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후 여러 차례 금융위기가 발생하고 급기야 2008년에는 가장 합리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던 미국에서 금융위기가 발생해 전세계가 대공황 이후 가장 심각한 불황에 직면했다. 이렇게 되자 미국과 일본 등 기존 선진국들은 물론 중국과 브라질 한국 등 신흥국들이 함께 모여 정책 공조를 약속했다. 하지만 이 G20 협의체는 위기감이 잦아들면서 명맥만 남게 됐고 새로운 국제 경제 및 금융 질서 수립은 이번에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현재의 달러 중심 통화질서의 가장 큰 문제는 달러가 미국이라는 한 나라의 통화인 동시에 세계의 기축통화라는 점과 함께 달러의 가치에 영향을 줄 정책을 미국이라는 한 나라가 전담하고 있지만 이를 간섭할 국제기구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따라서 미국 경제가 어려워져도 달러 수요가 늘고, 심지어 미국이 금융위기를 일으켜도 달러 가치가 올라가는 기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미국의 경상수지가 확대돼도 미국은 채권을 맘놓고 발행해 유통시킬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브레튼우즈체제 수립시 케인즈가 주장했지만 채택되지 못한 국제청산동맹(ICU) 및 그 일부라고 할 국제통화 방코(또는 방코르ㆍbancor)의 원리가 새삼 눈길을 끈다. 경제를 전공한 사람들은 누구나 알고 있겠지만 그렇지 않은 나로서는 최근 『The Age of Oversupply』라는 책을 읽다가 비로소 내용을 접하게 됐으며 그 통찰력에 감탄하게 됐다. 혹시 아직 상세한 내용을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책에 소개된 부분을 정리해 공유한다.
▣ 방코는 세계 중앙은행들끼리 결제할 수 있는 화폐로 세계 모든 화폐의 가치는 방코와의 상대 환율로 표시된다. 방코는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는 없다. 케인즈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오늘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과 개념은 유사하지만 기능과 용도는 훨씬 광범위한 것이었다.
▣ 방코는 세계 중앙은행들끼리 결제할 수 있는 화폐로 세계 모든 화폐의 가치는 방코와의 상대 환율로 표시된다. 방코는 실생활에서 사용할 수는 없다. 케인즈가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오늘날 국제통화기금(IMF)의 특별인출권(SDR)과 개념은 유사하지만 기능과 용도는 훨씬 광범위한 것이었다.
▣ 당시 고전적인 금본위제는 실시할 수 없었지만 그 취지를 고려해 케인즈는 무역 위기 예방에 필요한 국제 환율 안정을 확립할 수 있는 세계 표준 화폐를 고안한 것이다. 달러를 금에 연동시키고 각국 화폐를 다시 달러에 연동시키는 문제는 금의 공급이 제한적인 것 등의 문제 때문에 미국에 큰 압력을 가하게 되었고 이후 미국은 결국 달러의 금 연동을 중단하게 되었지만 케인즈가 생각한 방코는 그런 제약은 없었다.
▣ 케인즈는 방코 자체가 신용화폐지만 각국이 자국의 무역 결제 규모를 감안해 적정량의 방코를 보유할 수 있게 통제할 것을 주장했다.
▣ 방코와 각국 화폐의 환율은 상대구매력평가(PPP) 수준에 의해 결정되도록 고안됐지만 당시에는 국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PPP 계산이 여의치 않았으며 이것이 케인즈가 주장한 ICU가 받아들여지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됐다.
▣ 나라마다 경제 팽창 속도가 차이가 있으므로 각국이 보유할 수 있는 방코의 양도 변화가 필요했다. 그런데 방코 보유량을 각국이 마음대로 늘릴 경우 국제적 불균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케인즈는 무역수지 적자국의 경우 적자액만큼의 방코 초과인출(OVERDRAFT)를 계상할 수 있게 하되 각국의 초과인출 상한액은 무역 규모에 비례해 설정하도록 고안했다. 따라서 예를 들어 어떤 나라도 무역수지 적자를 계속 낼 수 없으며 (즉, 수입을 계속 늘릴 수 없으며) 어떤 시점이 되면 국내 수요를 국내 생산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이다.
