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견입니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가 내일 임기 중 마지막 기준금리 결정 회의를 주재한다. 4년 임기가 이달 말 종료되는 김 총재는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 의장으로 매월 두 차례 정례회의를 주재하지만 기준금리 결정 회의로는 13일이 마지막이 되는 것이다. 로이터통신 설문 조사에서 전문가들은 모두 금통위가 이번에도 10개월 째 기준금리를 2.50%로 동결할 것으로 예상했다.
법적으로 김 총재의 연임이 불가능한 것이 아니어서 이론적으로는 지난 주 박근혜 대통령이 후임 총재 후보자를 지명하고서야 김 총재의 임기가 확정된 셈이다. 이번에도 기준금리를 변경하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는 이유는 경기 회복세가 유지되고 있지만 가팔라지거나 아주 빠른 속도는 아니고 더구나 인플레이션이 여전히 한국은행 목표 범위 하단인 2.5%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어서 기준금리를 당장 올리거나 내릴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정정 불안이 악화된 것을 제외하면 지난 달과 전체적인 경제 여건은 크게 변한 것이 없다. 따라서 이번 회의는 김 총재의 임기 마무리라는 점에 관심이 쏠릴 것이다. 기자회견에서 김 총재가 경제성장과 인플레이션에 대한 확신을 강조하는 이른바 "매파적" 발언을 할 가능성도 있지만 임기가 종료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큰 관심을 끌지는 못할 것이다.
다음 달 한국은행의 경제전망이 수정돼 발표되지만 이 역시 신임 총재가 주관하게 되기 때문에 김 총재의 경제에 대한 견해는 시장의 관심을 벗어날 것이다. 이제 시장의 관심은 차기 총재 후보로 지명된 이주열 전 한국은행 부총재의 국회 청문회에 쏠려 있다. 이 후보자의 지명 자체로 인해 채권시장에서는 이미 금리 추가인하 가능성이 현저히 줄어든 것으로 평가됐다.
※ 로이터 관련 기사 ▷ S.Korea picks technocrat insider as central bank head
■ 김중수 총재의 4년에 대한 안팎 평가※ 로이터 관련 기사 ▷ S.Korea picks technocrat insider as central bank head
김중수 총재는 여러 면에서 1997년 말 한국은행법 개정으로 정부로부터 금융통화위원회가 제도적으로 독립한 이후 가장 파란만장한 4년을 보낸 총재로 기억될 것이다.
100여 년만에 가장 심각한 세계 금융위기의 여진이 남아 있던 상황에서 이전 정부가 임명한 총재와 신임 이명박 대통령 정부 사이에 금리정책을 둘러싼 갈등이 격화되던 와중에 대통령 경제수석비서관 출신의 김중수 총재가 취임한 것부터 화제였고 김 총재가 취임도 하기 전부터 정부와의 정책 협조를 강조한 것도 두고두고 화제가 됐다.
2010년 4월 취임한 김 총재는 7월부터 금리를 사상최저치인 2.0%에서 인상하기 시작해 1년 여 기간 동안 모두 5차례 인상한 끝에 정상화를 멈췄다. 김 총재는 정부와의 협조를 강조하고 여러 차례 정부의 견해를 정책 결정에 크게 반영하는 모습을 보이기는 했지만 결국 자신은 금리를 그정도나마 정상화하는 실리를 택했다고 말하곤 했다.
또한 정부기관도 아니고 민간조직도 아닌 무자본특수법인이면서 기준금리 등 막강한 정책을 결정하는 한국은행 조직이 변화와 개혁에 둔감하다는 지적이 많았는데 이를 바꾸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도 자타가 인정하는 부분이다. 다만 내부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내부의 불만을 사전에 예상하고 이에 대한 원만한 대응책을 미리 마련하는 데 실패한 것은 아쉬운 점으로 남지만 이는 짧은 임기를 감안하면 다소 이해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또 국제교류도 대폭 강화하고 내실화했으며 취임 첫해 한국이 G20 의장국으로 가을 정상회담이 개최되기까지 각종 국제회의를 주도했는데 이 때 김 총재의 국제 외교 경험이 큰 도움이 됐다. 국내적으로는 이런 국제적 활동이 뭐 중요하느냐는 비아냥 섞인 반응도 나오고 있지만 한국이 OECD에 가입해서 얻은 게 없다는 자조적인 말처럼 다소 극단적인 논리에 기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들과 투자자들로부터 깊은 신뢰를 얻는 데 실패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한국은행 외부인사면서 대통령 측근이라는 태생적 한계와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현란하지만 보통사람들의 공감을 얻는 데는 한계를 드러낸 특유의 화법 등으로 김 총재에 대한 많은 좋은 평가가 퇴색한 면은 있어서 안타깝다.
(로이터 사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