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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Dollar Trap (공식 사이트 ☞ 여기를 클릭)
Author: Eswar S. Prasad
Hardcover: 432 pages
Publisher: Princeton University Press (January 26, 2014)
Language: English
ISBN-10: 0691161127
ISBN-13: 978-0691161129
Product Dimensions: 9.5 x 6.4 x 1.4 inches
이상한 경험은 그 뿐이 아니다.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와 투자은행 리먼브러더스 파산 등 이번 금융위기를 촉발한 대대적인 사태 때에 이어 그 극복 과정에서 미국 국가부채의 급증, 그리고 의회와 행정부 간의 극한 대립 속에 불거진 재정위기 등 잇따른 미국 경제 위기 상황에도 불구하고 국제 자본은 미국으로부터 이탈하기는 커녕 틈만 나면 미국 시장으로 다시 흘러들어가는 상황이 이 순간에도 되풀이되고 있는 것이다.
미국 달러는 세계 제2차대전 종전시 수립된 브레튼우즈 체제 출범과 함께 공식적으로 세계 기축통화가 된 만큼 이같은 달러의 입지는 하루 이틀 만에 생겨난 것은 아니다. 또 경제 규모나 국민들의 소득 수준 등 여러 면에서 단일 국가로는 경쟁 상대가 없다는 측면에서 이같은 달러의 특별한 위상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일반 국가라면 정부 부채가 이처럼 빠르게 늘고 또 세계 금융위기의 진원지가 된 마당에 달러의 지위가 흔들리는 것은 고사하고 오히려 강화되는 현재 상황은 분명 정상적이라고 할 수는 없다.
이런 상황에 대한 광범위한 설명을 담고 있는 책이 『The Dollar Trap(달러의 굴레)』다. 코넬대학 교수로 다양한 저술 및 연구활동을 하고 있는 저자 에스와 프라사드는 이 책에서 이런 비정상적 상황이 여러 차례 위기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는 이유를 여러 각도에서 설명하고 있다. 사실 그의 설명 내용은 국제금융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새로울 것도 없는 것이라고 할 정도지만 이 책에서는 다양한 자료를 충실하게 정리해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달러의 지위가 이렇게 흔들림 없이 유지되고, 나아가 더욱 공고해지고 있는 이유를 네 가지로 소개하고 있다. 첫째, 미국 경제의 규모가 여전히 막대하다. 둘째, 달러를 사용하는, 즉 미국의 금융시장의 깊이가 충분히 깊다. 셋째, 미국 공공 기관 및 제도의 기반이 세계에서 가장 공고하다. 넷째, 법적 장치가 세계에서 가장 효율적이다. 결국 유로존이나 중국 등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국가나 경제공동체도 이 네 가지 차원에서 미국을 모두 압도하지 못하고 있다.
저자는 실례로 중국을 예로 들어 설명하고 있다. 중국은 단일국가로서는 세계 제2차대전 이후 경제 규모에 있어서 미국을 앞지를 첫 사례가 될 것으로 확실시되고 있다. 더구나 마치 금은보화와 에너지 자원이 무한대로 매장돼 있는 신대륙을 발견한 것에 비유할 수 있을 정도로 중국은 무한노동력의 공급을 무기로 놀라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그런 만큼 중국이 축적한 자본 또한 막강하며 이미 미국 국채의 상당량을 중국이 보유하고 있다. 그런데 중국이 달러를 위협할 만한 기축통화국이 되는 데는 많은 난관이 있다.
우선 위안화는 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통용되고 환전될 수 있는 화폐가 아니다. 게다가 중국 내 위안화 자산에 투자하려는 자본은 아직도 중국 당국의 허가를 받아야 하며 투자할 수 있는 규모도 사전에 승인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에 대한 투자자들의 신뢰가 미국에 대한 것에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일천하다는 점이다. 이에 대한 사례가 많지만 저자는 중국 공산당이 2013년에 반포한 "9호 문건"을 하나의 사례로 소개하고 있다.
이 문건에는 중국 공산당이 경계해야 할 일곱 가지 폐약을 열거하고 있는데 그 내용을 보면 중국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신뢰가 급격히 높아지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점을 예측하기란 어렵지 않아 보인다. 그 일곱 가지 폐약은 다음과 같다: 1) 서구식 입헌 민주주의 주장, 2) 서구식 자유 개념 주장, 3) 서구식 민주주의 주장, 4) 서구식 인권 주장, 5) 언론 자유 주장, 6) 신자유주의식 자유시장 개념 주장, 그리고 7) 개인의 권리가 최고 가치를 갖는 시민사회 주장.
이런 목록을 보면 다분히 미국식, 그리고 서양식 사고방식이 바탕에 깔려 있다고 비판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2008년 이후 국제 금융위기 및 그에 준하는 시장 동요가 있을 때마다 자본이 어디로 흘러들어갔는지를 보면 현재의 세력 판도를 쉽게 알 수 있다. 즉, 불안의 근원지가 어디든, 심지어 미국에서 위기가 시작될 때도 자본은 미국으로, 달러 자산으로 급속히 몰려들어간 것을 보면 달러에 대한 세계 경제의 의존은 쉽게 실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미국 달러를 중심으로 한 세계 통화질서에 대한 문제가 지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트리핀의 딜레마"라는 용어의 주인공인 로버트 트리핀 전 예일대 교수는 일찌기 "국제 통화 질서의 근본적 개혁은 이미 그 때를 놓쳐 버렸다. 현재 미국 달러가 처한 위협을 보면 그런 개혁의 필요성과 긴박성은 다시 한 번 알 수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 이 경고는 오늘날 자주 들을 수 있는 것이지만 트리핀의 이 경고는 놀랍게도 1960년에 나온 것이다.
트리핀 전 교수는 달러화가 기축통화의 역할을 하기 위해서는 대외거래에서 적자를 발생시켜 국외에 끊임없이 유동성을 공급해야 하지만, 미국의 적자상태가 장기간 지속될 경우에는 유동성이 과잉돼 달러화의 가치는 흔들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반면 미국이 대외거래에서 장기간 흑자상태를 지속하게 되면 달러화의 가치는 안정시킬 수 있으나 국제무역과 자본거래를 제약할 수 있다고 그는 동시에 지적했다. 결국 적자와 흑자의 상황에도 연출될 수밖에 없는 달러화의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없는 모순이 있는데 이는 트리핀 딜레마라고 불리고 있다.
다시 프라사드의 책으로 돌아가 보자. 저자는 이처럼 달러를 대체할 기축통화 후보가 당장 마땅치 않다고 하고는 있지만 달러의 지위가 영구불변할 것이라고 결론을 내리는 것은 아니다. 저자는 퍼 박, 차오 탕, 쿠르트 비젠펠트 등이 1987년 발표한 모래더미 게임 관련 논문을 소개하면서 극도의 불안정한 임계상황에서는 한 알의 모래도 일대 변혁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즉, 달러의 위상, 나아가 미국 경제를 둘러싼 각종 모순 덩어리들이 지속되는 현재의 상황은 언제, 어떤 일을 계기로 순식간에 막을 내릴 지 아무도 모른다는 것이다.
이 블로그 글은 본격적인 서평은 아니다. 다만 달러의 국제 위상과 국제 금융경제의 속성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은 큰 도움을 줄 것이며, 더구나 전혀 어려운 용어를 사용하지 않고 재미있는 이야기처럼 글이 전개되고 있다는 점도 이 책의 장점이다. 다만, 비교적 단순한 결론을 위해 이야기를 장황하고 반복적으로 하고 있는 점이 약점이라면 약점이라고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