리가 6.4%에서 4.5%까지 190bp나 하락하고 주식, 부동산, 달러 등 자산시장의 대호황을 낳았다.
외부로부터 돈이 들어온다고 반드시 금리가 떨어지는 건 아닌데 이 시기에 미국경상수지 적자(=자본수지 흑자)규모가 재정수지 적자보다 월등히 더 컸던 것이 장기 저금리 시대를 연 배경이 되었다. 돈의 힘이 어느 정도였는지 버블을 염려해서 연방준비은행이 '04년 7월부터 06년 6월까지 2년에 걸쳐 정책금리를 무려 4.25%나 쉼 없이 인상했는데도 같은 기간에 10년물 국채금리는 93bp 인상에 그칠 정도였다(Greenspan's puzzle).
글로벌 금융위기 후 사정이 싹 달라졌다. 미국과 유럽은 위기로 인한 경기위축으로 수입이 줄고 통화가 약세가 되면서 수출은 늘었다. '08-'12년중 미국의 경상수지 적자규모는 GDP대비 4.6%에서 2.7%로, 유럽은 4.4%에서 2.6%로 축소되었고, 중국의 흑자규모는 9.3%에서 2.3%로 현격하게 줄어들었다. 다만 우리가 포함된 신흥아시아의 경상수지 흑자규모는 6.1%에서 6.6%로 별 변화가 없었다.
이 시기에 미국의 재정적자는 경기위축에 따른 세수감소와 적극적인 재정지출정책으로 GDP대비 10%내지 6%대로 대폭 확대되었다. 개선된 경상수지 적자(외부로부터의 자본유입 감소)와 확대된 재정수지 적자(국채발행규모 확대)는 정상적으로 볼 때 미국 국채금리의 급등을 불러오는 것이 맞다. 그 경우 미국의 주식, 부동산시장에는 찬바람이 일어야 하고.
그런데 오히려 반대현상이 일어났다. 미국 국채 10년물 금리가 '12년 7월에는 1.4%대까지 하락하는 초저금리 행진이 이어졌다. 자연히 주식시장은 또 다른 버블논쟁을 낳을 정도로 뜨겁게 달아 올랐다.
왜 그랬을까? 답은 연방준비은행의 막대한 국채매입정책, 즉 양적 완화 때문이다. 이 시기에 개선된 경상수지 적자규모(외부로부터의 자본유입 감소분)와 늘어난 재정수지 규모의 차이만큼 연방준비은행의 자산매입이 일어났다. 거기에다 연방준비은행은 09년 이래 정책금리를 제로에 가깝게 유지하고 있다.
연방준비은행이 국채매입규모를 줄여 나가겠다는 테이퍼링은 이렇듯 빠르게 개선된 경상수지와 거기에 비해 개선이 더딘 재정수지 상황에서 국채시장 수급의 완충역할을 해주고 있는 연방준비은행의 퇴장을 의미하며 당연히 국채금리의 급등(작년 여름 이후 100bp이상 상승)우려를 낳고 있다.
글로벌 불균형이 균형점을 찾아가고 있는 마당에 미국 국채시장에는 새로운 불균형이 떠오르고 있는 셈이다.
미국 쌍둥이 적자의 향배, 연준의 양적완화 축소 추이에 따라 상승압력을 받게 될 미국 국채금리의 움직임이 올 한 해 국제금융시장의 초미의 관심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