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중앙은행이 충격 요법을 선택했다. 며칠간 머뭇거리며 상황을 더욱 어렵게 만들던 끝에 중앙은행 독립성을 둘러싼 투자자들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해 엄청난 폭의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터키는 여전히 정치적 위기에 휩싸여 있고 정권은 여전히 한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성향의 총리가 쥐고 있다. 하지만 이제 최소한 터키에는 중앙은행이라면 당연히 해야할 일, 즉 환율을 안정시키는 그 일을 제대로 하는 중앙은행은 있다는 인식을 심어줬다.
불과 1주일 전만 해도 터키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을 거부하고 실효성 없는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해 외환보유액만 탕진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 발표된 성명에 따르면 모든 기준금리는 대폭 인상됐으며 어떤 경우에는 2배로 금리가 인상됐다. 은행 및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실제 조달금리는 7.75%에서 10%로 인상됐다. 이는 실질 금리 기준으로 하면 3% 수준에 이르는 것으로 인플레이션을 억제하기에 충분한 수준이다.
물론 금리 상승에 따라 올해 경제성장률은 당초 예상했던 3.5%보다 낮아질 것이다. 하지만 리라화 안정으로 기업 및 은행권은 대규모 외화부채 상환 부담이 가벼워지는 등 많은 도움을 받을 것이다.
무엇보다 이같은 중앙은행의 과감한 행보는 최소한 터키 경제에 꼭 필요한 장기투자자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는 큰 도움이 될 것이다. 투자자들에게 환율 폭락만큼 공포심을 주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취약한 신흥국의 상징처럼 여겨지던 터키에서 이번 중앙은행의 과감한 정책 결정이 성공한다면 이는 앞으로 다른 신흥국들에서 동요가 일더라도 당국에게는 큰 교훈이 될 것이다.
그렇지만 엄청난 폭의 금리 인상만으로 터키가 당면한 모든 문제가 완전히 해결되는 것은 물론 아니다. 오히려 터키의 근본 문제는 안정적이고 합리적이며 예측가능한 정부만이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것들이다. 그런데 터키에서는 최소한 최근 몇달 동안 그러한 정권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이번 터키 중앙은행의 과감한 정책 결정은 타이프 에르도간 총리에게는 국정을 올바로 수행해 꼭 필요한 개혁에 집중할 수 있는 얼마간의 시간을 벌어주었을 뿐이다. 국정 총책임자가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않고 있다고 인식되는 한 금리가 아무리 많이 인상되더라도 투자자들을 오래 붙잡아놓을 수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