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5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년동월비 2.1% 증가율을 기록하면서 시장에 다소간 충격을 주었다. 특히 전월비 증가율은 0.4%나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쟤닛 앨런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은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라고 평가하고 물가상승률이 연준의 당초 예상 경로에서 벗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해 당분간 정책 노선에 변화가 없을 것임을 예고했다.
이렇게 보면 연준은 생활비 부담 증가보다는 높은 실업자 수에 더 초점을 맞추는 것으로 생각된다. 그러나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연준이 인플레이션 압력에 대한 대응에 실기할 위험이 있다는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우리는 2012년 9월 3차 양적완화정책을 착수하면서 벤 버냉키 당시 연준 의장이 인플레이션율 2%와 실업률 6.5%를 정책 변경의 기준으로 제시했던 것을 상기시키고자 한다.
당시 기준대로 보자면 인플레이션율은 이미 2%를 넘어섰고 연말까지 2.5% 수준에 이를 수 있는 가운데 지난 2개월 연속 공식 실업률은 6.3%를 유지했으니 버냉키 전 의장이 제시했던 기준선은 두 가지 모두 달성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준은 시중 통화량을 계속 확대하고 있으며 금리를 낮게 유지하고 있다. 조만간 긴축 전환에 대한 의지가 없는 것이 확실하다. 그렇다면 결국 정책 실기의 위험은 커질 수 밖에 없다.
후크애널리틱스의 존 후크는 CPI 구성 항목 가운데 특정 항목 66%를 떼어 계산하면 현재의 물가승상률은 3.5% 선에 달한다고 추정하고 있다. 우리 계산도 이를 뒷받침한다. 우리는 지난 몇년간 길드기초필수품지수(GBNI)를 개발해 필수품 가격 변화를 계산해 분석해 오고 있다. 이 지수 추이를 보면 식품, 피복, 주거 및 에너지 항목의 경우 실제 가격이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정부 공식 CPI 상승률은 전년동월비 2.1%지만 GBNI 상승률은 4.4%에 달해 격차를 나타내고 있다.
최근 투자은행 JP모건의 이코노믹스팀은 금융위기 이후 지속돼 온 디스인플레이션 시기가 끝났다고 선언했다. 세계 전체적으로 소비자물가가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신흥국들 사이에는 이미 인플레이션 조짐이 새로운 일은 아니다. 다만 JP모건은 식품과 에너지를 제외한 근원인플레이션의 경우 선진국에서도 상승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고 평가한 것이다. 미국의 경우에도 고용 사정이 여전히 만족스럽지 못하고 임금도 크게 오르지 않고 있지만 수입물가는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으며 주택건설 시장을 위시해 제조업의 경우 가격경쟁력을 회복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택가격, 부동산 가격, 그리고 임대료는 세계적으로도 상승하고 있다. 최근 주춤하기는 했지만 올해 들어 심품가격도 오름세를 나타내기도 했다. 게다가 이라크 사태 등으로 인해 에너지가격도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앞으로 인플레이션 동향을 투자자들은 주시해야 할 것이다. 이와 관련해 당사가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www.GBNI.info)에서 인플레이션 관련 자료를 잘 살펴볼 것을 권한다. 연준은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을 "잡음" 쯤으로 여길 지 모르지만 분명 투자자들로서는 관심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당사의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