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Edler von Mises) |
그러나 제3부 '화폐와 은행(업)', 그리고 후일 첨가했다는 제4부 '통화 질서 재건'을 읽으면서 고진감래(苦盡甘來)라는 말을 떠올릴 정도로 상큼한 충격을 맛보았다. 특히 20세기 말 이후 여러 차례 세계 곳곳에서 금융위기를 반복적으로 겪고 있는 중요한 이유 중 하나가 미국의 방만한 통화정책이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이를 이론적으로 설명하기 힘들던 나에게 미제스는 마치 개인교습을 해 주듯 자상한 설명을 해 주고 있었다.
이 책을 관통하는 미제스의 메시지는 바로 화폐의 본질적 기능과 건전한 통화정책의 원칙을 고수하는 것이 우리 인류의 삶의 질에 막대한 중요성을 가지며 이러한 건전한 통화정책을 훼손하려는 정치적 의도를 용인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여기서 건전한 통화정책의 최대 적은 바로 무분별한 통화증발을 통해 경제 호황의 착시현상을 가져와 자신들의 목적을 달성하고 시민들에게는 결국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제위기를 가져다 주는 행위라고 그는 지적한다.
특히 통화증발을 통한 인플레이션 유발 정책이 만연하고 있는 현재의 상황에 대해 통쾌한 답을 제공해 주듯 하고 있는 다음 몇 문장을 소개하고자 한다.
참으로 오랜 동안 인플레이션은 부유하고 냉혹한 채권자(債權者)들을 희생시켜 가난하고 착한 채무자들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는 수단이라고 권장해 왔다. 하지만 자본주의 제도에서 대표적인 채무자는 가난한 사람들이 아니라 부동산, 기업, 그리고 주식 등을 소유하고 있으면서 은행, 저축은행, 보험사, 그리고 채권(債券) 발행자 등으로부터 돈을 빌린 살 만한 사람들이다. 그리고 채권자들은 (우리가 생각하듯) 부자들이 아니고 채권(債券) 보유자, 저축예금자, 혹은 보험가입자 등 그저 보통 정도에 속하는 사람들인 것이다.
From time immemorial inflation has been recommended as a means to alleviate the burdens of poor worthy debtors at the expense of rich harsh creditors. However, under capitalism the typical debtors are not the poor but the well-to-do owners of real estate, of firms, and of common stock, people who have borrowed from banks, savings banks, insurance companies, and bondholders. The typical creditors are not the rich but people of modest means who own bonds and savings accounts or have taken out insurance policies.이 글이 충격적이었던 것은 바로 오늘날에도 이런 저런 통화 완화 정책을 주장하는 정치세력 가운데는 이른바 서민들의 어려운 사정을 완화시키기 위한 것이라는 주장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많다는 점 때문이었다. 복잡한 이론을 들이대지 않아도 위 문장은 우리가 통상 상식이라고 알고 있는 생각, 즉 가난한 사람들이 주로 많은 빚을 안고 있다는 생각이 크게 보면 잘못된 것이라는 점을 깨우쳐주는 것이었다.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가계부채가 1천조 원을 넘었다는 사실만 놓고 마치 모든 가계가 막대한 빚을 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가구당 채무액과 웬만한 기업들 및 재산가들이 가지고 있는 채무액을 비교해 보면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기업 1사당 및 재산가 1인당 빚이 크다. 따라서 채무자에게 유리한 정책으로 인한 혜택은 규모 면에서는 가계보다는 기업 및 재산가들에게 더 크게 돌아간다는 말이다.
미제스는 또 통화량 증발을 통한 경기부양 효과도 사실 신기루와 같은 것이며 많은 시민들이 그 논리적 허구성에 속고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우리는 중소기업이나 저소득층 뿐 아니라 많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경기가 이렇게 어려운데 돈을 팍팍 풀어서 경기를 살려야 한다"는 말을 듣곤 한다. 그러나 이런 주장이 왜 터무니없는지 지적하는 미제스의 설명을 소개한다.
