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취임 1주년을 맞아 정부에서는 "경제혁신 3개년 계획"을 확정해 발표했고 대통령은 연설을 통해 이 계획을 소개하고 국민들의 협조를 당부했다. 세계 15위 경제국이자 7위 수출국으로서 한국의 유권자들에게는 이제 성장률 목표치를 설정한다든지 하는 것은 과거에 가졌던 것과 같은 큰 의미를 가질 수 없는 상황이 된 지 오래다.
오늘 정부의 발표문과 대통령의 연설 장면을 보고 난 뒤 드는 몇 가지 느낌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사실 오늘 대통령이 내린 한국 경제의 문제점에 대한 진단은 정확하다고 본다.
"우리 경제를 세계 10위권으로 이끌었던 기존의 추격형 전략이 한계에 직면했고, 비정상적인 관행들이 경제의 효율성과 역동성을 저하시키고 있습니다.
"수출과 내수, 대기업과 중소기업, 제조업과 서비스업 간의 불균형 등 해결해야 될 구조적 과제들이 산적해 있고, 인구고령화가 OECD국가 중 가장 빠른 속도로 진행되면서 2017년부터는 생산가능 인구도 감소하게 됩니다.
"이것은 소리 없이 다가오는 무서운 재앙입니다."
대통령 담화문 원고만 해도 20페이지 분량이었고 대통령은 이 담화문을 거의 쉬는 시간 없이 읽는 데만도 40분을 소비했다. 구체적 내용을 설명하는 기획재정부의 자료는 70페이지에 달하는 분량이었고 그 안에 다루고 있는 주제는 한 번 읽어서는 감을 잡기도 어려울 만큼 방대한 내용이다. 그런데 이런 혁신을 3년동안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것이니 연설문을 듣는 많은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그 자체를 잘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이는 것도 당연하다.
대통령이 5년 단임이어서 국회에서의 강력한 지원은 받기 힘들다는 것 정도는 이제 몇 번의 정권교체를 거치면서 누구나 알 수 있는 현실이 됐다. 그렇다면 대통령 후보자는 집권 계획 못지 않게 이러한 혁신 계획도 선거 전에 확정해야 하는 것이다. 정보에 대한 접근이 제한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기본 방향을 선거 전에 마련하고 구체적인 내용을 취임 전까지 완료해야 한다. 지금쯤 우리는 5개년 계획 1차 평가 보고를 들어야 하는 것이다.
한편 오늘 발표된 혁신 방안을 보며 드는 또 한가지 의문사항은 과연 저렇게 방대한 혁신 계획을 "누구와 상의해" 만들었는가 하는 점이다. 빈부격차 못지않게 한국사회에 만연한 것이 소위 전문가집단과 국민들 사이의 견해차이다. 선거 유세 기간 중 주요 대통령 후보가 이런 저런 혁신방안을 유권자들에게 공개하고 선거 이전 여러 차례 유권자 반응을 보며 수정하고 보완해 당선 직후 확정한다면 이를 받아들이는 국민들도 훨씬 이해가 쉽지 않았을까.
마지막으로 덧붙이고 싶은 것은 대통령 담화문의 내용이다. 담화문은 거의 처음부터 끝까지 전문용어와 사소한 단위의 수치까지 빼곡히 들어차 있다. 국민 전체를 대상으로 작성된 연설문이라면 국민들의 평균 눈높이에서도 이해하기 쉬운 내용이어야 한다. 예컨대 도시 지역 고등학교 졸업생들도 쉽게 이해할 수 있는 내용이어야 한다고 나는 생각한다. 세탁기를 소개하는 데 주부에게 굳이 전문가용 매뉴얼을 그대로 읽어줄 필요는 없는 것이다.
입법-사법-행정부 간의 권력분립 못지 않게 행정부 안에서도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 오늘 발표문에 포함된 내용들은 엄밀히 말하면 기획재정부가 설명하는 것이 합당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전문적인 것들이었다. 행정부는 대통령, 대통령실, 국무총리, 국무총리실, 부총리, 그리고 정부 각부처 사이에 서로 역할분담을 효율적으로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