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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보유고 무한 증대는 공멸의 길, 국제 스필오버 예방책 필요" -- 투자전략가 주장

(※ 무어유럽캐피털매니지먼트의 글로벌 투자전략가인 진 프리다의 글을 소개한다. 일견 필자의 주장이 과격한 측면이 있고 결론이 다소 아쉬운 감은 있지만, 한국 내에서도 무수히 논의되고 언급된 문제인 외환보유고, 경제불균형, 스필오버 등의 현상을 서로 잘 연결지어 설명하고 있어 흥미롭게 읽었다. 또 참고로 한국의 외환보유고 변화 추이를 보여주는 그래프를 임의로 추가했다. 이 글의 원문은 맨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는 자신들의 통화정책 변화로 인한 파급효과에 대해 짐짓 개의치 않는 태도를 보이고 있지만 전세계는 자본 유출이 신흥국 경제에 가져올 영향에 우려하고 있다. 그렇다면 자본이 선진국 경제로 빠져나가는 가운데 최근 신흥국들이 열심히 쌓아올린 외환보유고는 자신들의 금융시스템을 충분히 보호할 수 있을까?

한마디로 대답하자면 "아니다". 과도한 이러한 자율보호장치는 궁극적으로 득보다 실이 더 크다. 자본이동의 잦은 변화와 그로 인한 대응책으로 과도한 외환보유고를 축적하는 이 불안정한 고리를 끊어내려면 국제통화기금(IMF)은 G20의 지원을 받아 통화정책 파급효과에 관한 새로운 규정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

막대한 위기를 겪고 난 국가는 큰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게 된다. 1990년대 후반 아시아를 휩쓴 외환 및 금융위기 이후 이 지역 지도자들 마음 속에 자리잡은 한 가지 교훈은 바로 외환보유고는 많으면 많을 수록 좋다는 것이다. IMF에 경제주권을 넘겨준다는 정치적 치욕은 엄청난 것이었으며 막대한 외환보유고를 구축하는 비용은 다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게 되었다. 하지만 이들 지도자들이 놓치고 있는 것이 있다.

외환보유고 증대 행위는 결국 환율의 자정기능을 억압하게 된다. 즉 2000년대 신흥국 통화의 가치가 더욱 절상되었더라면 내수 증대를 통한 경제의 불균형 해소가 가능했을 것이다. 이와 동시에 외한보유액을 통한 미국 국채, 정부기관채, 서브프라임 증권 등의 매입을 그렇게 많이 하지 않았더라면 미국 금리는 높게 유지되고 신흥국 경상수지 흑자는 하락했을 것이며 그에 따라 선진국 적자는 감소해 세계경제의 불균형 문제도 완화될 수 있었을 것이다.

더우기 외환보유고 확충은 군비경쟁과 비슷한 국제적 경쟁을 야기한다. 아시아 신흥국들은 외환보유고가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이든 아니면 수출경쟁력 확보를 위한 것이든 대규모 자본유입에 대한 대응책으로 대대적인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하는 것을 상례화했으며 이는 표면적으로 변동환율제를 도입한 취지를 거스르는 것이다. 

지속적으로 외환시장 개입을 단행한 결과 외환시장 변동성은 위축됐으며 그에 따라 자본 유출입에 따른 리스크는 오히려 감소한 것으로 받아들여지므로 자본유입은 더욱 거세어졌다. 그와 동시에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않은 국가들의 통화는 결국 더욱 절상할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투기적 매수의 대상이 되고 말았다. 다른 말로 하면 파급효과란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 뿐 아니라 신흥국들 사이에도 발생하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아프리카공화국과 멕시코 같은 나라는 외환시장 개입을 하지 않기로 함으로써 개입을 적극적으로 하는 나라에 비해 양호한 상황을 맞고 있다. 작년 5월 연준의 이른바 테이퍼링 계획 발표 이후 많은 신흥국 통화가 절하됐지만 이들 두 나라는 비교적 피해를 적게 입었다. 진정한 변동환율제로 인한 득을 본 셈이다. 즉 과도한 대외차입 유인이 줄어들고 실물경제 내의 유연성이 높아진 한편 자본시장의 깊이와 유동성은 더욱 증대된 것이다.

신흥국들의 외환보유고 증대를 통한 자율보호책 강구는 연준의 극단적으로 완화적인 통화정책과 마찬가지로 자율반복적인 성격을 갖는다. 각국이 통화정책의 독립성을 포기하라는 주장은 말도 안되는 것처럼 들리겠지만 파급효과를 제한하기 위한 모종의 장치가 마련될 필요성은 충분히 있다. 이 장치(제도)는 미국 의회가 쿼타 조정안을 조속히 승인해 IMF의 구조개혁이 완성된다는 전제 하에 IMF가 마련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특히 IMF는 파급효과의 정도를 미리 파악해 취약한 국가들에게는 필요한 유동성 지원을 제공하는 책임을 져야 할 것이다. 여기에는 중앙은행간 통화스와프나 IMF의 유동성조절 장치가 활용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집단적 보호제도가 도입되면 각국이 자율적 보호장치를 강구할 필요도 줄어들 것이고 각국의 주권이 침해받는 우려도 사라지게 될 것이다.

물론 이러한 장치를 도입한다고 해서 특정 국가가 구조조정을 겪는 과정에서 통화정책의 파급효과를 완벽하게 피하지는 못할 지 모른다. 그러나 최소한 이런 장치를 통해 지난 20여 년간 금융시스템을 뒤흔든 그런 규모의 파급효과 리스크는 상당 부분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자본유출입 변동성 확대와 그로 인한 과도한 외환보유고 축적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낼 수 있는 것은 파급효과를 관리할 수 있는 정교한 국제 장치 뿐이다.

원문 ▶ Self-Insurance or Self-Destruction?

(한국의 단기외채, 장기외채, 외환보유액 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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