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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소개) unSpun: 왜 우리는 알고 보면 뻔한 거짓말에 잘 속는 것일까?

우리는 무지하거나 부주의해서 누군가의 말에 속는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니 대다수의 사람들이 웬만한 수준의 교육을 받은 오늘날 우리는 거짓과 진실 정도는 쉽게 구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예컨대 대통령선거에서 사실은 복지비를 10% 인상하려는 후보에게 복지비를 10% 삭감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고 공격하는데 유권자가 이를 믿어버리는 일이 버젓이 일어나고 있으며 그런 악선전이 선거 결과에도 영향을 미치는 세상이다.

정치는 원래 그런 것이라며 넘겨버리고 싶다면 그건 자유다. 그러나 이런 악성 거짓정보(disinformation)의 유포는 화장품이나 건강보조식품, 그리고 다른 여러 상품의 광고에 이르기까지 널리 퍼져 있으며 문제를 확인하고 사법당국이 손을 쓰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리고 있어 피해를 미리 막기는 힘든 상태다. 더구나 당국이 판매 금지나 광고 금지 판정을 내리더라도 이미 피해를 본 소비자들을 구제할 길은 막막한 것이 현실이다.

그렇다면 왜 인간은 잘만 뜯어보면 거짓임이 분명한 광고 문구에 그토록 쉽게 현혹되는 것일까. 오늘 소개하는 책 『unSpun』 (부제: Finding Facts in a World of Disinformation, Brooks Jackson and Kathleen Hall Jamieson 공저) 은 인간의 심리적 특성상 많은 오류가 발견되고 있으며 각종 거짓 광고와 선전 문구는 바로 이런 인간의 약점을 파고들고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그에 따라 저자들은 거짓 정보에 속지 않기 위한 도움말도 제공하고 있다.

다음의 예를 보면 얼마나 거짓 정보가 난무하고 또 성공하고 있는지 잘 알 수 있다.
"인간은 단 한 가지 사례임에도 불구하고 그 사례가 생생하고 극적이라는 점 때문에 이를 과도하게 일반화하는 심리적 함정에 빠지곤 한다. 어느 날 엄청나게 큰 비행기 추락 사고에 관한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항공 여행을 아주 위험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그렇지만 미국만 하더라도 연간 1천만회 이상 민간 여객기 착륙이 무사히 이루어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하는 사람들은 거의 없다."

이 책에서 저자들은 거짓 정보의 폐해가 항상 이처럼 심각한 상황에서만 벌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런 관행은 사소하게 넘길 수도 있는 커피전문점에서도 발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스타벅스 커피전문점의 경우 컵의 크기를 나타내는 표기를 보면 마치 소비자를 일부러 현혹시키려 하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 정도다. 즉 이 회사의 경우 가장 작은 컵을 "Tall"로 표기한다. 길이가 길다는 뜻의 이 단어가 스타벅스에서는 가장 작은 크기인 것이다.

사실 이렇게 누구라도 현혹당할 수 밖에 없는 교묘한 문구는 정치권에서는 일상화돼 있을 정도다. 지난 2004년 미국 대통령선거 당시 부시 후보측이 방송한 광고는 테러리스트를 연상시키는 늑대들이 공격 태세를 취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가운데 상대인 케리 후보가 "미국에 대한 첫번째 테러 공격 이후에도" 정보기관 예산 삭감에 찬성했다는 말을 삽입했다. 여기서 문제는 "첫번째 테러 공격"이라는 표현이다.

그 때가 2004년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많은 유권자들은 당연히 여기서 말하는 테러 공격이 2001년 뉴욕 무역센터 건물에 대한 납치 항공기 공격을 지칭하는 것으로 믿기 쉽다. 따라서 이 광고를 본 유권자들은 케리 후보가 9.11 사태에도 불구하고 정보 예산 삭감에 찬성했으며 따라서 안보를 소흘히 했다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미국에 대한 첫 테러 공격은 1993년에 발생했으며 케리 후보는 사실 9.11 사태 직전에는 안보 예산 증액을 주장했다.

이 책에는 단순히 어떤 거짓 표현이 우리를 속이고 있는지를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인간의 심리적 취약성을 설명하기도 하고 또 가급적 교묘하게 만들어진 선전 문구에 속지 않으려면 어떤 점에 주의해야 하는지 등의 실용적인 도움말도 제공하고 있다. 경제 통계를 인용해 특정 정치 세력을 비난하는 경우 알고 보면 통계의 의미를 고의로 호도하는 경우도 많은 것은 우리나라에서도 흔히 있는 일이다.

이 책은 주제별로 비교적 짧게 단락이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틈나는 대로 조금씩 읽기에도 적당하다. 모르고 속는 것은 어쩔 수 없다고 하겠지만 부주의한 나머지 자신이 누군가의 교묘한 속임수에 넘어가 남에게 피해를 끼치는 일에 동참하는 우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라도 한번쯤 읽어볼 가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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