(통화 공급 확대를 주장하는) 그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자신의 상점에 오는 고객들 및 잠재고객들의 주머니에 든 돈의 양은 늘어나고 다른 사람들이 가진 돈의 양은 늘지 않는 것이다. 그가 바라는 인플레이션(통화량 확대)은 추가 공급된 화폐가 자신의 고객이라는 특정인들의 주머니로 먼저 흘러들어감으로서(따라서 자신의 상점에서 물건을 더 구매할 수 있다는 말) 자신이 인플레이션의 혜택을 보는 그런 상황일 것이다. 모든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을 말할 때 자신들이 판매하는 재화와 서비스의 가격이 자신들이 구매하는 재화와 서비스 가격보다 먼저 그리고 더 많이 올라 인플레이션의 혜택을 누리는 사람들 속에 자신들이 포함될 것이라고 믿기 때문에 인플레이션 정책을 주장하는 것이다.
What he really has in mind is an increase of the amount of money in the pockets of his customers and prospective customers while the amount of money in the hands of other people remains unchanged. He asks for a specific kind of inflation; namely, an inflation in which the additional new money first flows into the cash holdings of a definite group of people, his customers, and thus permits him to reap inflation gains. Of course, everybody who advocates inflation does it because he infers that he will belong to those who are favored by the fact that the prices of the commodities and services they sell will rise at an earlier date and to a higher point than the prices of those commodities and services they buy.여기에 대해 그는 그럴 수는 없다고 말하고 있는 것이다. 그는 인플레이션이 실제로 추가 재화를 생산해내는 것이 아니고 단지 부와 소득을 한쪽에서 다른 쪽으로 이전시킴으로써 일부의 사람들로 하여금 부와 소득이 는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킬 뿐이라고 지적한다. 그런데 정작 이러한 무분별한 인플레이션정책이 금융위기로 이어질 경우 정치인이나 부자들보다는 가난하고 힘없는 일반대중이 주로 피해를 본다고 그는 지적한다.
이 책에서 미제스는 금본위제도로의 복귀를 주장하는 등 극단적인 면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그의 주장 자체를 놓고 현실성 운운할 것이 아니라, 항구적 인플레이션 정책이 얼마나 터무니없는 논리에 근거하고 있으며 많은 일반 시민들을 현혹하고 있는지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오랜 만에 상큼한 충격을 맛보았다고 하는 것이다. 끝으로 책 마지막 페이지에 있는 그의 따금한 지적을 소개하고자 한다.
사람들은 인플레이션에 대해 한탄하면서도 인플레이션 없이는 불가능할 정책들은 열렬히 지지한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불가피한 결과에 대해 투덜대면서도 적자(재정)지출 정책을 중단시키거나 저항하려는 시도에 대해서는 반대한다.
People lament over inflation, but they enthusiastically support policies that could not go on without inflation. While they grumble about the inevitable consequences of inflation, they stubbornly oppose any attempt to stop or to restrict deficit spending.= = = = =
루트비히 폰 미제스 [Ludwig Edler von Mises] (두산백과)
빈학파 또는 신오스트리아학파의 선구자로 1913∼1938년 빈대학교 교수, 1934∼1940년 제네바 국제고등연구소 교수 등을 역임하였다. 제2차 세계대전 후 미국으로 이주하여, 1945년 이래 뉴욕대학교 객원 교수로 있었다. 1946년 미국에 귀화하여 화폐가치를 효용이론에 둔 화폐이론체계를 완성하고, 화폐적 경기이론(景氣理論)의 전개에 있어서 중요한 구실을 하였다. 또한 경제계산론(經濟計算論) 분야에서는, 사회주의 제도에는 가격기구(價格機構)에 의한 합리성이 없으므로 사회주의 계획은 불가능하다고 주장한 점에서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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