▣ 1940년대 당시에 이미 케인즈는 무역수지 불균형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무역수지 적자국 입장에서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해 시장에서 불균형이 조정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큰 폭의 환율 절하를 통해 수출을 증대시키는 것을 선호하기 쉽다. 그런데 문제는 흑자국의 경우 자국 통화의 절상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 이를 감안해 케인즈는 ICU가 흑자국에는 통화 절상을, 적자국에는 통화 절하를 강제로 시행토록 하는 권한을 가질 것을 주장했다. 예를 들어 연간 무역수지 흑자액이 사전 설정된 방코 초과인출 상한액의 50%에 달하면 그 나라 화폐는 인위적인 절상을 실시하는 동시에 흑자액의 10%에 상당하는 벌금을 내도록 되어 있었다.
▣ 반대로 적자국의 경우 적자액이 초과인출한도 50%에 달하면 자국 화폐를 절하해야 하며 초과인출액에 비례해 일정액의 이자를 ICU에 지불해야 한다. 이런 각종 규정은 강제성을 띄며 규정을 어긴 나라는 ICU에서 퇴출돼 결국 국제무역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
▣ 케인즈는 방코 자체가 신용화폐지만 각국이 자국의 무역 결제 규모를 감안해 적정량의 방코를 보유할 수 있게 통제할 것을 주장했다.
▣ 방코와 각국 화폐의 환율은 상대구매력평가(PPP) 수준에 의해 결정되도록 고안됐지만 당시에는 국제적으로 수용할 수 있는 PPP 계산이 여의치 않았으며 이것이 케인즈가 주장한 ICU가 받아들여지지 못한 가장 큰 이유가 됐다.
▣ 나라마다 경제 팽창 속도가 차이가 있으므로 각국이 보유할 수 있는 방코의 양도 변화가 필요했다. 그런데 방코 보유량을 각국이 마음대로 늘릴 경우 국제적 불균형 문제가 불거질 수 있다. 이를 막기 위해 케인즈는 무역수지 적자국의 경우 적자액만큼의 방코 초과인출(OVERDRAFT)를 계상할 수 있게 하되 각국의 초과인출 상한액은 무역 규모에 비례해 설정하도록 고안했다. 따라서 예를 들어 어떤 나라도 무역수지 적자를 계속 낼 수 없으며 (즉, 수입을 계속 늘릴 수 없으며) 어떤 시점이 되면 국내 수요를 국내 생산으로 충당해야 하는 것이다.
▣ 1940년대 당시에 이미 케인즈는 무역수지 불균형의 심각성을 잘 알고 있었다. 무역수지 적자국 입장에서는 디플레이션이 발생해 시장에서 불균형이 조정되기를 기다리는 것보다는 큰 폭의 환율 절하를 통해 수출을 증대시키는 것을 선호하기 쉽다. 그런데 문제는 흑자국의 경우 자국 통화의 절상을 받아들이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 이를 감안해 케인즈는 ICU가 흑자국에는 통화 절상을, 적자국에는 통화 절하를 강제로 시행토록 하는 권한을 가질 것을 주장했다. 예를 들어 연간 무역수지 흑자액이 사전 설정된 방코 초과인출 상한액의 50%에 달하면 그 나라 화폐는 인위적인 절상을 실시하는 동시에 흑자액의 10%에 상당하는 벌금을 내도록 되어 있었다.
▣ 반대로 적자국의 경우 적자액이 초과인출한도 50%에 달하면 자국 화폐를 절하해야 하며 초과인출액에 비례해 일정액의 이자를 ICU에 지불해야 한다. 이런 각종 규정은 강제성을 띄며 규정을 어긴 나라는 ICU에서 퇴출돼 결국 국제무역에 큰 제약을 받게 된다.
(위에 언급한 책 소개 글은 여기를 클릭하면 볼 수 있다 ▶ (책소개) 공급과잉의 시대: 금융위기 근본 원인 처방 없이 진정한 위기 극복은 비관적)
(맨 아래 그림은 이 책에서 ICU 및 방코 제도를 설명하는 부분이다. 각 그림을 클릭하면 크게 볼 수 있다.)